며칠 전 수요일에 아홉살 짜리 외손자가 왔다.
요즘 봄방학이라 외할머니와 이박삼일 보내기 체험을 하러 온거다.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온갖 체험 시키는걸 좋아하는듯하다.)
저녁을 먹고 손자와 만들기를 했다.
내가 모아둔 빈 상자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다.
손주는 남자 아이라 그런지 총을 만들겠다고 한다.
혼자서 총을 만들기가 어려웠나. 완성품은 망원경으로 바뀌었다.
둘쨋 날은 내가 미리 준비해둔 <궁중 떡볶이 >밀키트로 함께 요리를 했다.
당근,피망등의 재료를 직접 썰어 보라고 하니까 너무 신났다.
놀이터에 가보니 생각보다 바람이 불고 날이 추웠다.
손자가 추운 줄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 노는 동안, 놀이터 한쪽에서
시간이 가기만 기다렸다. 집에 오는데 비염이 있는 손자가 재채기를
해서 은근히 신경쓰였다. 지녁을 먹고 작두콩차를 마셨다.
두 밤을 자고 나더니 밖에 나가서 비행기를 날리고 싶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의 작은 주차장쪽으로 가서 날리기를 하는데,
비행기가 커다란 나무에 걸려 버렸다.
마침 지나가던 키 큰 청년이 낙싯대로 비행기를 내려 줬다.
손자가 응달 쪽에 얇은 얼음이 얼은 걸 보고 너무 신나했다.운동화 발로
얼음을 깨면서 재미있게 놀면서 그런다. '할머니 서울엔 이런 얼음 없어요."
그러다가 얼음이 미끄러웠는지 넘어졌다. 세상에나!
시꺼먼 물에 잠바와 바지가 젖었네. 집으로 와서 옷을 갈아 입혔다.
드디어 딸이 와서 같이 저녁을 먹고 손자를 데려갔다.
딸이 가고 나서 한 시간 이상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었다.
손자는 남자 아이라도 수선스럽지 않다. 어려서부터 떼를 쓰지도 않는다.
밥도 잘먹고 잠도 일찍 잘 잔다. 말도 잘 듣는다.
그런데 손자와 이박삼일 지낸 게 생각보다 피곤했다.
이거야 말로 손자와 나의 에너지가 틀려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에 일어나면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오월에 또
온다는데 그땐 무얼하고 놀지. 주말 아침 흐린 하늘을 보며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첫댓글 ㅎㅎ
저도 울 작은 손자를 한달에.한두번 놀아 주느라 간 적 있었는데...같이 놀 때는 마냥 행복했는데...
집에 와서는 피곤해서 씻지도. 않고 그대로 잠 드네요..ㅎ
우리가 아이들의 에너지를 못 따라 가나 봅니다
그런가 봐요.
손주가 참 순해서 힘들거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아니네요
제 친구 여자들 한테 " 너를 위해서 손주보기를 사양하라" 고 합니다 .
이유야 ....^^*
네, 생각만큼 쉽지 많네요. 학교 들어가서
예전처럼 자주 오질 못해요. 이제 오월에나 오겠죠. 오분전님 여유로운 주말 되세요.
손주보기는 즐겁기는한데
일단은 책임감이 먼저이라서
잘 보고 무사히 제집으로
고~하기 까지 신경을 곤두세우다보니
마음이 먼저
피곤한거 같습니다.
귀여운 손자가 집중력이
좋습니다.
그냥 바라만봐도 빙그레 미소가
지어집니다.~
네, 정말 손주를 귀여워하는 할머니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답니다. 이해는
했는데 피곤했어요.^^
손자와 즐거운 시간 보내셨네요..
힘은 들지만...
네, 맞습니다.
다 큰 아이고 성격도
순해서 말을 잘들어요.
그래서 힘들거라고 생각을 못 했네요.^^
손자가 손재주가 있어요
총 만들려다가
망원경으로 창의력도 대단하내요~
자주 안하는거라 아주
좋아하네요. 손자가 정말 재미있어 해서 딸도 빈상자나 프라스틱을 모으고 있대요.제가 그랬어요.
'지금은 좀 귀찮을지 몰라도 지나고 나면 다
그리워진다' 구요
여름에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