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눈구경 후기------ - (글 : 안 서규)
원래 11일 저녁 모임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최근 우한 폐렴으로 계획이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때 마침 서울고 20회 입산회 카톡방에 종국이가 설악산 눈구경 산행을 제안한다.
사실 총산에서 예정했던 발왕산 눈구경 산행도 취소된 터이라 선듯 그 제안에 동참을 하기로 했다.
11일 동서울 터미날에서 7시반발 고속버스로 우리셋(종국, 준호, 나)이 나란히 한계령으로 향했다.
9시 40분경 5-6명의 다른 등산객과 같이 한계령 휴게소에 하차했다.
휴게소에서 본격 산행채비를 마치고 산행에 돌입했다.
한계령에서 끝청까지의 코스중 처음 1/3 정도는 계속 오르막을 견뎌야 한다..
약 20-30분 오르면 땀이 몸에서 흥건히 베어나온다.
이때 두꺼운 겉옷을 벗고 복장을 봄날씨로 맞추어도 전혀 춥지 않을 정도로 몸내 신진대사가 활발해진다.
운 좋게도 하늘은 구름 한점없는 쪽빛 하늘이고 바람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산속은 고요하다.
혹 양지 바른 곳에 들어서면 따스한 봄날씨가 느껴지고,
이대로라면 곧 개나리, 철쭉이 꽃망울을 터트릴 것같은 생각도 스친다.
중청대피소 관리인 말에 의하면 설악의 겨울 날씨는 2일이 좋으면 5일이 나쁘다고 한다.
그 전날은 날씨가 무척 나빠서 나무 위에 핀 아름다운 눈꽃들이 쌩쌩 부는 바람에 다 날라가 버렸다고 한다.
그러나 등산로에는 충분히 눈이 쌓여 있었다.
산행길에서 20-30cm 옆으로 벗어난 곳을 스틱으로 찔러보면 족히 1m는 되는 깊이를 느낄수 있었다.
그렇다고 그 쌓인 눈을 헤치면서 등산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한 상상이다.
등산길은 하얀 눈 덮힌 외길로 목적지까지 쭉 뻗어 있었고, 선행 산악인들이 걷기좋게 잘 다져 놓아서
마치 하얀 양탄자 위를 푹신(?)하게 걷는 기분이었다. 이때 아이젠이 큰 몫을한다.
원래 이 구간은 너덜로 유명해서 대단히 힘든 길인데, 눈이 이렇게 내려 길이 잘 정지되면 힘이 훨씬
적게 드는 산행을 할수 있는 것이다.
(이런 운 좋은 산행은 동행자 복이 있어야 한다는 설이 있다)
중청대피소에서 짐을 풀고 완전무장을 하고 대청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거센 바람이 60kg 남짓 나가는 내 몸을 마구 흔들어댄다.
옆에 있는 굵은 밧줄을 잡으니 그런대로 버틸만 했다.
정상에는 여성 산악인 2명이 먼저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들에게 우리 셋 단체사진을 부탁했다.
그리고 중청으로 다시 돌아왔으나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약간의 휴식후 이른 저녁을 먹기로했다.
그런 산행 후에는 뭘 먹어도 꿀맛이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영양효울이 100%에 가깝고 몸안에 생체 호르몬인 엔돌핀과 세로토닌이 분비되어
만족도의 수위는 계속 높아진다.(특히 종국이가 가져온 알콜이 큰 몫을 한다).
다음날은 하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