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29:13]
주께서 가라사대 이 백성이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하며 입술로는 나를 존경하나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났나니 그들이 나를 경외함은 사람의 계명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뿐이라..."
입으로는 나를 가까이하며 ... 존경하나 - 병행하는 두 말, '가까이하다'와 '존경하다' 공적인 예배 행위를 함의하는 낱말들이다. 당시 히스기야 왕주도하에 남왕국 유다에서는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하여 전국적인 종교 정화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교도의 관행들과 우상들은 여지없이 척결되었고 모세 때의 고유한 예배 의식이 부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어디까지나 '위로부터'일방적으로 하달되어진 것이었기 때문에 백성들의 내면까지 바꾸는 데는 이르지 못하였다. 이를테면 참종교의 모양은 갖추었으나 참종교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음'과 '경외심'은 갖추지 못했다. 하나님께서는 이 같은 입술의 종교를 혐오하신다. 신약에서 이 말은 입술과 혀로 그들의 경건을 자랑하는 바리새인들에게 적용되었다.
[사 29:14] "그러므로 내가 이 백성 중에 기이한 일 곧 기이하고 가장 기이한 일을 다시 행하리니 그들 중의 지혜자의 지혜가 없어지고 명철자의 총명이 가리워지리라..."
지혜자의 지혜가 ... 가리워지리라 - 백성들이 그토록 의지하는 지도자들으니 지혜와 총명을 제거해버린다는 말이다. 그 결과, 그들은 다가올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전혀 알지 못하게 될 것이다.
[사 29:15] "화 있을찐저 자기의 도모를 여호와께 깊이 숨기려하는 자여 그 일을 어두운데서 행하며 이르기를 누가 우리를 보랴 누가 우리를 알랴 하니...."
자기의 도모를 ... 깊이 숨기려 하는 자여 - 이 백성이 징벌받을 수밖에 없는 세 번째 이유가 제시된다. 그것은 애굽과 동맹을 체결하려는 자들의 음모 때문이다. 선지자는 오래 전부터 이 일을 탄핵해왔다. 따라서 그들은 선지자 몰래 은밀하게 이 일을 도모하였던 것이다. 악인은 비칭신 하나님으로부터 벗어나 그의 지배가 미치지 않는 어둠 속으로 도피하고 싶어한다.
아담과 하와의 범죄 이래 인류가 계속적으로 시도해온 일이 이것이었으며(창 3:8-10), 특히 하나님을 안다고 스스로 공언하는 백성의 지도자들이 하고 있는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그들의 영적 무지를 증명해 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사 29:16] "너희의 패리함이 심하도다 토기장이를 어찌 진흙 같이 여기겠느냐 지음을 받은 물건이 어찌 자기를 지은 자에 대하여 이르기를 그가 나를 짓지 아니하였다 하겠으며 빚음을 받은 물건이 자기를 빚은 자에 대하여 이르기를 그가 총명이 없다 하겠느냐.."
너희의 패리함이 심하도다 - 하나님으로부터 숨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저들의 생각의 이면에는 하나님의 전지성을 부정하는 불신앙이 전제되어 있다. 그들은 멀리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 그 지으신 모든 만물을 다 관찰하시지는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창조주 하나님을 그 만드신 피조물과 동일한 수준에 병렬시키는 태도이다.
선지자는 저들의 이 같은 태도를 한마디로 '패리함'이라 규정한다. 이 말은 '상하가 뒤바뀌어 전도되다', '가치가 전도되다'는 뜻이다. 토기장이를 어찌 진흙같이 여기겠느냐 - 여호와를 토기장이로 비유한 다른 예에 대하여는 45:9;64:8;욥 10:9;렘 18:4-6 등을 보라.
[사 29:17] "미구에 레바논이 기름진 밭으로 변하지 않겠으며 기름진 밭이 삼림으로 여김이 되지 않겠느냐..."
레바논이 ... 여김이 되지 않겠느냐 - 부정 의문문은 긍정의 가장 강력한 형식 중의 하나이다. 본서의 여러 곳에서 '레바본의 삼림'은 권세자들의 표상으로, 또 그 삼림을 자르는 것은 비천하게 됨의 상징으로 사용되었다.
본문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삼림은 경작된 평원이 될 것이며, 반면에 경작된 평원은 삼림이 될 것이다.' 즉, 권세자들은 낮아질 것이요 반대로 억압받던 백성들은 높아질 것이다. 한편, 본절 이하로부터 24절까지는 메시야 시대에 대한 예언으로도 이해된다.
[사 29:18] "그 날에 귀머거리가 책의 말을 들을 것이며 어둡고 캄캄한데서 소경의 눈이 볼 것이며...."
귀머거리가 ... 소경이 눈이 볼 것이며 - 이는 분명 귀가 뚫리고 눈이 열리는 치유의 역사가 있을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신체적 치유만 가리키지는 않는다.
그들이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한 것은 바로 '책의 말', 곧 선지자를 통해 전달된 하나님의 말씀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토록 단단하게 굳었던 백성들의 마음이 부드럽게 변화될 날이 오리라고 하나님께서 약속하신다.
[사 29:19] "겸손한 자가 여호와를 인하여 기쁨이 더하겠고 사람 중 빈핍한 자가 이스라엘의 거룩하신 자를 인하여 즐거워하리니..."
겸손한 자가 ... 즐거워하리니 - 이처럼 변화된 새로운 미래의 상속자들은 '겸손한 자'와 '빈핍한 자'이다. 이들은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천대받지만, 영적으로 경건하다.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힘이 없으므로 오직 여호와의 손에 자신들의 송사를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