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전에 동무들 몇이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때가 때인지라 한동안 선거 얘기가 계속되다가, 술자리 정치 얘기가 흔히 그렇듯이,
서로 낯 붉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러자 누가 점잖게 한마디 하더군요.
“야야, 각자 생각이 다 틀린데 정치 얘기는 무슨……. 자, 그만 하고 한 잔씩 쭈욱 들어.”
그런데 각자 생각이 다 틀리다면, 모두 맞지 않은 생각을 한다는 말이 되지요.
이처럼 우리는 ‘다르다(같지 않다, different)’라고 표현해야 할 상황에 ‘틀리다(맞지 않다, wrong)’라고 쓰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럼 오랜만에 ‘틀리기 쉬운 낱말’ 시리즈로 돌아가 볼까요?
차돌박이(○) / 차돌바기(×), 차돌배기(×), 차돌백이(×)
차돌박이는 ‘쇠고기에서 양지머리뼈의 복판에 붙은, 희고 단단하며 기름진 고기’를 말합니다.
그런데 ‘차돌배기’ 등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제 확실히 알아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쇠고기(소의 고기)’도 ‘소고기’라고 쓰지 않도록 주의해야겠지요.
[예문] “난 술안주로 등심보다는 차돌박이가 더 좋더라.”
찰나(○) / 찰라(×)
찰나(刹那)는 ‘매우 짧은 동안’을 뜻하는 범어(梵語)입니다.
비슷한 말로는 ‘순간(瞬間)’이 있고, 겁(迲)은 반대되는 개념이지요.
그런데 간혹 ‘찰라’라고 쓰는 경우를 보는데, 틀린 말입니다.
[예문] 막 가게 문을 닫으려는 찰나 손님이 허겁지겁 뛰어들었다.
처녑(○) / 천엽(×)
처녑(←千葉)은 ‘소나 양 등 반추류에 딸린 동물이 되새김질하는, 위의 한 부분’을 말합니다.
원래 한자는 ‘천엽’이지만, 이전에 언급했던 ‘주책(←主着)’처럼 변한 음(音)을 표준어로 삼으므로 ‘천엽’은 틀린 말이 되지요.
[예문] “오 팀장, 퇴근 후에 간하고 처녑에 소주 한잔 어때?”
천생(○) / 천상(×)
천생(天生)은 명사로 쓰일 때에는 ‘하늘로부터 타고남, 또는 그 바탕’을 말하며, 부사로 쓰일 때에는 ‘날 때부터, 애당초’·‘아주, 흡사히’·‘부득이’ 등을 뜻합니다.
그런데 “하는 짓을 보면 천상 여자라니까.” 하는 식으로 쓰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역시 ‘천상’은 틀린 말입니다.
[예문] “넌 벌써부터 잔꾀만 부리니 천생 고생할 팔자다.”, “쟤는 웃는 품이 천생 제 아버지야.”
철석(○) / 철썩(×)
철석(鐵石)은 ‘(쇠와 돌이란 뜻으로) 굳고 단단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낱말’입니다.
그런데 ‘철썩같이 믿다’라는 식으로 많이들 쓰지요? 당연히 틀린 말입니다.
[예문] “여보, 올해부터 담배 끊는다고 철석같이 약속해 놓고 왜 안 지켜!”
초승달(○) / 초생달(×)
초승달(←初生ㅡ)은 ‘매 달 초승에 돋는, 눈썹처럼 가는 조각달’을 말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신월(新月)·초월(初月)·현월(弦月)·아미월’ 등이 있고요.
앞서 ‘처녑’을 설명한 것처럼, 역시 한자는 ‘초생달’이지만 변한 음(音)인 ‘초승달’을 표준어로 삼습니다.
[예문] 초승달 같은 눈썹, 앵두 같은 입술…….
추스르다(○) / 추슬르다, 추시르다(×)
추스르다는 ‘물건을 가볍게 들썩이며 흔들다, 물건을 위로 추켜올리다, 몸을 가누어 움직이다, 일을 잘 수습하여 처리하다’ 등의 뜻을 지닌 타동사(他動詞)ㅡ목적어를 필요로 하는 동사ㅡ입니다.
역시 ‘추슬르다’, ‘추시르다’ 등은 모두 틀린 말이고요.
[예문] 제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지 못할 만큼 취하다.
치근거리다(○) / 추근거리다(△)
치근거리다는 ‘(남이 싫어할 만큼) 끈질기게 조르거나 괴롭히다’란 뜻입니다.
원래 ‘치근거리다’만 표준어였으나, 2011년 9월 1일부로 ‘추근거리다’도 표준어에 포함시켰습니다.
앞에서도 여러 번 그랬지만, 둘 다 표준말인데 굳이 구별하는 이유는 원 표준말을 환기(喚起)시키기 위함입니다(굳이 이래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만……. 허허).
[예문] “이름 좀 나니까 기자들이 하도 치근거려서 집 밖에 나서기가 꺼려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