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태어난 아기가 있었다.
배속에서 정상 주수(36주)로 태어났는데, 진단명은 CHD(Congenital Diaphragmatic Hernia:선천성 횡격막 탈장)
이 질환은 횡격막 부위의 이상으로 인해 위장 등의 일부분이 횡격막 위쪽 흉부로 올라가는 선천성 질환이며,
구체적인 증상으로는 심한 호흡곤란과 청색증이 주로 나타나고 복부 장기가 밀려 올라간 부분이 비게 되어
복부함몰 증상도 관찰된다. 장의 일부가 밀려들어온 크기와 시간에 따라서 상대적으로 폐는 발육부전이 생기는데,
이 때 폐의 발육 상태가 그 예후를 좌우한다. 폐의 발육부전이 심하고 밀려들어온 장기의 부피가 클수록 증상이
빨리 나타나고 예후가 나쁘다. 치료는 우선 저산소증과 피가 산성화되어 가는 현상을 교정한 후에 즉시
응급수술을 하여 탈장된 장을 복구하고 횡격막 결손 부위를 봉합해야 한다. 만약 횡격막근이 생기지 않거나
약해서 횡격막 이완증이 동반되면 수술을 하여 횡격막을 팽팽하게 해주어야 한다.(네이버에서..^^;;)
이런 질병으로 보통 태어나자마자 인공호흡기로 호흡해주고, sedation(재우기)시킨다. 아기는 태어나면
엄마 자궁속에서와 달리 혼자 숨쉬고 심장도 잘 뛰면서 살아야 하는데 한쪽 폐가 탈장으로 인하여 장과
다른 장기들이 올라와 있으니 한쪽 폐로 숨쉬기가 힘들기 때문에 어느정도 안정이 되면 외과에서 수술을 해준다.
원래 있던 장기를 제자리로 돌려놓고 폐도 제자리로...보통 수술하면 상태 많이 좋아져서 퇴원한다.
전에 썼던 글 중에서 “당신이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했던 환아도 이 경우였으니...보통은 잘 커서 가는데...
이 아이는 많이 안좋았다고 한다. 장이며, 간이며 다 올라왔었고 그러면서 폐가 눌려 거의 성장을 못했던거다...
그래서 이미 원상태로 해놓아도 이미 못 자란 폐가 거의 기능을 못하나 보다.
그럼 나머지 한쪽 폐는 괜찮은가? x-ray봤는데 그렇지도 않다. 그래서 수술하고 나서도 상태가 안좋았다.
결국 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 가슴을 열지 않고 흉부 밖의 혈관을 통해 혈액의
출구 및 입구를 확보하고 막형 인공폐와 혈액 펌프를 이용해 심폐기능 특히 폐기능을 보조하는 시술이다.
아마 이해하기 어려울 듯 나는 그 환자를 보고도 이해하기 어려웠으니까..^^;;
암튼 폐를 대신하여 피를 정화시키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쉬울것이다)를 하기로 했다.
아~이건 정말 말로만 듣던 것... 병원에 입사했을 때 “이런것이 있다, 하지만 성인이나 소아중환자실에서는
하지만 아직 우리는 안해봤다.”라며 이론으로만 배웠는데...그것도 어떤때 사용하고 살 가망성이 얼마나 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배웠던 것 같다...그때 신규가 뭘 알겠어..그 당시 내 생각은
"병원 적응하기도 힘든데, 사용해본적도 없고, 앞으로도 안할거 같은데..."하며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는데...
그것을 하다니...ㅠ.ㅠ 워낙 우리는 해본 적 없어서 소아 중환자실로 가려 했는데 거기 가다가 도중에
사망한다면서 그쪽으로도 수술장으로도 못갔다. 그래서...흉부외과팀이 수술장에서 수술기구 다 여기로
가져와 여기에서 수술했다. 보통 다른 수술도 하기는 하는데 가슴을 직접 여는 수술은 또 처음이었다.
심장을 열어서 두꺼운 튜브 2개를 꽂는다. 동맥과 정맥에...
피를 기계 밖으로 빼서 그 기계가 피를 깨끗하게 해서 다시 심장으로 넣어주고, 자신의 심장이 뛰어서 깨끗한
피를 온몸으로 전해준다. 그럼 조직에 깨끗한 피인 산소를 주고 이산화탄소를 심장으로 가져와 폐에서 다시
깨끗하게 하는데 폐가 이 기능을 못하므로 이 피를 다시 기계로 가져가 기계가 깨끗하게 해서 심장으로 보내고...
(이해쉽게 설명한다고 썼는데 이해가 될려는지^^;;)
그런 기계이다. 하지만 심장을 열자 아이는 그때 심장이 안 뛰기 시작했고, 그래서 CPR(심폐소생술)해서 돌아왔고....
몇일은 이 기계 덕분에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중간 중간 참 해줄 것 많다.
그거까지 설명하면 너무 길어져 생략....이 아이를 보는데 힘들다고 저번에 한줄메모장에 글도 썼던 기억이 있다^^;;
신장에도 피가 잘 안가서 PD(복막투석:저번에 설명했다. 그거 참고하시길^^;;)도 했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는 머리이므로 혈액 공급이 부족하면 제일 중요한 곳부터 혈액을 전달한다.
그래서 머리보다 덜 중요한 장기 신장이나 다른 장기로는 혈액을 많이 보내지 못하게된다. 그렇게되면 보통
ARF(acute renal failure :급성 신부전(신장이 기능을 못해 소변 안보거나 피나온다.))쉽게 온다.
그래서 노폐물 빼주기 위해 PD많이 돌린다.
근데 이 ECMO는 보통 3일이상은 안 쓴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아이 더 썼다.
중간에 stop해 봤으나 아이가 버티지 못했다. ECMO하게되면 보통은 가망없다고 생각한단다.
그래도 살았던 예가 있다니 조금의 희망이라도 갖고 한것이었을텐데...결국은 오늘에 갔다.
아~내가 볼 때 아이 재우고 있었지만 뭐하려고 건드리면 실눈떴었는데... 그 표정이 생각난다.
그냥 계속 눈감고 있었으면...눈 뜬 모습이 "그래도 나 살아있어, 살고싶어.."라는것을 말하는것 같아서 씁쓸했다.
난 이미 ”언젠가는 갈텐데...고생만하네...“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원한지 2주정도밖에 되지 않았다...하지만 아기는 점점 안 좋아지고 몸은 붓고...
정말 보기 안스러울 정도로 많이 붓는다. 피부색도 안좋고...
난 오늘 이브닝이었고 출근하자마자 아기 심박동 느려지기 시작했고...
살리기위해 이것저것 해보았으나 호전이 없었다.
보호자 불러 가망없다는 얘기하고 약들 하나하나 끊고, ECMO 끄고, 호흡기떼고,,,아기는 그렇게 갔다....
몸에 박혀있는 것들은 어찌나 많은지...가슴에 수술자국도 크고...주사바늘도 많이 꽂혀있고, tube도 박혀있고....
그것을 정리하는것까지 우리일이다. 주치의는 tube같은 것 제거하고 suture(봉합)한다.
우리는 지혈 잘 안되면 지혈될때까지 지혈시키고, 피묻어있으면 깨끗하게 닦고,
깨끗한 포로 아기 감싸서 아기 얼굴만 보이게하고 보호자 면회 시킨다.
그리고 장례식장에 아기 데려가라고 전화하면 그 분이 이동침대끌고 아기 데릴러 오신다.
가끔 나는 이런 생각한다. 내가 전생에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길래 이런 모습을 보고, 이런 일을해야할까...
처음에는 너무 두렵고 떨렸었다. 내가 보던 아기가 그렇게되면 눈물도 나려하고 가슴이 아팠지만 우리는
보호자들처럼 통곡하지도 표현하지도 못한다. 의료진은 그러면 안되기에...
하지만 가끔 너무 고생만 하기에 차라리 고생 덜하고 빨리갔으면 하는 생각도 들때가 있다.
너무 야박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그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애처롭고, 불쌍하고, 안타깝고..뭐라 표현을 해야할지...
하늘나라에 가면 푸른 벌판에서 다른 사람들과 소리내어 웃으며 뛰어놀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그 아이를 보내면서 하늘나라에서는 많이 사랑받고 행복하기를 기도했다.
아이를 보내면서 느끼는 것은 매번 다르다. 그리고 상황마다 다르다.
내가 한번도 돌보지 않았던 환자가 가는 경우, 정말 잘 크다가 갑자기 안좋아져서 가는경우, 초반부터 안좋아서
고생만 하다 가는 경우, 오래 있어서 정이 많이 들었던 경우...케이스가 다 달라서 그런지 기분과 느끼는것,
생각하는 것등이 달라진다. 더 많은 생각을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아무튼 저 세상에서는 좋은것만 경험했으면... 항상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첫댓글 가슴이 저립니다... 그저 아기의 명복을 빌어줄 수 밖에...
넘 슬프셨겠어요!.....힘내세요......해바라기님은 최선을 다하셨잖아요.....예쁜 하늘나라로 가기를....아기의 명복을 빌어요
네~ 지금 행복하게 지내고 있겠죠??
해바라기님. 제아내도 간호사 생활을 11년동안 하면서 환자에대한 사명감이 있었던것 같습니다. 해바라기님의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아내가 하는일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내도 예전에 산부인과 병동에 있었는데 귀여운 아가가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과정을 함께 한다는것에 대단히 자랑스러워 했던것 같습니다. 비록 아기가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부모님의 품을떠나 하늘나라로 같지만 해바라기님과 함께한 그 아기는 행복할겁니다. 혜선님의 기도가 저하늘에까지 전해질테니까요~~~
예쁜 천사가 되어 있을거 같아요~
인간의 몸이 참으로 복잡하고 오묘하군요.....그 작은 몸을 가진 아기의 수술이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그 아이를 살리려고 애쓰는 의료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글로 전달받는 저도 슬픈데, 아기가 그 작은 몸으로 온갖 처방을 다 받고, 결국엔 생명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해바라기님은 얼마나 슬펐을까.......
정말 인간의 몸은 신기해요~ 전 아직도 우리 몸에 대해 모르는것이 너무 많아요~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을거 같아요~ 세부적으로 들어갈수록...
연재되고 있는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독자로서 하나 부탁할래요! 슬픈 이야기 말고 재미있던 에피소드도 좀 실어주삼... 어제 아침에 이 글 읽고는 우울했답니다... (조카가 있는 삼촌으로서 자꾸 무서워져용)
저도 이런글쓰면 우울해요..근데 병원생활이~ㅋㅋ 재미있는 에피소드라...지금 여러가지 생각중인데~ 특별히~ㅋㅋ 서럽고, 슬픈거 잘 쓸수있는데~그만큼 한이 맺힌건가??ㅋㅋ 그래도 나름 웃는일도 많은데...담에는 다른 주제로 올께요~ㅋㅋ관심가져 주셔셔 감사~^^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은요. 가늠이 안되는 것 같아요. 제가 존경하는 분이 한 말인데,, 여기에 적절할까 모르겠어요. "조금 덜 사랑하기로 했다. 너무 사랑하면 너무 아프니까" 이기적인 말일수도 아닐 수 도 있지만, 생각해볼만한 것 같아요. =)
맞아요~그것도 방법이예요~솔직히 내가 담당하지 않았던 아기는 정이 별로 없어서 그런느낌 더 적거든요... 그래도 이런일 있을때마다 감정이 조금씩 메말라가는걸 느껴요~
아파도 아니되고 메마르는 것도 아니되는뎅.....^^;;;; ,,, 사랑에는 힘 조절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어미사자가 새끼사자를 물어 옮길때 , 너무 세게 물면 새끼가 죽고 , 너무 살살 물면 옮기질 못합니다. 그래서 어미사지가 새끼사자를 물 때 그 알맞은 사랑의 힘 조절,,,, 아프지도 헐겁지도 않은 따듯한 사랑의 힘조절,,,, 혜선씨 많이 힘들겠지만,, 그 사랑의 힘을 느끼시길 기도합니다.
기도까지~감사해요~ 더 정성껏 잘 봐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드네요~^^
캬 ~ 강총무님...구구절절....감동적인 말씀을 !! 나이팅게일 혜선씨, 힘나시겠네요^^
넵~보람이 느껴져요~^^
몸도 힘드실텐데.. 심적으로도 이렇게 감당하기 버거운 일들을 계속해서 감당해내야하니.. ㅜ_ㅜ
제가 그만큼 감당할 수 있으니까 이 일을 저에게 주셨고 저 또한 지금 이렇게 계속 하고 있으니 그것에 감사하려구요~힘들때 이런 생각을하면 좀 편해져요~
이 글을 읽으니 아들 한달 일찍 태어나...걱정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지금은 너무 씩씩해서 엄마가 힘들어하지만...저 이글 읽다가 눈물 흘릴 뻔 했습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를 생각하니...에고~ 괜히 내가 눈물 나네요. 혜선님 부탁 합니다. 천사들 하늘나라로 못 가게 해주세요. ㅜㅜ
저도 그러고 싶은데 사람의 생명은 저나, 의사나 어떻게 할 수 없는 힘이 있는거 같아요..그래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의료진들은...그렇게 믿고 싶기도 하구요~ㅋㅋ
가슴 아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