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한국인만 먹는다고 할 수 있는 깻잎은 특유의 향과 식감으로 한국인 사이에서도 확연히 호불호가 갈리는 먹거리다. 좋아하는 사람은 깻잎장아찌 하나만으로 밥을 한 그릇 뚝딱 비울 수 있을 정도이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국물 요리에 조금 들어가는 깻잎마저도 빼 달라고 할 정도다. 아마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고수 정도로 여겨지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접하는 깻잎은 대부분 들깨의 잎이다. 약재로 사용하는 자소엽(차조기)은 향이 너무 강해 식용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식용으로 먹는 깻잎은 따로 잎만 많이 먹을 수 있도록 종자를 개량한 것으로, 들깨를 채취하는 품종과는 또 다르다.
깻잎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깻잎즉석장아찌. 이른바 ‘깻잎 논쟁’을 불러온 바로 그 반찬이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한약재로 사용하는 깻잎은 자줏빛을 띠어 자소엽(紫蘇葉)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 “성질이 따뜻하고[溫] 맛이 매우며[辛] 독이 없다. 명치 밑이 불러 오르고 그득한 것과 곽란·각기 등을 치료하는데, 대소변이 잘 나오게도 한다. 일체 냉기를 없애고 풍한 때 표사(表邪)를 헤친다. 또한 가슴에 있는 담과 기운을 내려가게 한다”라고 기록돼 있으며 현대 한의학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약재다.
꿀풀과의 허브들처럼 발산하는 성질이 강한 향채(香菜)로, 막힌 것을 순환시켜 주고 외부의 나쁜 기운을 밖으로 몰아내주기 때문에 소화나 배변에 장애가 생기거나 감기 등의 질환에 주로 사용한다. 특이한 점은 ‘가슴에 있는 담과 기운을 내려가게 한다’라는 측면인데, 일종의 정신안정제 같은 역할을 한다는 뜻으로 이유 모를 답답함이나 불안감을 해소해 준다. 로즈마리나 라벤더와 같은 다른 꿀풀과의 아로마를 이용해 정서적 치료를 하는 것과 유사점이 있다.
꼭 약재로 사용하는 자소엽이 아니더라도 깻잎으로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유사한 효능을 볼 수 있는데, 깻잎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루테올린은 몸의 염증을 완화하고 항알레르기 효능도 있어 미세먼지나 감기로 인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좋은 효과가 있다.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밑반찬, 깻잎채조림. 경향신문 자료사진
또한 깻잎의 정유 성분 중 로즈마린산은 항염증 작용 외에도 뇌신경을 보호해 주는 효과가 있다. 이와 함께 신경 억제성 전달 물질(GABA)이 뇌 혈류와 산소 공급을 도와 뇌세포 대사 기능을 촉진해 주는 효능이 있어 흥분된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것은 물론 뇌 기능의 활성도 도와준다. 이 외에 낮은 칼로리에다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이다.
TIP1 깻잎 부작용? = 다량의 칼륨을 함유하고 있어 칼륨 배출 능력이 떨어지는 만성 신장 질환자는 다량으로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또한 당근과 상극이라고 하지만 당근에 함유돼 있는 비타민C 분해 효소가 깻잎의 비타민을 조금 줄일 뿐 상극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TIP2 세계의 깻잎 = 깻잎의 분포지는 대부분 아시아인데, 아시아 국가에서도 깻잎을 잘 먹지 않는다. 일본은 그나마 일종의 향신료나 차로 먹는데, 깻잎보다 향이 강한 자소엽(차조기)을 많이 이용한다. 일본의 대표 장아찌인 ‘우메보시’를 만들 때 차조기를 같이 사용하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