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8.07.
#.in 로텐부르크
뮌헨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사선으로 세상이 쏟아진다. 그리고 빗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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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의 기차를 갈아탔던가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로텐부르크.
그 끝에 도착한 로텐부르크 자체도 천신만고 투성이었다.
꿈꾸던 들판과 언덕이, 더불어 하늘과 지 멋대로인 구름 역시 사선으로 기운다.
모든 것이 쏟아지고 내 앞자리에 앉은 빨간 목 스웨터를 입은 동공이 불투명한 독일 아줌마는 너무나 무심한 눈길을 던지고있다. 불친절하다.
이 평화의 땅 위에서도 저런 눈이 가능한가.
그녀는 나에게 한 마디 하지 않았지만 인간이 신기한 것이, 인종을 불문하고 인격이나 그 성깔의 정도가 그 강세가 얼굴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것을 되도안하게 가늠하는 나는 더 웃기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목이 묻혀 버릴 것 같은 저 빨간색은 너무나 불친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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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은 날씨가 관건이다. 하늘님이 쬐여 주시는 볕의 양에 따라 우리 목숨이 달려있다.
나는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_-)
로텐부르크 역에 내리자마자 내리던 비는 아주 들이(처)부었고 천둥 번개 증손자뻘 쯤 되는 회오리바람이 난동이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나는 일주일 동안 가늠 할 수 없는 유럽의 미친 하늘을 이미 가늠하고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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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괜찮아요 괜찮아요
쌩쌩 불어도 괜찮아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괜찮아요 -
정말이지 나는 끊임 없이 노래를 불렀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하지만 비 바람에 내 소리는 묻혔고 나는 더 큰 소리를 처불러댔다. 울지 않고 아주 명랑하게. 가사는 저기 까지 밖에 몰라 지겹지 않은 돌림노래가 되었다. 계속 불렀다.
비가 그치더라.
과연 미친 유럽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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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나더라.
감사해서 미쳤다. 미친 하늘 아래 절규했다. 구름도 걷힌다. 환장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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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구름이 다시 드리우기 전에 정신없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맑은 하늘이 불안해서 하늘 한 번 땅 한 번, 하늘 한 번 중세 지붕 한 번, 하늘 한 번 손으로 말 대가리 한 번, 하늘 한 번 굳은 안면 근육에 웃음 한 번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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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으로 오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서 여유롭지 못했다. 기어다니면서 하나하나 다 훑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되돌아 가야할 뮌헨이 있고 제시간에 타야만 하는 기차가 있고 또 언제 비바람 쳐댈지 모를 미친 하늘이 있고. 로텐은 모든게 서둘러야했다.
하지만 나는 빵민지.
빵민지는 식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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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우 볼이 빠진 로텐이여 무효하라.
서슴치 않고 습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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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의 압박에 그리고 뻐터의 압박에 그리고 크기의 압박에 뻐터 오리지날 하나와 쪼꼬 하나를 품에 안고 나서니 비바람이 몰아쳐도 울지 않는 캔디가 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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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하찮은 말로써 이르자면
snow ball이라 하는 것으로 크기는 성인의 두 손을 포갠 주먹보다 약간 크며 종이 봉투에 배여나오는 뻐터와 기름의 그 흥건한 자국에 순간 섬칫 할 것이나 바스러진 단 한 조각이라도 입 안에 넣어본 자는 로텐을 뒤로 두고 떠나는 길에도 캔디 쏭이 절로 흘러 나올 것이니 던킨을 잠시 외도하고 한 번쯤은 이 요물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말을 많이 하지 못했다. 동행한 사람들 모두.
조급 하기도 하였지만 잠깐동안 맑아 주었던 하늘 아래 로텐의 지붕 끝은 말을 잃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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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텐의 모든 간판들은 과히 art이나 내가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불찰을 일으켰다.
죄인의 죄목은 스스로가 알지니 한 장으로 쫑.
그러니까 로텐은 이렇게 성벽으로 둘러져 있는 마을이다.
이 작은 울타리 안에 명랑한 중세가 살아있다.
나는 얼마너치의 감동을 기대하는가.
그리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의 한계는.
다리에 자꾸만 휘감기는 치마를 부여잡고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기어올라 꿈꾸던 중세하늘을 보고 악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물레도 없이 탑 꼭대기에 앉아있는 뚱보 할머니가 1.5유로를 내란다.
일행 중 세명은 기겁을 하고 돌아서 그 미친 계단을 다시 기어내려가고 나는, 낸다.
그깟 1.5유로에 하늘 꿈을 접겠는가.
너무 고생해서 달려간 로텐 부르크를 날아서 한 바퀴 빙 둘러보고 말다 온 기분이다.
이런 제약. 제한.
제 시간에 기차에 몸은 실었지만 운다. 하늘도 운다.
기차가 출발한 지 5분 남짓 됐을까 저 미친 하늘이 다시 운다. 유럽 하늘에 이렇다할 날씨란 없다. 구름 지가 꼴리는대로다.
그래도 나는 다행이었으니까 무지개 구름한테 욕은 말자.
적응 할 만 하면 떠나고, 떠나면 도착하는 불안한 이동이 계속되고있다.
하지만 적응할 수 없게 만드는 이 여행에 나는 서서히 적응하고 있다. 모든 순간도 불안도 금지와 자유의 모든 영역, 변화하는 시간도 적응 안되는 것에도 모두 적응해 나가고 있다.
시간의 압박은 유럽에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모험과 배짱에 금지구역은 없다. 처음부터 불안이 잔뜩 낀 로텐부르크는 모험이었다.
호랑이 같은 기운이 마구 느껴진다. 장딴지 근육의 알만큼 보람차다.
완전히 발가벗은 로텐부르크를 느끼지 못하고 떠나는 길이 나는 자꾸만 숨이 막힌다.
하지만 이 트지 못한 숨은 내일 나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뚫릴 것이다.
괜찮다.
밤 8시 40분.
오후 6시 같은 하늘과 풀 숲 붉은 지붕을 고스란히 남겨둔 채 나는 등 뒤로 달려간다.
떠돌이의 정거장 뮌헨으로.
첫댓글 사진이 너무 이쁘네요^^ 맛있는 쿠키도 보이고 ㅠ.ㅠ 잘봤습니다~
여행기 넘 잘봤어요~!저도 님같이 꼭 저 기차안에서 저 창밖을 보고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평소 보지 못했던 로텐의 사진들과 결코 가볍지 않게 쓰신 글들..... 감상 잘 했습니다.
쉽게 공감할 수 없는 것을 모두 같이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해서 있는 그대로의 풍경을 말로 옮겨놓는 엄한 짓을 하고 있습니다.(-_-) 그래도 감사해요.^-^.
잘 봤어요.. 이번에 로텐 가려다 못갔는데 다음에 한번 가봐야겠네요..^^
정말 가고싶네요..10월에 가는데 유럽의 하늘은 더 미칠까요? ㅎㅎ 암튼 이런 글 볼때마다 어찌나 가슴이 뛰는지....ㅠㅜ
호라님. 저도 토할것 같은 기대를 품고서 비바람 후폭풍을 뚫고 로텐에 들어갔죠. 그런데 토할 정도는 아니었고 토하기 직전 구토 즘 까지-_-...ㅎ;떠나기 전에 너무 가슴 부풀이지는 말아요. 뭐든 적당한게 좋은 것 같아요. 진짜알짜배기는 직접 경험이니까.^^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