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추방작전
김일중
남쪽지방 어느 산골마을에
한 남자가 살았다.
집 주변에 밭을 일구고
씨를 부려 농사를 지으며
그럭저럭 살았다.
그러던 어느 해 가을
그곳에 철새가 날아들었다.
그 철새들은 그 마을 일대에
둥지를 틀고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그 남자의 밭에 있는
곡식을 먹어대기 시작했다.
몇 번 쫓아보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겨울이 다가오자
그 철새들은 떠났다.
그 남자의 밭에는 곡식의
빈 껍질만 수북하게 남았다.
매년 반복되는
철새들과의 싸움에
그 남자는 지치기 시작했고
늙어갔다.
늙어버린 남자는
농사일에 손을 땠고
그의 장성한 아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자 그 아들은
진돗개 네 마리를 샀다.
그리고 새벽마다 일어나
개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철새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도록
개들과 함께
그 마을을 이 잡듯이 돌아다녔다.
결국 철새들은 그 마을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나갔다.
아들은 밭에 가서
잘 여문 곡식을
제대로 수확했다.
그리고 매년 가을이 오면
그 아들은 개들과 함께
철새추방작전을 펼쳤다.
서울 어느 가정에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럭저럭 살았다.
그는 나이 오십이 넘어
직장에서 퇴직했다.
그런데 그 해 늦가을에
감기에 걸렸다.
그리고 겨우내 고생하고
이듬해 봄에 나았다.
다시 가을이 되었고
겨울이 오기 전에 감기에 걸렸다.
몇 번 병원에 가서
치료하려고 노력했지만
쉽게 났지 않았다.
매년 반복되는 겨울 감기에
그는 치료하기에 지쳐 버렸고
포기하고 운명처럼 받아들였다.
그리고 십 여 년이 지난 후
폐병으로 죽었다.
세월이 흘러 그 남자의 아들도
나이가 오십 고개를 넘었다.
그도 매년 겨울 감기를 앓았다.
그러던 어느 해 가을
그 아들은 감기예방접종을 받았다.
그리고 새벽예배를 다니면서
감기 걸리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예배가 끝나면 사우나탕에 들렀다.
겨우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기도와 사우나탕에 다녔다.
그 아들은 감기에 걸리지 않고
이듬해 봄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 아들은 매년 가을이 오면
자신의 인생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감기퇴치작전을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