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우리 어머니"
사업을 하는 지인의 어머니는 98세에 돌아 가셨는데,
물론 모두들 어머니가 장수하셔 호상이라 하였지만,
몇 백년을 사신들 자식들에게
어찌 장수이며, 호상이라고 여길까요?
어머니는 10여년을 치매를 앓으셨는데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형님 내외가 모셨다.
치매환자가 늘 그렇듯이 어머니는
집을 나가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였고,
알 수 없는 이상한 행동들을 해서
형님 내외가 무척 힘들어 했었다고 하였다.
어머니의 병이 점점 깊어 갈 즈음에
둘째 아들은 사업 부도로 집도 잃고
아내와도 이혼까지 하게 되었기에,
더 이상 세상이 싫어져 노숙인 처지로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이 허무하고 더 이상
연명할 희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이제 그만 생을 마감할 생각을 한 뒤,
마지막으로 어머니나 한번 뵙고 갈 요량으로
형에게 전화로 "어머니를 뵈러 간다"고 전했다.
형은 어머니에게 둘째가 온다는 말을 전하자
둘째 아들이 온다는 말에 치매 걸린 어머니는
예전의 맑은 눈망울로 어쩔 줄을 몰라 하셨다.
그 날, 저녁 시간이 되었는데도 온다던 둘째
아들이 도착하지 않자 형 내외는 할 수 없이
어머니의 식사를 먼저 차려 드렸는데
어머니는 식사를 하는 척 하면서
식구들 눈치를 보더니 밥상 위의 음식들을
몰래 주머니에 챙겨 넣고 있었다.
가족들이 그걸 보고 놀라서 말렸지만
어머니는 큰 소리로 악을 쓰면서
맨 손으로 뜨거운 찌개 속 건더기까지
주머니에 마구 마구 집어 넣더니만
혹 누구에게 빼앗기기라도 할까 봐
안 방으로 들어가 문을 꽝 소리가 나도록
닫더니 다시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늦은 밤이 되어서야 둘째 아들이 왔다.
"어머니, 저 왔습니다" 하는
둘째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어느 누가 불러도 나오지 않던 어머니는
본능적으로 방 문을 박차고 나오시더니
형 내외가 저녁 밥상을 차리기도 전에
어머니는 주머니에서 함께 뒤섞인
음식들을 꺼내 놓으며 말했다.
"아가, 배 고프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둘째 아들이 어머니의 손을 보니 뜨거운데
대여 군데 군데 물집이 돋아 있었는데,
형 내외에게 좀 전의 이야기를 들은 둘째는
명치를 못에 찔린 듯 가슴이 아파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어머니를 부여 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어머니는 다른 것은 다 몰라도,
둘째 아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거로 보였다.
어머니는 자식 입에 밥 들어 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어머니는 자식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서는
내 한 몸 부스러지는 것 쯤 아무헐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자식에겐 바보, 천치, 멍청이다.
사업 부도로 아무 희망 없이 살아왔던 지인은,
어머니의 그 물집 잡힌 손을 항상 떠올리며
그가 생각했던 생의 포기를 접고 다시 사회로 나갔고
죽을 고생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여
중소기업을 창업해 다시 당당히 일어서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가 돌아 가신지 한참이 되었지만,
지금도 힘든 시기에 처하면 자신을 부르는
어머니의 애 타는 목소리를 떠올린다고 하였다.
"아가, 배 고프지? 식기 전에 어서 먹으렴!"
내겐 늘 아름다운 나의 어머니.
이제는 결코 현명하지 못하시지만 그래도
어머니 모습은 아직도 삶의 지침이며 처방이다.
우리 자식들의 삶을 항상 지켜 봐 주시고
돌보아 주시는 부모님이 계셨기에 우리가
하루 하루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의 릴레이다.
어머니! 어머니!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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