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에 주렁주렁 열린 파파야와 바닷바람 맞으며 익어가는 황금빛 비파 열매, 싱그러운 초록 향기를 뿜으며 자라는 열대 채소 오크라. 멀리 동남아 농장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전라남도 장흥에서 펼쳐지는 풍경이다.


made from 장흥, 우리나라에서 맛보는 아열대 과일
전라남도 장흥에 가면 아열대지방 작물인 파파야, 패션프루트, 비파 등의 과일이 자라는 이색적인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블루베리와 파인애플이 우리나라에서 자라다니 참 신기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그도 흔한 일이 되었고 요즘은 파파야, 패션프루트, 애플망고, 구아버, 오크라 등 동남아에서나 맛보던 아열대 작물이 다양하게 자라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전남 일대 많은 농가가 아열대 과일과 채소를 틈새 작목으로 재배하기 때문.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날씨가 더워진 까닭도 있지만, 실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 온 이주자들과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열대 과일을 찾는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재배하는 농가도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다양한 과일을 만나게 되었다니 반가운 일. 더욱이 대부분의 열대 과수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길러 사철 수확하기 때문에 언제고 맛 좋은 과일을 맛볼 수 있다.
1 주렁주렁 열린 파파야 열매. 우리는 잘 익은 오렌지빛 파파야를 좋아하지만 현지에서는 완전히 익기 전인 그린 파파야를 더 많이 먹는다. 2 해풍이 지나는 바닷가에 위치한 조흥 농장. 공들여 재배한 비파 열매와 잎은 농장에서 직접 주문해 맛볼 수 있다. 문의 조흥농장(011-686-6500) 3 야무지게 자라고 있는 패션프루트. 4 장흥 파파야 농장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파파야와 패션프루트, 오크라를 구입할 수 있다, 농장에서 직접 주문하면 서울에서 구입하는 것의 절반 가격에 구입이 가능하다. 문의 장흥 파파야 농장 (061·863-3931)
버릴 것 하나 없는 파파야 이야기
파파야를 잘 기르는 농부가 있다고 하여 찾아간 장흥군 부산면 기동리. 2년째 파파야를 기르고 있는 농부 박진석 씨는 파파야는 그야말로 열매면 열매, 잎이면 잎,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과일이라 말한다. 우리는 대개 노랗게 익은 것을 먹지만 동남아 사람들은 오히려 완전히 여물기 전인 그린 파파야를 더 좋아하고, 크게 자라지 않은 여린 이파리는 쌈 채소로 즐긴다고.
잎과 어린 열매는 고기와 함께 찌기도 하는데, 그러면 고기가 연해지는 효과를 낸단다. 파파야를 나무에서 딸 때 뚝뚝 떨어지는 하얀 수액은 파파야에 상처를 내면 생기는‘파파인’이라는 성분으로,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 효소의 일종이다. 이는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키고 임신부에게 부족하기 쉬운 엽산이 풍부해 의약품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패션프루트, 오크라, 생소한 작물 공부
오크라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먹기 시작한 채소로, ‘오크라’라는 이름 역시 아프리카 현지에서 쓰는 말이다. 일본식 꼬치구이를 파는 야키토리집에 들러본 사람이라면 오크라가 낯설지는 않을 터. 일본에서는 1970년부터 재배하기 시작해 지금은 인기 채소로 자리매김했는데, 생으로 먹거나 살짝 데치거나 구워서 된장, 간장 등에 찍어 먹는다. 이집트 역시 예전부터 식용으로 오크라를 길렀고, 주로 어린 열매를 먹고 완숙한 열매는 커피 대용으로 사용한다고.
인도에서는 볶은 오크라를 요구르트에 버무려 먹고, 쿠바에서는 쌀과 함께 넣어 밥을 짓는다는데 이처럼 여러 나라에 다양한 형태의 요리가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입맛에는 생으로 먹거나 일본식으로 굽거나 튀겨 먹는 것이 잘 맞는다. 생으로 먹을 땐 소금을 묻힌 다음 손바닥으로 문질러 표면의 잔털을 제거하고, 고추를 먹을 때처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패션프루트는 브라질이 원산지로, 아보카도처럼 표면이 검게 변한 것이 잘 익은 것이다. 과육은 단맛이 있긴 하지만 신맛이 강해 주스나 잼으로 즐기는 게 좋다. 서양에선 패션프루트의 과즙으로 젤리나 셔벗, 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데 특유의 시트러스 향이 기분 좋게 퍼진다.
아낌없이 주는 비파 나무
이름도, 생긴 모양도 예쁜 비파는 본래 중국과 일본의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다. 중국계 이민자를 통해 하와이에 전해지고, 일본에서 이스라엘과 브라질로 퍼져 지금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와 프랑스 남부, 아프리카 북부, 스페인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한마디로 볕이 따뜻하고 달콤한 바람이 부는 아름다운 동네에서 잘 자라는 셈이다. 자라는 모양도 어찌나 예쁜지 비파나무가 심겨진 농장을 바라보면 마치 프로방스 지방의 농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데, 파파야나 패션프루트처럼 하우스에서만 기를 수 있는 다른 열대 과일과 달리 비파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지 재배가 가능하다.
특히 장흥의 조흥농장은 바닷가를 마주한 경사면에 자리해 비파나무가 자라는데 최적의 생육 환경을 지니고 있다. 경사면을 따라 나무가 심어져 햇볕을 충분히 받는 데다 바다에서 반사되어 올라오는 산란광이 더해져, 열매가 잘 자라는 것은 물론 당도가 높다. 파파야 못지않게 열매부터 씨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몽땅 쓰이는 게 바로 비파로, 열매부터 껍질, 씨, 잎, 나무까지도 모두 유용하게 쓰인다. 때문에 “집에 비파 나무가 한 그루 있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
비파 열매는 수분이 많고 새콤달콤한 맛이 좋아 주로 생과로 먹는데, 『본초강목』에 따르면 “비파는 여름날 갈증을 풀고 가슴의 기운을 시원하게 내려서 상초의 열을 다스리며, 폐의 기운을 이롭게 하고, 오장을 윤택하게 한다”고. 또한 비파의 씨는 살구씨와 비슷한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껍질에도 약용 성분이 풍부해 모두 한약재의 재료로 쓰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잎이다. 비파 잎은 그 자체로도 민간요법에 많이 사용되었고, 진통 효과와 성인병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차로 우려 물처럼 마시면 좋다고 한다.
차로 마실 때는 잎 뒷면에 촘촘히 자란 잔털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것만 꼼꼼히 제거하면 덖거나 말리는 과정 없이 그대로 우려 마실 수 있다. 비파나무는 건조시키면 무척 딱딱한 데다 끈기가 강해 일본에서는 지팡이 재료로 썼다. 지금도 비파나무로 만든 지팡이는 ‘장수 지팡이’라 불리며 애용되고 있고, 검도 할 때 사용하는 목검으로도 쓰인다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1 동남아에서는 파파야나무의 어린 잎을 쌈채소로 즐긴다. 2 패션프루트는 보통 5cm 크기로 자란다. 열매가 까맣게 익어야 맛이 든 것인데, 아직 완전히 익기 전이라 초록빛을 띤다. 3 파파야 열매 외피에 상처를 냈을 때 떨어지는 유액을 정제한 파파인은 고기를 연화시키는 데나 의약품 등으로 쓰인다. 파파야나무 한 그루에서는 약 450g의 파파인을 채취할 수 있다. 4 오크라를 반으로 자르면 마를 잘랐을 때처럼 끈끈한 액체가 나온다. 이는 식물섬유로, 콜레스테롤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5 곱게 핀 오크라꽃. 오크라는 7월부터 나기 시작해 9월까지 수확하는 대표적인 여름 채소. 비타민과 미네랄, 칼슘, 칼륨 등이 풍부해 여름철 탈수를 막는 데 좋고, 정장 작용을 해 변비와 설사 등에 효과가 있다.
바닷바람을 맞고 차지게 여문 비파 열매. 열매는 물론 껍질, 잎, 씨앗, 나무까지 비파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안은금주 씨는…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http://cafe.naver.com/bigfarm)’의 대표.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녀는 레몬트리와 함께 식문화 여행인 컬리너리 투어를 떠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기획_오영재 사진_신현국
레몬트리 2012 7월호
<저작권자ⓒ제이 콘텐트리 레몬트리. 무단전재-재배포금지>


made from 장흥, 우리나라에서 맛보는 아열대 과일
전라남도 장흥에 가면 아열대지방 작물인 파파야, 패션프루트, 비파 등의 과일이 자라는 이색적인 풍경과 마주치게 된다. “블루베리와 파인애플이 우리나라에서 자라다니 참 신기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그도 흔한 일이 되었고 요즘은 파파야, 패션프루트, 애플망고, 구아버, 오크라 등 동남아에서나 맛보던 아열대 작물이 다양하게 자라고 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전남 일대 많은 농가가 아열대 과일과 채소를 틈새 작목으로 재배하기 때문.
지구 온난화 때문에 날씨가 더워진 까닭도 있지만, 실은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 온 이주자들과 다문화 가정이 늘면서 열대 과일을 찾는 수요가 늘었고, 이에 따라 재배하는 농가도 많이 생겨났다고 한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우리나라에서 이처럼 다양한 과일을 만나게 되었다니 반가운 일. 더욱이 대부분의 열대 과수들은 비닐하우스에서 길러 사철 수확하기 때문에 언제고 맛 좋은 과일을 맛볼 수 있다.

버릴 것 하나 없는 파파야 이야기
파파야를 잘 기르는 농부가 있다고 하여 찾아간 장흥군 부산면 기동리. 2년째 파파야를 기르고 있는 농부 박진석 씨는 파파야는 그야말로 열매면 열매, 잎이면 잎,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과일이라 말한다. 우리는 대개 노랗게 익은 것을 먹지만 동남아 사람들은 오히려 완전히 여물기 전인 그린 파파야를 더 좋아하고, 크게 자라지 않은 여린 이파리는 쌈 채소로 즐긴다고.
잎과 어린 열매는 고기와 함께 찌기도 하는데, 그러면 고기가 연해지는 효과를 낸단다. 파파야를 나무에서 딸 때 뚝뚝 떨어지는 하얀 수액은 파파야에 상처를 내면 생기는‘파파인’이라는 성분으로, 단백질의 소화를 돕는 효소의 일종이다. 이는 몸의 면역 기능을 강화시키고 임신부에게 부족하기 쉬운 엽산이 풍부해 의약품으로도 쓰인다고 한다.
패션프루트, 오크라, 생소한 작물 공부
오크라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먹기 시작한 채소로, ‘오크라’라는 이름 역시 아프리카 현지에서 쓰는 말이다. 일본식 꼬치구이를 파는 야키토리집에 들러본 사람이라면 오크라가 낯설지는 않을 터. 일본에서는 1970년부터 재배하기 시작해 지금은 인기 채소로 자리매김했는데, 생으로 먹거나 살짝 데치거나 구워서 된장, 간장 등에 찍어 먹는다. 이집트 역시 예전부터 식용으로 오크라를 길렀고, 주로 어린 열매를 먹고 완숙한 열매는 커피 대용으로 사용한다고.
인도에서는 볶은 오크라를 요구르트에 버무려 먹고, 쿠바에서는 쌀과 함께 넣어 밥을 짓는다는데 이처럼 여러 나라에 다양한 형태의 요리가 존재하지만, 아무래도 우리 입맛에는 생으로 먹거나 일본식으로 굽거나 튀겨 먹는 것이 잘 맞는다. 생으로 먹을 땐 소금을 묻힌 다음 손바닥으로 문질러 표면의 잔털을 제거하고, 고추를 먹을 때처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다. 패션프루트는 브라질이 원산지로, 아보카도처럼 표면이 검게 변한 것이 잘 익은 것이다. 과육은 단맛이 있긴 하지만 신맛이 강해 주스나 잼으로 즐기는 게 좋다. 서양에선 패션프루트의 과즙으로 젤리나 셔벗, 아이스크림 등을 만드는데 특유의 시트러스 향이 기분 좋게 퍼진다.
아낌없이 주는 비파 나무
이름도, 생긴 모양도 예쁜 비파는 본래 중국과 일본의 따뜻한 남쪽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다. 중국계 이민자를 통해 하와이에 전해지고, 일본에서 이스라엘과 브라질로 퍼져 지금은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와 프랑스 남부, 아프리카 북부, 스페인 등지에서 재배되고 있다. 한마디로 볕이 따뜻하고 달콤한 바람이 부는 아름다운 동네에서 잘 자라는 셈이다. 자라는 모양도 어찌나 예쁜지 비파나무가 심겨진 농장을 바라보면 마치 프로방스 지방의 농장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데, 파파야나 패션프루트처럼 하우스에서만 기를 수 있는 다른 열대 과일과 달리 비파는 우리나라에서도 노지 재배가 가능하다.
특히 장흥의 조흥농장은 바닷가를 마주한 경사면에 자리해 비파나무가 자라는데 최적의 생육 환경을 지니고 있다. 경사면을 따라 나무가 심어져 햇볕을 충분히 받는 데다 바다에서 반사되어 올라오는 산란광이 더해져, 열매가 잘 자라는 것은 물론 당도가 높다. 파파야 못지않게 열매부터 씨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몽땅 쓰이는 게 바로 비파로, 열매부터 껍질, 씨, 잎, 나무까지도 모두 유용하게 쓰인다. 때문에 “집에 비파 나무가 한 그루 있으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
비파 열매는 수분이 많고 새콤달콤한 맛이 좋아 주로 생과로 먹는데, 『본초강목』에 따르면 “비파는 여름날 갈증을 풀고 가슴의 기운을 시원하게 내려서 상초의 열을 다스리며, 폐의 기운을 이롭게 하고, 오장을 윤택하게 한다”고. 또한 비파의 씨는 살구씨와 비슷한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껍질에도 약용 성분이 풍부해 모두 한약재의 재료로 쓰인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잎이다. 비파 잎은 그 자체로도 민간요법에 많이 사용되었고, 진통 효과와 성인병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 차로 우려 물처럼 마시면 좋다고 한다.
차로 마실 때는 잎 뒷면에 촘촘히 자란 잔털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것만 꼼꼼히 제거하면 덖거나 말리는 과정 없이 그대로 우려 마실 수 있다. 비파나무는 건조시키면 무척 딱딱한 데다 끈기가 강해 일본에서는 지팡이 재료로 썼다. 지금도 비파나무로 만든 지팡이는 ‘장수 지팡이’라 불리며 애용되고 있고, 검도 할 때 사용하는 목검으로도 쓰인다니 그야말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안은금주 씨는… 좋은 식재료가 나는 산지를 소개하고, 농장으로의 여행을 연결하는 커뮤니티 ‘빅팜(http://cafe.naver.com/bigfarm)’의 대표. 한국 컬리너리 투어리즘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녀는 레몬트리와 함께 식문화 여행인 컬리너리 투어를 떠나, 건강하고 좋은 먹거리를 소개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레몬트리 2012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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