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직업이 교사다 보니 학교 얘기가 나오면 귀가 쏠깃해진다. <바람의 사춘기>에도 학교 얘기가 나온다. 분교 얘기. 1998년 9월 군 제대 후 첫 발령을 받은 곳이 있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운두령 산자락에 위치한 '운두초등학교' 다. 이듬해 9월에 분교로 격하되었다. 본교일때나 분교일때나 달라진 것은 교장, 교감 선생님 두 분이 떠나신 것 외에는 크게 달라진 점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3학급 초등학교에도 교장, 교감 선생님 두 분이 재직하셨었네. 1998년까지는. 근데 1999년 3월 1일부터 교감 선생님이 떠나고 교장 선생님만 계셨던 것 같다. 그리고 운두초등학교는 1999년 9월 1일자로 분교가 됐다. 첫 발령을 받았던 곳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그곳에서 만났던 아이들도 한 명 한 명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바람의 사춘기>에는 이런 동시가 담겨 있다.
78쪽이다.
분천 분교
아이들과 선생님은 떠났지만
학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기로 했다
책 읽는 소녀가 화단에 남아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고
이순신 장군이 큰 칼을 차고
소녀를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하 생략)
역사가 오래된 시골 학교에 가면 지금도 운동장 한 켠에 우뚝 서 있는 동상을 볼 수 있다. 반공 정신의 상징 '이승복 소년' 동상, 애국 정신의 상징 ' 이순신 장군' 동상, 또는 '거북선 동상', 한글 사랑의 정신이 깃든 '세종대왕 동상' 등 계기 교육의 일환으로 큼직막하게 세워진 동상들을 보게 된다. 그 뿐인가. '분천 분교' 동시에도 나와 있듯이 '책 읽는 소녀' 와 같은 다소곳한 동상도 심심치 않게 본다. 시대가 변화되었다고 해서 동상을 함부로 철거할 수 없는 것이 학교 시설의 원칙이다. 학교 재산이기 때문이다. 초임 발령을 받고 내가 맡았던 업무가 '서무' 즉 지금의 행정실 업무였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런 동상들을 '파고다' 라고 정리했던 것 같다. 언제 설치하였으며 가격은 얼마이며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장부 '대장'에 기록하여 누가철을 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신설되는 학교에는 동상이 없다. 아마도 가치관의 변화도 있었을테고 특정한 '동상'을 세웠다가 여러 무수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차라리 세우지 않는 게 속편한 일이기에 동상을 세우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동상'을 보면 옛 초임 시절 때 교사 생활이 생각이 난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펼쳐지는 수업의 진풍경을 동시에 담아냈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된다
화면 속에 아이들이 보인다
(중략)
엑스트라로 등장한 아준이 엄마까지
줌 수업은 이 재미지
네모진 사각형 박스에 학급 아이들 모습이 채워져야 수업이 시작된다. 출석체크다. 화면을 까맣게 끄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든 불러내야 하는 것이 줌 수업의 첫 단추다. 줌 수업이 되면서 매순간의 수업이 공개수업이다. 화면 밖에 유심히 체크하고 있는 학부모님들이 있기에. 1998년에 교직에 들어온 뒤로 거의 만 20년만에 새로운 수업 도구를 경험하게 되었다. 과학기술 발달의 힘이다. 집에서도 수업이 가능하다니...
동시가 내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으니 술술 읽힌다.
아이들만 읽는 시가 동시가 아닌 것 같다.
어른이 나도, 교사인 나도 재미나게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