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아즈위(azwi,희망)
이강촌(수필)
늘 좋은 글을 보내주는 문우가 있습니다. 문우가 읽고 그냥 지나치기 아깝게 생각되거나 귀하다 싶은 글은 요즘 편리한 톡을
이용해 보내줍니다.
오늘은 '넬슨만델라'에 대한 글을 보내왔습니다. 문우의 관심과 수고도 고맙지만 그가 보내는 글은 늘 감동을 주기 때문에 오늘도 꼼꼼하게 읽고 독서 일기를 씁니다. ‘넬슨만델라'에 관한 이야기들이야 모르는 사람이 없겠지만 다시 읽고 감동합니다.
넬슨 만델라는 1964년, 종신형을 선고 받고 절해의 고도 루벤섬 감옥에 투옥되었습니다. 감옥은 다리 뻗고 제대로 누울 수조차 없을 정도로 좁았으며 변기로 찌그러진 양동이 하나를 감방 구석에 던져 넣어 주었습니다. 면회와 편지는 6개월에 한번 정도만 허락 되었으며 간수들은 걸핏하면 그를 끌어다가 고문하고 짓밟고 폭력을 가했습니다. 이미 사람으로서의 품격과 지위는 상실되었고 견딜 수 없는 모욕과 고통은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감옥에 끌려간 후, 그의 아내와 자녀들은 살던 집을 빼앗기고 흑인들이 모여 사는 변두리 땅으로 쫓겨났습니다.
감옥살이 4년 되던 해,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이듬해 큰 아들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장례식에도 참석 할 수가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감옥살이 14년이 되던 해에 큰딸이 결혼을 해서 아기를 데리고 할아버지에게 면회를 왔습니다. 큰딸이 말했습니다. "아버지, 아기의 이름을 지어주세요."아버지는 말없이 땟물이 찌든 윗주머니에서 꼬깃꼬깃 꾸겨진 종잇조각 하나를 꺼내어 딸에게 건네주었습니다. 딸은 그 종잇조각에 써진 글자를 보는 순간 눈물을 쏟기 시작했습니다. 글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습니다
'아즈위(Azwie,희망)’
그는 그 후로 온갖 치욕을 다 당하면서 13년간이나 옥살이를 더 하고 나서야 마침내 풀려나게 되었습니다. 1964년부터 1990년까지 무려 27년간이나 감옥살이를 했는데, 그러니까 44세에 억울한 감옥살이를 시작해서 71세에 풀려난 것이지요. 그 후 그는 남아공 흑백 분리 정책을 철폐하고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 되었습니다. 대통령에 당선되어 자기를 박해하고 고통과 치욕을 주었던 정적들을 다 용서하고 사랑하는 인간의 고고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 언론은 이를 가리켜 인간의 품격을 한 계단 올려놓은 사람이라고 존경을 드렸습니다. 그가 바로 '넬슨만델라', 그가 손자에게 준 이름 '아즈위 Azwie' 는 우리말로 풀이하면 ‘밝은 전망’입니다. 어떤 일을 이루고자 기대하고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 조금 따뜻하게 표현하면 소망이기도 합니다.
‘소망’ 이제 오늘 세상을 그만두어도 아깝지 않을 나이인 나에게 어떤 소망이 있을까, 나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더 크게 나아가 세상 돌아가는 모습도 곁눈질해 봅니다.
아픕니다. 명치 아래가 아파 옵니다. 서로 옳다고 주장하는 이기심으로 가득한 TV 체널들도 보고 있노라면 너무 아파 전원을 눌러버리고 정원으로 내려섭니다. 긴 더위에 지친 나뭇잎들이 고운 색깔로 물들어보지 못하고 가을바람이 스치자 우수수 떨어져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것을 바라보노라면 또 아파옵니다.
용서, 내려놓음, 따뜻함, 배려, 그리움 ...... 나이에 맞는 사람의 품격,‘넬슨 만델라’가 올려놓았다는 그 인간의 품격이 여지없이 추락하고 있는 주변과 세상살이를 돌아보며 나는 어제도 오늘도 아파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리 가슴 시려하고 아파하고만 있는데 사랑하고 좋아한다던 사오십 년 지기들이 내 이런 아픈 가슴을 알고 있다는 위안의 메시지를 보내올까 봐 기다리다가 또 아파합니다.
세상살이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고 내려놓겠다고 하루하루 나를 속속들이 정리하고 버리기를 했다고 하지만 난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는 '아즈위 Azwie‘ 하나는 있습니다. 법조인이고 교육자인 어느새 장년이 되어버린 아들형제, 그들이 언제 어디서나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람, 비록 벌을 받아야할 사람에게라도 따뜻한 언어로 듣는 이가 위로가 되도록 인도해 주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넬슨만델라’처럼 품격을 한 단계 올리기는 어렵더라도 따뜻하고 품위 있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기를 소망합니다.
오늘에 사 가슴 속 깊이 감추어 두었던 '아즈위 Azwie‘하나 조심스레 내어 놓으며 명치끝의 아픔을 다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