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서울은 잠시 거쳐가는 곳이라 거창한 계획은 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전부터 눈으로 직접 보고싶었던 코엑스 3D전광판과 별마당 도서관으로 여유있는 오전과 오후를 채워봤습니다.
이런 것들을 직접보면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란 말을 따라야하나 싶어요. 넘쳐 흐르는 파도와 고래로 가득 찬 전광판은 아니지만 각종 광고속에서 동물들이 폴짝 뛰어나오는 장면을 눈에 담아왔네요.
몇해 전 김해 지혜의 바다를 처음 갔을 때 천장까지 올라가는 책꽂이를 보며 우와~하며 신기해했는데 별마당 도서관의 규모는 더 엄청납니다. 우리집 꼬맹이들도 가득찬 만화책코너가 맘에 드나 봅니다.
별마당도서관에 서 있는 사람들은 전부 관광객이었고ㅋ앉아있는 사람들은 책을 읽으러 온 사람들 같아요. 도서관이 외국인들에게 핫한 관광지가 되는 게 신기하네요. 저 역시 관광객이지만 관광객으로 보이지 않으려고 책을 한권 집어들었습니다.
표지가 예뻐 생각없이 고른 박상영 작가의 에세이가 알고 고른 것 마냥 "여행과 휴식"에 관한 글이었다는 것과 며칠전 갔던 강원도 테라로사가 책에서 등장해 깜짝 놀랐습니다. 이런 우연에 우연이 겹치는 순간들이 주는 짜릿함이 참 좋네요. 역시 키득댈만큼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네요.
바닥에 육상 트랙을 그어 "당신은 쇼핑하는 게 아니에요~운동하고 있는 거에요~~"라고 무거워진 마음을 한결 덜어내줍니다. 에스컬레이터 옆은 럭셔리한 명품 광고가 연속적으로 줄이 세워져 있다보니 저절로 눈이 가긴 하네요. 지난 정모도서였던 <과학콘서트>보다 업그레이드 된 자본시장의 최고봉을 경험 한 느낌입니다.
길을 헤매다 파르나스 호텔을 지나가다가 로비에 앤디 워홀이란 이름에 저절로 눈이 갔습니다. 찾아보니 여긴 그동안 많은 작가들의 작품이 계속 바뀌면서 상설전시중이네요. 지난달은 기안84작품도 걸렸대요. 호텔엔 참 그림이 많네요. 이번 여행은 뭔가 모르게 계속 책과 그림이 자주 등장합니다.
앤디워홀의 얼굴없는 사람 드로잉은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게 됩니다. 뭔가 떠오를듯하면서 상상하는 느낌이 참 좋네요.
좋은 기분을 안고 비행기보러 날아왔습니다. 숙소로 가는 중간지점이 김포라서 얼마전 알쓸별잡에 나온 국립항공박물관을 가봅니다. 가다보니 여기가 내년 총선의 기세를 잡을 수 있는 강서구 구청장 보궐선거로 핫한 강서구였네요. 딴지역 선거 별 관심없는데 눈엔 들어왔어요. 누가되려나..?
김포공항 옆에 있는 국립항공박물관은 많은 비행기가 천장에 매달려있는 모습과 항공독립운동가들을 서랍 하나 하나 채워서 소개하는 곳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는 이름은 딸랑 하나, 안창호. 이름 없는 서랍도 곧 채워지길 바랍니다. 전망대에서 저 멀리 김포공항으로 오가는 비행기를 바라보니 여행와 있으면서도 더 멀리 어딘가로 가고싶은 마음이 드네요.
비행기를 타진 못하니 보트로 대리만족을 느껴봅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벤치마킹한거겠죠?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는 문보트, 호박마차보트 등이 유유히 떠 흘러간답니다. 기다림에 도가 텄기에 이정도 줄서기는 끄떡없습니다.
보람 찬 기다림입니다. 아이들이 오늘 하루 중 가장 즐거워 한 시간이었어요. 이젠 전동보트라서 예전 오리배처럼 페달을 마구 밝아야하는 수고로움이 사라졌네요. 둥둥 떠서 이대로 어딘가로 흘러갈 것 같은 기분이 좋았습니다. 물은 참 신기합니다.
자정이 되어갈 때 입실하게 된 게스트하우스는 우리집보다 안락했고 아들래미가 공용거실 쇼파에 냅다 엎드리며 눕는 걸 보니 새삼 아이들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엄마의 전투적인 여행취향 때문에 힘든 여정 속에서도 투덜거림없이 잘 따라와주는게 너무 고맙단 마음을 가지며 마무리한 하루입니다.
왜...글이 하루 하루 길어지는지.........
첫댓글 이동 시간과 기다림 없이 여행 다녀 온 기분이네요
와우 서울구경이다~~^^
서울은 결혼식장 갔던게 전부인지라
시골사람 티 날까봐 말도 안하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사람들은 안그러겠죠 ㅋㅋㅋ
여행은 기다림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