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sty rose 빛 황혼의 아리조나 Rainbow Canyon (시찌부가 사진으로 설명해 주갔지) 무늬 하늘을 검푸른 구름이 밀어내고 있을 즈음, 경주에 도착하였다. 지치고 허기진, 미국에서오고 오스트리아에서온 거지들이 어기적어기적 버스에서 기어내려오고 잔뜩 지친 꼬맹이들이 말도 못하고 부모손잡고 내린곳이 요석궁이라는 요상한 식당앞이었다. 말을 들어본즉, 신라적 요석공주가 살았던 집터에 한정식 집을 짓고, 요석궁이라는 간판을 걸었다는군 (믿거나 말거나). 원래 예약을 한곳이라 기다림없이 곧장 안으로 들어들갔다. 한식대문을 넘어가 (한식대문에는 반드시 문턱이 있음. 남대문같은 성문들만 빼놓고) 안으로 들어서니, 정원이 나오는데 어디선가 고전 드라마에서 본것같은 풍경이 눈에 보인다. 석등도있고, 조고마한 수풀도있고. 한옥대청으로 올라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기다란 식탁에 벌써 상준비가 되어있다. 방석위에 털푸럭 주저앉으니 따뜻한 온돌방온기가 엉덩이를 으 - 하게 다듬어준다. 아 - 피곤이 사르르 녹아들고, 늑발에 여행하는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하는 생각이 새롭다. 곧이어 소꼽장난할때쓰는 것같은 반찬종기들이 줄줄이 들어오고, 떡갈비랑, 생선구이랑, 가만 보니 팔첩반상기같다. 수저 젓가락도 궁전스타일로 화려한 무늬가있고, 밥은 까만쌀로 몸에 좋을것임에 틀림없고; 배고픈김에 상에놓인 반찬들을 싹쓸이했다.
졸린배를 부여잡고 부른 눈을 치켜뜨며 밖으로나오니 벌써 캄캄하다. 같이온 관광안내양이 바로근처에 최부자네 집이 있다고 들려서가잔다. 원래는 낮에들릴 계획이엿었는데 사고로 그만 너무늦게 도착해, 안에는 들어가볼수없고 문을닫아서, 밖에서만 둘러보고 가잔다. 쇄사슬에 끌려가는 노예들처럼 가자는대로 따라 담장밖을 주-욱 돌았다. 크긴 크더라. 청소하려면 사람꾀나 들었겄더라. 안에 들어가봤으면 볼거리가 있었을것 같았지만, 어쩔수없제. 그다음 들린곳이 총석정이라고 밤에도 입장을 허락한다는군. 도착하니 워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좀 놀랬다. 수학여행온 학생들이랑 중국관광객들로 사람에 밀리다시피하며 돌아봤다. 이게 관광인지 크리스마스때 명동 길인지, 운동은 되겠더군. 재잘거리는 학생들 틈에서 달이 밝길래 총석정 호수를 배경으로 집사람 포즈잡으라하고 사진몇장을 찍었는데, 갤럭시 4가 별로였는지 시커멓게만 나와서 배렸다. 숙소로 정한 경주 힐튼호텔에 도착하여 짐풀고 뜨거운 물받아 탕에 둘어누으니, 아 - 그제사 피곤이 좀 풀리는것 같다. 다른사람들은 좀있다 아래층 살롱에서 술한잔씩하기로 하였다는데, 난 별로 맘내키지도 않거니와, 소시적같지않고 위스키 두어잔이면 깨꼴랑이다. 한참 할때면 거짓말좀보태서 죠니워커 한병은 혼자서도 마셨는데 말이야 (역시 믿거나 말거나).
눈을뜨니 벌써 밖이 밝았다. 오늘 시곗줄은 어떻게 돼나.
짐을싸서 아래 로비로 내려가니, 나랑 내 안사람이 제일 먼저온것같다. 좀있으니 동생내외가 잘 주무셨나고 인사하며 전날 저녁엔 한시간정도 술마시고 다들 피곤해 일찍들 올라갔다는군. 오늘은 불국사구경한단다. 원래 반나절 스케쥴로 잡았는데, 어제 못들린곳이 많아 한 두시간으로 줄이고 여유를만들어 볼란다고하는군. 아침 먹으러간곳이 순두부 잘한다는 곳이다. 순두부가 먹어본것 중에서 제일 난것 같다; 내 집사람것도 포함해서. 그보다도 거기나온 반찬중에 멸치젖이 있었는데, 보통멸치의 세배되는 크기에 납짝하고 딱 하나 나왔는데, 그 맛이라니 ! 정말 눈물이 나올정도로 감격했다. 그래 이맛이야. 육십여년전 할머니가 밥상위에 내주시던 바로 그맛 ! 그 멸치젖 한개만으로도 밥 한그릇을 후딱 해 치울수 있었던 바로 그 맛 ! 야 - 그맛을 여기서 만나다니, 여행길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아침을 끝내고 간곳이 불국사. 내 생에 처음들리는 곳이라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리니, 돈을 내고 들어간단다. 이젠 절에 들어갈래도 돈을 내야하는구나. 내가 살던때는 그냥 다 들어갔던걸로 아는데말야. 절문을 들어서니 눈에 국민학교 (지금은 초등학교라고 하는구만) 교과서에서 본 사진 광경이 눈앞에 닥아온다. 운하교라든가 하는 다리랑 계단수대로 이승에서 고행을 치루고 올라서 들어가는문이 중생문이고 극락에 들어서기전 대기한다는 그 머시기라는 마당을 지나 다시 해탈수행의 계단을 오라서면 해탈의 문을 지나 드디어 극락세계에 들어서, 극락정이랑 절당건물들을 볼수있었다. 그 마당 양쪽에 다보탑과 석가탑을 볼수있는데, 석가탑은 보수중이라 지금은 가려져 안타깝게도 볼수없었다. 여전히 관광객들로 붐비는데, 거기서 일하시는분 말로는 지금은 주중이라 그나마 한가한 편이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다시 모이란다. 다음은 천마총에 간단다. 허나,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점심 먹고 가자는 국민대중의 여론에 의해 예약해둔 떡갈비집으로. 떡갈비는 부드럽고 좋았다만, 떡갈비는 떡갈비. 뭐 특별히 날 놀랄키는 일은 없었더구나.
천마총에 도착하니 마침 보슬비가 살 살 나리기 시작한다. 둥구란 무덤속이라고 들어가 보니, 대여섯군데 유리칸막이 건너로 서너점 유물이라고 있는데, 여길 보자고 돈내고 들어온 연유가 뭔지.... 이걸 보아컨데 아마도 이짚트 피라밑 구경도 비젖하리라 지레 짐작하는 바 - 입니다. 볼만한건 다 경주박물관에 있다는데, 시간상 그건 생략하기로 하여 내맘을 썹하게 한다. 다음 행선지는 김무열왕의 동해수중묘이다. 무열왕이 유언으로 자길 동해 바다에 묻으면 왜구로부터 신라를 지키겠다고 하여 바다속에 왕의 묘를 만들었다는곳. 가는길이 마침 첨성대를 지나가니 창밖으로 보시라는 안내양 말쌈에 밖을 보니, 쬐메한 탑이 약간 옆으로 기우러져있는 모양이 눈에 들어온다. 이건 뭐 주마간산이 아니라 주마첨성대인 셈. 점입가경으로 동생이 나보고 오스트리아 사돈댁들을 위해 영어로 첨성대 설명을 하란다. 지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미국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까지 딴 주제에 나보다 영얼 하면 열배 백배 잘할텐데, 겨우 밥벌어 먹고사는 영어실력인 나보고 하라니. 그것도 난생처음보는 삼천년전 첨섬대 설명이라니. 내 원 참. 시간끌면 괜히 빼는것같고 또 옆에서 날 우럴어 보는 안사람앞에서 체면도 있어, 되는대로 소시적 기억을 더듬어가며 영어 반 콩글리쉬 반 섞어 상상력도 보태고 평소 좋아하는 우주지식도 간 쳐서 횡설수설하다가 박수소리를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속으로는 "땀 뺏네" 하며.
부슬비가 계속나리는 가운데 내려 해변 모래사장을 좀 걸어가니 저 건너 조그마한 돌섬같은게 보인다. 그곳이란다. 무열왕수중능이. 그 옛날, 왕이되었서도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 죽는 순간까지도 걱정하였을 그의 맘이 조금은 와닸는 것 같았다. 요즘의 한국 정치인들은 어떤지....
이제 서울로 올라간단다. 가는길에 안동마을에 잠간들려 구경하고 갈 계획이라는구만. 난 여기서 찟어져 부산으로 갈 계획이다. 동생에게 말해 가는길에 KTX 정거장에 내려달라고했다. 마침 오스트리아 사돈댁 동생분이 그의 약혼자와 함께 역시 부산 갈 계획이라고해서 같이들 내렸다. 계네는 그 동생분이 아키텍처로 일하는 건축회사에서 몇년전에 부산 영화전당 건물을 설계하고 지은 것이라, 한국에 온김에 보고가려고 한다는구만. 잘 됐다고 하고 같이 표끗고 구내 커피집에서 커피마시며 기차올때까지 시간을 보냈다. 기차시간이되어 역구내에 들어서니 야 - 장관이구나. 드높은 천정이 철빔으로 아취모양을 이루고, 보잉 747 비행기가 다섯채는 들어 올만한 거대한 공간에 바닥은 왜그리 깨끗한지. 촌놈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드군 (바로 나). 타는 손님들은 우리일행까지 포함해 열명이 못되고 늘씬한 디자인의 KTX 기차에 올라가니 산뜻한 냄새와 파란색 좌석들이 마음에 쏙 들었다. 서로 마주보고 앉는 자리에 앉아 주섬주섬 얘기도하고 기차저쪽 벽에 표시된 속도계를 본다. 100, 200, 240, 275, 290, 305 와 - 빠르다. 안에서는 느끼지 못하겠는데, 속도계는 300 KM를 흘쩍 넘어 기~차~는 달린다. 부산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하고, 오늘은 여기서 끝.
첫댓글 옛날 교과서 에 나오던 불국사 사진은 똑같은데...왠 미인이 가운데 자리 잡고 계시지?? 불국사를 찍다보니 천하미인 사진이 넘 작게 나와 아쉽구나...확대 해서 다시 올리거라..잉!
산처럼 엄청나게 큰 왕능들도 근처에 있었던 기억인데...거길 빠뜨렸나봐.. 그래도 힘빠지는 미국에서 사는 촌놈이 KTX 처럼 빨리 발전하는 한국가서 좋은것 많이 먹고 구경도 많이 했구나..부럽다이..
불국사사진 아주 멋지게 찍으셨네 . 이제 모든매체에 올라있는 불국사 사진을 이걸로 바꿔야 할 듯합니다
나이드니까 어려서 먹던 음식이 제일 입에 맞는것 같아요 멸치젓깔은 얼마나 반가웠을지 상상이 됩니다
dusty rose빛 황혼의 아리조나 Rainbow Canyon 무늬 하늘은 어떤 하늘일까나?
시찌부가 세금철이라 바빠서 사진을 못 올린것같아, 제가 올렸읍니다.
johnjon 가족분들은
모두 global family 네요
johnjon님 아무래도
인생후반부는 작가로
활동하셔야 할것같네요
다음 부산편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