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올림픽에서 역도로 금메달을 땄던 장미란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는 자신의 기록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으로 메달을 획득하는데 실패했다.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그나마 자신의 최선을 다 한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가뿐히 들어 올렸을 무게의 역기조차 감당치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그녀의 모습이 참으로 애처로워 보였다. 그녀는 쓰린 가슴을 쓸어내리며 눈물을 머금고 단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그녀는 기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지난 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록을 세운 후에도 기도했다. 그러나 이번에 실패와 좌절의 한복판에서 그녀가 드린 기도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운동선수들이 대중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세상 사람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데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다.
한 TV아나운서는 그녀가 기도하는 모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축구선수가 골을 멋지게 넣은 후 세러머니를 하듯이 기도하는 모습이나 운동경기에서 통쾌한 승리를 거운 후 드리는 기도보다 실패의 쓴 잔을 마시고 눈물을 흘리며 드리는 기도가 보는 이들에게는 더 의미있고 감명 깊게 와 닿는 모양이다.
그런 기도가 좀 더 참된 기도를 반영한다고 본다. 골을 넣은 후에 드리는 기도는 하나님을 그런 행운을 안겨주는 여신이나 재미있게 관람해야 할 스포츠까지 끼어 들어 한 쪽 편을 들어주는 얄궂은 신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기도하는 선수는 하나님께 진정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했을 것이니, 그런 개인적 신앙의 표현을 꼭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그런 기도보다는 장미란의 기도가 좀 더 기독교적인 기도의 특성을 반영했다고 보는 것은 승리의 행운이 따른 것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비참한 실패에도 불구하고 범사에 감사한 기도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기적과 같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무거운 역기를 번쩍 들어 올릴 수 있기를 내심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감사를 잊지 않았다. 결과에 상관없이 자신의 최선을 다 하게 해 주신데 대한 감사이니 올림픽 정신과도 부합한 자세이다.
이제는 올림픽까지 자본주의 사회의 치열한 경쟁체제와 가치관에 포로가 되어 그 근본정신이 퇴색되어 버렸다. 일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의 연장이 되고 금덩이를 향해 혈안이 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승패에 상관없이 감사하는 장미란 선수야말로 진정한 금메달리스트인 셈이다.
그녀는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을까 가장 염려가 된다고 했다. 그런 염려 일랑 내려놓으시라. 국민들이 오히려 그녀에게 큰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을 보면 참 훈훈한 정이 느껴진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는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첫댓글 장미란씨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웠습니다.
부럽습니다. 그 믿음이 그리고 제자신이 부끄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