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파크골프 봄이다. 그래서 그런가 서울 및 수도권 파크 골프장은 라운딩 할 수 있는 시간이 두 시간 아니면 길어 봤자 세 시간이다.
다섯 시간은 쳐야지 친 거 같은 나에게는 너무나 감질나는 시간이다. 나가라고 사이렌 울리거나 관계자가 나가라고 고함을 지를 때는 미운 정도를 넘어서 그가 완장을 찬 것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그것도 넘어서서 어떤 파크 골프장은 지역 주민이 아니면 아예 입장을 못 하게 하거나 지역 주민을 우선적으로 수용하고 나머지를 받는다. 드디어 모든 사람들을 다 수용하였던 여주 골프장까지 외지인들을 쿼터 식으로 오전 20명 오후 20명 예약제로 받기로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렇게 제약이 늘어나는 원인은 게이트볼 치는
실버세대까지 파크골프로 유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양평 골프장을 갔다가 깜짝 놀랄 만한 모습을 보았다. 허리에 철 박은 분, 다리를 저는 78살 83살 살 되신 분들이 너무너무 파크골프를 잘 치기 때문이다.
비거리가 나보다 훨씬 더 길다. 파 4짜리도 가 보면 이글 감이다. 보너스 홀이라는 파 4에서 그렇게 2타를 줄이니 1타를 줄이는 나의 버디 보다 보너스를 더욱 많이 타 간다.
어제는 환우들이 일찍 왔다가 일찍 가는 바람에 나 홀로 떨어졌다. 별수 없이 일반인 홀에서 기웃거리다가 홀로 라운딩 하는 사람을 발견했다. 같이 라운딩 하겠나는 나의 제의에 흔쾌히 허락을 한다. 파크 골프 치는 사람끼리의 미덕이다
단둘이서 라운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분이 자꾸 넘어진다. 첫 번째 홀, 두 번째 홀, 세 번째 홀, 그렇게 계속 넘어진다. 다리가 껌딱지가 붙은 것처럼 그렇게 넘어지는 것을 보고 그가 파킨슨 환우인 것 같았다. 반바지를 입은 그의 무릎과 다리가 온통 상처와 아물지 않은 딱쟁이 투성이다.
또 넘어지려는 그를 뒤에서 그의 파우치를 잡아당겨 넘어지지 않게 했더니 그걸 알고 됐다고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파킨슨 환우 아니냐고 나오려는 것을 꾹꾹 눌러 참고 있다가 강물이 흘러가는 곳이 보이는 홀에서 물어봤다 "혹시 파킨슨 환자입니까?"
맞다고 한다. 나는 6년 차라고 했다. 그는 나를 보고 환자가 아닌 것 같다고 하면서 공을 잘 친다고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기분이 좋았다. 자기는 20년 차라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환우들에게 파크 골프를 권하고 싶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속으로 그랬다 '넘어져 가면서도 밖으로 나올 수 있다면 그래도 괜찮은 것이지.'라고...
그런데 한없이 넘어질 것 같았던 그가 뛰어다니다시피 움직임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공을 치고 나보다 먼저 공 앞에 가 있는다. 그리고 이제는 넘어지지도 않는다. 치는 공마다 홀 가깝게 붙인다.
그는 양평에 사는데 파킨슨 환자는 타기 힘들다는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갔다.
난 속으로 그랬다. '내가 20년 차에도 저렇게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오늘 12시 양평 골프장에 환우들이 올 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만나면 그분을 환우들에게 소개해 줄 예정입니다.
첫댓글
그 20년차 환우님은 수술 받으셨나요? 어떻게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실까요 ..
정말 놀라운 효과네요 !
양평 사는 분입니다. 오늘도 만났습니다. 다음에 물어 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