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벅찼던’ 첫공연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밴드였건만 쉬운게 하나도 없었다. 다들 직장인이라 매주 정해진 요일에 모인다는게 쉽지 않았고 거기다 멤버중 두 사람은 부산과 양산에 거주중이라 더더욱 힘들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한곡두곡 레퍼토리를 늘려나가기 시작했고 드디어 밴드 결성후 처음으로 공연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대학후배들 정기공연 게스트로 참여, 때는 1999년도 좋은 계절 5월이니 밴드 결성후 딱1년만이다. 이때 동영상을 8mm캠코드로 촬영했는데 알맹이는 어디 갔는지 없고 케이스만 있다. 황당하다. (차라리 없는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첫무대의 긴장감으로 다들 정신 못차리고 연주한 걸로 기억된다. 공연전날 과음으로 홍일이는 노래하면서 굉장히 힘들어했고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 그야말로 난장판.. 헌데 홍일이 노래하는 모습을 본 90학번 후배가 깜짝 놀라면서 ‘형, 저런 친구 어디서 찾았어요?!!’한게 생각난다. (그 후배는 서울 강서구에서 파스타가게 운영중, 가까이 계시는 분들은 방문해보시면 만족하시리라 생각됩니다)
첫 공연에서 가장 기억나는 곡은 Rainbow의 All Night Long. 하지만 함부로 불러선 안될 곡이다.
첫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기타리스트와 드러머는 밴드를 탈퇴한다. (뭐 친구들이니 지금도 가끔 만나 옛날 얘기를 안주 삼아 한잔하기도 한다) 이후 홍일이하고 둘이서 그냥저냥 기타치고 노래 부르고 놀았다.
이후 창원에 거주중이던 대학후배를 끌어들여 드럼에 앉힌다. 이 친구는 스쿨밴드에서 드럼을 쳤던 친구라 합주를 하는데 탄력이 붙는다. 헌데 기타리스트를 뽑기가 쉽지 않아 결국 내가 기타를 잡고 홍일이에게 베이스를 가르친다. 그렇게 세명이 한동안 연주를 했다.
이후 고등학교 친구를 끌어들여 기타를 맡기고 2000년도 3월에 키보디스트와 보컬리스트를 한명 더 받아들인다. 보컬리스트가 왜 한명 더 들어왔는지 기억이 명확치 않다. 동호회 같은 개념으로 한명 더 받아들인건지 뭔지 기억이 없다. 그렇게 여섯명으로 불어난 밴드로 그해 가을, 게스트로 공연을 한번 가졌고 잠시 머물던 키보디스트, 드러머, 또 한명의 보컬리스트는 팀을 떠난다.
- 드러머 권웅과의 만남
남은 세 명의 멤버는 2001년 4월, 바크하우스 드럼의 획을 그은 권웅을 맞이하게 된다. 창원 모대학의 밴드 동아리 커뮤니티 게시판에 드러머 구인글을 올린 것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웅이를 처음 만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충격적인 비주얼 때문이었을까?! 창원 도계주유소 앞 길거리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이 사람이 맞나 싶었다. 만나기전 전화통화로 나이는 몇살이며 어디에 살고 있고 드럼을 친 경력은 어느 정도고 등 이런 부분을 확인했던 터인데 나이와 외모가 매칭이 안되서,,, 웅이가 먼저 얘길한다. ‘전화 통화한 사람 저 맞습니다.’ 내 표정을 보고 바로 읽었나보다. 나보다 여섯 살 동생인데도 한동안 말을 편하게 놓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젊어진 외모다. 본 나이를 찾아가는 중. 그리고 ‘의외로’ 귀엽다. (웅이는 경북 안동이 고향이고 안동 권씨 집안)
연습실로 같이 가서 이런저런 신상조사를 한 다음 ‘같이 연주 한번 해봅시다’ 하면서 기타를 맨다.
나 : 어떤 곡 해봤어요?
웅 : 아무거나 해보입시더.
나 : Deep Purple의 Highway Star 되요?
웅 : (피식)
뒤에 물어보니 ‘뭔 이런 구닥다리를’ 하는 의미였고 그 곡은 ‘락커들의 애국가’라 당연히 연주를 할 줄 알았다. 그리고 Dio의 Holy Diver 할 줄 아냐고 물었다. 물론 되지. 웅이는 메탈리카 세대라 내가 듣던 시대와는 살짝 차이가 있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으로 웅이가 바크하우스에서 스틱을 잡게 된다.
- 부산시대 시작, 그리고 수많은 멤버 교체
내가 직장을 부산으로 옮기면서 창원에서의 시대가 마감된다.(저는 원래 부산사람 입니다) 그리고 원년 바크하우스의 기타리스트였던 친구가 부산에서 다른 팀을 결성해 활동중이었는데 의기투합하여 동래구 미남시장 지하의 한켠을 얻어 두 번째 연습실을 만든다. 여기서는 총 네 팀이 같이 연습실을 사용했는데 창원에 있던 바크하우스의 장비를 그대로 다 가져와서 같이 사용한다. 그리고 기타리스트가 다시 교체가 되고 (또 학교후배 영입) 바크하우스 최초의 여성보컬이 가입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홍일이가 이런저런 개인사정으로 밴드에 전념할 수 없던 상황이라 다른 보컬을 예비로 자꾸 받아들였던 것 같다. 2002년 3월 부산 서면의 Holiday클럽에서 이 네 팀이 모여 합동 공연을 했다.
이 공연 이후 홍일이는 팀을 떠난다.(첫번째 탈퇴) 2002년 5월이고 개인적인 상황이었다. 다시 구인광고를 하게 되고 다행히 바로 새로운 보컬리스트를 맞이하게 된다. 여성 보컬리스트가 계속 남아 있었으나 곡에 따라 남성 보컬리스트가 한명 더 필요해서 맞아들인다. 이때는 자작곡이 아닌 커버곡을 연주하던 시절이라... 그리고 또 한명의 기타리스트를 더 영입하여 트윈기타 시스템을 구축한다. 같은 해 6월 이 라인업으로 웅이 소개로 안동시청 대강당에서 실시된 안동 락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 공연을 끝으로 여성 보컬리스트는 팀을 떠나고 이듬해 1월 기타리스트 한명의 탈퇴로 또 다른 기타리스트인 정노진을 영입한다. (이 친구는 뒤에 언급할 내용이 있어 이름을 밝힙니다)
- 멤버 전원 교체된 바크하우스 공연 (2003. 9)
2003년 7월 웅이가 개인사정으로 팀을 탈퇴(첫번째 탈퇴)하여 또 다른 드러머를 영입하게 된다. 수개월 후 남성 보컬리스트가 그만두며 홍일이가 10월 다시 팀으로 복귀한다. 이 사이 많은 멤버교체에도 불구하고 부산지역 클럽을 중심으로 수차례 라이브를 가지며 활발한 활동을 하며 지역 내에 서서히 바크하우스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2004년으로 해가 바뀌면서 개인사로 인해 홍일이가 다시 팀을 떠나게 되고(두번째 탈퇴) 이전 보컬리스트가 다시 돌아온다. (멤버들이 동네구멍가게 들락거리듯 하던 시절입니다)
그해 5월 드디어 바크하우스는 사상구로 본거지를 옮긴다. 공동의 합주실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공간을 마련한다. 사상구 감전동 모처 공장지하를 얻어 자리를 잡게 된다. (보증금 100에 월10만원, 세상 싸다) 아직 이 금액 그대로인데 지금은 후배밴드가 사용중이다. 총세번째 합주실 공사를 하게 되고 (벽에 흡음제를 붙이며 본드 냄새로 환각상태에 빠지기는 일생에 처음) 여기서만 11년간 머문다.
- 밴드 레드원
그해 9월 동아대 축제때 강산에님과 함께 공연에 참여하게 되고 그 무렵 바크하우스를 떠났던 홍일, 웅, 노진 세사람이 뭉쳐 또다른 베이시스트를 영입하여 ‘밴드 레드원’을 결성한다. 바크하우스에는 이미 멤버들이 각자의 포지션을 맡고 있던터라 이 세 사람은 결국 다른 팀을 결성할 수 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밴드 레드원은 바크하우스의 연습실을 같이 사용하며 같이 공연도 한적이 있다. 바크하우스+레드원 합동라이브.
레드원은 1년 정도 아니면 그 이하의 기간 동안 활동을 한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합동 라이브를 회상하는 팬분의 표현에 의하면 ‘어떤 팀이 바크하우스고 어떤 팀이 레드원인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바크하우스에는 익숙한 얼굴이 나뿐이고 레드원에는 바크하우스 출신 멤버가 세 명이나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후 밴드 레드원의 공연이 있었는데 공연 직전 베이시스트가 탈퇴해 내가 레드원에서 베이스를 대신 연주한 적도 있다. 이건 뭐,,,
2005년 6월경 바크하우스의 세 명의 멤버가 타지역으로 직장 이직 등의 이유로 조금씩은 다른 시기에 팀을 그만두게 된다. 이에 레드원 멤버 세사람–홍일, 웅, 노진-이 다시 바크하우스로 합류한다. 그리고 10월에 현재 키보디스트인 승환이 합류하게 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으나 보컬리스트로 가입하고자 했는데 ‘자네 다룰 수 있는 악기가 뭔가’해서 키보디스트의 자리로 앉게 된다.
이 무렵에는 많은 팀들과 어울려 공연을 많이 했다. 지금 그 밴드들 다 어디로 갔는지... - 기억나는 팀들을 적어보면 미르, 지하드, 다운인어홀, 원밴드(바크하우스와는 아주 친한 브라더 밴드다), 레전드 등 -
수년간 빈번한 멤버 교체를 겪으며 바크하우스는 1집 앨범 발매를 목표로 슬슬 준비한다.
2021.3.12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written by STEELER
첫댓글 저는 원밴드를 통해 바크하우스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음악을 많이 듣지를 못하네요 ㅠㅠ
바크하우스 1집을 구하려고 1분 미리듣기 해 볼때...
인트로 시작부터 일단 띠용...40초 보컬 시작에서 저도 모르게 공중부양 했던 기억이 있네요^^
행님 99년 5월 알맹이 비디오 테잎 저희집에 있어요. 승훈 성준형 나가시고 그 즈음에 행님이 기타 잡으시고 홍일이가 세컨기타 , 보컬도하고 저는 베이스 좀 하다가 (틀려도 티가 안났음!) 도계동 합주실 물난리 났을때 저는 낙엽처럼 합주실을 탈출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ㅎㅎㅎ
원 모어 리즌 생각나네ㅎㅎ 그리고!!!! 그 테잎 알맹이 다음주에 연습실 올때 소환하삼. 꼭꼭!!
@Barkhouse 예 행님^^ Joy 도 생각나고 컴투게더도 생각납니다.
본문의
(그 알맹이 차라리 없는게 다행일지도 모른다)에도 불구하고 챙기가겠습니다~
바크하우스가 레드원이고 레드원이 곧 바크하우스니라. 무협소설의 한장면인듯 홍일님 카페이름의 유래가 여기서 시작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