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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불로(深藏不露)
깊이 감춰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으로, 숨은 인재 즉 재주를 드러내지 않고 감추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深 : 깊을 심(氵/8)
藏 : 감출 장(艹/14)
不 : 아닐 불(一/3)
露 : 이슬 로(雨/13)
초나라 장왕(莊王)이 즉위했다. 첫마디가 이랬다. '간언은 용서치 않는다.' 즉시 국정은 내팽개치고 3년 넘게 주색잡기에 빠졌다.
보다 못한 오거(伍擧)가 돌려 물었다. '초나라 서울에 새 한 마리가 있습니다. 3년을 울지도 않고 날지도 않습니다. 무슨 새일까요?'
초장왕이 말하기를, '보통 새가 아니로구나. 3년을 안 날고 안 울었으니 한 번 날면 하늘로 솟고, 한 번 울면 사람을 놀라게 하리라.'
오거가 빙긋 웃고 물러났다. 왕은 그 뒤로도 계속 방탕했다.
이번엔 대부 소종(蘇從)이 직간했다. 왕은 화를 내며 죽고 싶으냐고 소리 질렀다. 소종은 초나라가 이대로 멸망의 길로 가는 것을 볼 수 없으니 차라리 죽어 충신의 이름을 얻고자 한다고 대들었다.
초장왕은 그를 물끄러미 보다가 즉시 주연을 파하고, 그날로 난행(亂行)을 그쳤다. 소종과 오거를 중용했다.
지난 3년간 곁에서 방탕을 부추겼던 자들을 일거에 내쫓았다. 얼마 후 그는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렸다. 사기(史記)에 나온다.
다음은 육도삼략(六韜三略)의 한 구절이다.
鷹立如睡, 虎行似病.
매가 서 있을 때는 마치 조는 것 같고, 범이 다닐 때는 병든 것 같다.
나무 꼭대기에 앉은 매는 졸음을 못 이겨 꾸벅꾸벅 조는 것만 같다. 눈앞에 사냥감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박차고 올라 전광석화와 같이 낚아챈다.
어슬렁거리는 범은 병들고 굶주려 비실비실 쓰러질 것만 같다. 하지만 먹잇감을 향해 포효하며 돌진할 때는 그 서슬에 산천초목의 혼이 다 빠진다.
고수들은 한 번에 자기 수를 다 보여주지 않는다. 깊이 감춰 좀체 드러내는 법이 없다(深藏不露). 하수들이나 얄팍한 재주를 믿고 찧고 까분다. 잠깐은 두드러져도 이내 흔적도 없다.
다음은 손자(孫子) 구지(九地)에 나오는 말이다.
始如處女, 敵人開戶.
後如脫兔, 敵不及拒.
처음에 처녀처럼 얌전히 있으면 적이 문을 연다. 나중엔 달아나는 토끼같이 하니 적이 막을 수가 없다.
상대가 만만히 보도록 유도한 뒤 방심을 틈타 단번에 무찌르는 책략이다. '
사기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 나오는 말이다.
良賈深藏若虛. 君子盛德若愚.
훌륭한 장사치는 깊이 감춰두어 아무것도 없는 듯이 한다. 군자는 덕이 가득해도 겉보기에는 바보 같다.
심장불로(深藏不露)
깊이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다.
남이야 어떻게 보든 사람들은 제각기 긍지와 자존심이 있어 사람마다 저 잘난 맛에 산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속에 든 것이나 재주가 별로 없는 사람이 잘난 체 뻐기면 조리돌림 당하기 십상이다.
반면 일반 수준보다 높아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대로 공격당하고 주저앉는다. 달콤한 물은 너도나도 길어가기 때문에 먼저 마르는 감정선갈(甘井先竭)의 경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를 대비하여 노자(老子)는 아주 훌륭한 재주를 가진 사람은 그것을 내세우지 않으므로 서툰 것 같다는 대교약졸(大巧若拙)이란 말을 남겼다.
사마천(司馬遷)의 불멸의 역사서 사기(史記)에는 노자가 공자에게 충고하는 것이 나온다. 노자 한비(韓非)열전의 내용을 보자.
군자란 때를 만나면 수레를 타는 몸이 되지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쑥밭을 떠도는 몸이 된다면서 이어진다.
良賈深藏若虛, 君子盛德容貌若愚.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숨겨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덕을 지니고서도 겉모습은 어리석게 보이게 한다.
예(禮)에 관해 물었을 때 교만과 욕심, 방자함을 버리라고 한 것이다. 그런 말을 듣고서도 공자는 노자가 용과 같아서 종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초세가(楚世家)편에 나오는 장왕(莊王)의 삼년불비우불명(三年不飛又不鳴) 이야기도 뜻이 통한다.
장왕은 즉위한 뒤 삼년 동안 간언하는 신하에게 극형에 처하겠다며 자신은 향락을 일삼았다. 목숨을 건 대부의 직간으로 삼년 후 직접 정무를 챙길 때 먼저 간신 수백 명을 쳐냈다.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고 신하들의 성향을 알아보려 한 계책이 들어맞아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고 장왕은 춘추오패(春秋五覇)로 이름을 올렸다.
노자 제45장 홍덕장(洪德章)에는 대교약졸의 앞뒤에도 같은 뜻의 비유를 내세우고 있다.
크게 이룬 것은 모자라는 것 같지만 그 쓰임이 끝남이 없고, 가득 찬 것은 빈 것 같으나 다함이 없다.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아주 곧은 것은 굽은 것 같고, 크게 교묘한 것은 서툰 것 같고, 아주 말 잘하는 것은 더듬는 것 같다.
잘 하는 것을 모두 내세우지 않고 숨기고 있다. 큰 지혜를 가진 사람은 공명정대하여 잔재주를 부리지 않으므로 언뜻 보기에는 어리석게 보인다. 이런 사람이 숨은 인재일 때가 많다.
허리를 굽힐 줄 아는 사람이 진정 강한 사람이고 말을 청산유수같이 못해도 진정성을 담아 전달하는 사람이 뛰어난 웅변가다.
이런 감춘 재능의 사람을 찾아내어 일을 맡기면 술술 난제가 풀릴 텐데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드물다.
심장불로(深藏不露)
깊이 숨기고 드러내지 않는다다.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장왕(莊王)은 즉위한 뒤 정사는 보지 않고 매일 향락을 일삼으며 간언하는 신하는 모조리 극형에 처하겠다고 명하였다. 그러다 보니 장왕의 주위에는 간신들이 들끓었고 목숨을 걸고 간(諫)한 신하들과 충신들은 관직을 그만두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3년 후, 장왕은 그동안 자신과 함께 향락을 즐긴 간신들을 모조리 쳐내고 그에게 간했던 신하들을 등용하여 정사를 보기 시작하였다. 장왕은 간신과 충신을 가려내기 위하여 3년간 속뜻을 깊이 숨겼던 것이다. 그 후 장왕은 초나라를 크게 일으켜 춘추오패(春秋五覇)의 한 사람으로 이름을 날렸다.
패도정치를 주장한 한비자(韓非子)는 주도(主道) 편에서 ‘군주는 자신이 바라는 것을 밖으로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하는 잘 보이려고 꾸밀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제 군주시대 한비자의 이러한 이론을 국민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의 지도자에게 곧이곧대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이 일할 사람 중 옥석을 가리는 지도자의 신중함을 강조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심장불로와 상통하는 말로 송나라 소식(蘇軾)의 ‘커다란 지혜를 가진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고 크게 뛰어난 것은 오히려 서툴러 보인다’는 말이 있다. 사마천의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 의하면 노자가 공자에게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숨겨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덕을 지니고도 겉모습은 어리석게 보이게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군주들에게 유세(遊說)를 다니는 공자를 모욕한 말이라기 보다는 당시 열국의 군주들이 공자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공자에게 그 박학함을 감추어 보이면 더 귀하게 되리라고 충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람의 말은 마음속에 깊이 숨겨둔 생각을 드러낸다. 그러나 말을 너무 많이 하거나 흥분하거나 화를 내거나 술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와 구설에 오르거나 큰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또한 마음속에 담고 있는 어떤 사람에 대한 미움이나 시기심에서 의도적인 뒷담화를 하다가 결국 당사자에게도 알려져 깊은 상처를 주고 관계의 파탄도 불러오는 일을 주위에서 흔치 않게 볼 수 있는데 어느 신부님은 다른 사람의 뒷담화만 안 해도 성인(聖人)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보다는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상대방에 대한 좋은 감정을 숨기기만 하기 보다는 가끔 표현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018년 10월,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머슴과 식모살이를 했던 김영석(91세), 양영애(83세)라는 노부부가 평생 사치를 모르고 과일장사를 하며 근검절약하여 모은 400억의 전 재산을 가난한 대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고려대학에 기증한 이야기가 한국의 신문에 보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 적이 있다.
심장불로라는 말이 원래 권력자인 군주나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속마음이나 가진 것을 깊이 감추어야 한다는 뜻이었다면, 이 노부부는 고귀한 뜻을 가슴 깊이 숨겼다가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고 남을 위해 내놓은 것이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이야말로 심장불로보다 한 차원 높은 ‘마음 속에 감추어진 맑은 이슬’, 즉 심장청로(深藏淸露)라 할 만하다.
심장불로(深藏不露)
불비불명(不飛不鳴)
심장불로(心藏不露), 불비불명(不飛不鳴)은 중국 춘추시대 초장왕(楚莊王) 통치행태에서 비롯된 고사성어로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 속내를 깊이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5개월을 넘겼다. 임기 5년의 대통령에게 5개월은 짧은 시간이 아닌만큼 윤 대통령에게 숨겨져있던 본모습이 있다면 이제는 드러내 보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줘야 할 때이다.
몇년전 근무시간이 되어 후문방향으로 가다가 우연히 통제실 직원과 관리반 여사와의 대화를 듣게 됐다. 통제실 직원은 자기가 성북동 산꼭대기에 있는 중학교를 다녔으며, 'Tom & Judy'라는 미국식 영어책으로 배웠다고 한다. '어, 나도 그 중학교를 다녔는데?'. 지금은 글친구가 된 직원이지만 나이를 따져보면 분명히 필자의 후배가 된다. 나중의 재미를 위해 몇년간 숨긴 사실을 알게된다면 어떤 반응일까 궁금하다.
필자가 별것도 아닌 비밀을 '마음깊이 숨기고 드러내지 않다(心藏不露 심장불로)'가 칼럼을 통해 밝히고 있지만, 역사에 전해지는 유명한 일화는 따로 있다. 바로 중국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의 이야기다.
초장왕(楚莊王, ?~BC 591)은 부친인 목왕이 급사하여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선왕 때부터 불안정한 왕권과 각지에서 일어난 반란과 어린 나이 때문에 그의 자리는 매우 불안정했다. 게다가 재위 초반에 일어난 홍수•냉해로 인한 기근까지 발생하여 민심이 흉흉해졌으며, 반란군에게 수도가 함락돼 감금됐다가 구사일생으로 풀려나는 등 고난을 겪기도 했다.
이러한 불안정한 정국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장왕은 모든 업무를 중단, 조회폐지와 더불어 매일 주색에 빠졌다. 몇몇 대신들이 간언했지만, 오히려 장왕은 "간언을 하는 자는 누구라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며 으름장을 놨다. 이런 생활이 3년이나 지속되면서 국정은 간신들의 천하요, 국력은 나날이 쇠약해지게 되었다.
장왕의 방탕한 생활을 보다 못한 오거(伍擧)는 목숨을 걸고 수수께끼 간언을 올린다. "초나라 언덕에 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는데, 3년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三年不飛又不鳴 삼년불비우불명). 이 새가 어떤 새인지 아십니까?"
그러자 장왕은, "그 새는 날지 않았으나 한번 날면 높은 하늘까지 이를 것이고(此鳥不飛則已 一飛沖天 차조불비즉이 일비충천), 울지 않았으나 한번 울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요(不鳴則已 一鳴驚人 불명즉이 일명경인). 경의 뜻은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시오."
그 뒤로 한참이 지나도록 장왕은 여전히 향락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오거의 친구이자 또 다른 충신인 대부 소종(蘇從)이 목숨을 걸고 간언을 한다. 그때서야 비로소 장왕은 지금까지 하던 행태를 접고 소종과 오거를 불러들여 국정을 논하게 된다.
우선 그동안 아부만을 일삼던 간신 무리들을 쳐내고 나라의 기강을 세웠다. 장왕은 당시 나라가 너무 혼탁하고 충신과 간신을 구분할 수 없게되자, 일부러 3년간 사치와 향락을 즐겨 옥석을 가리고자 했던 것이다. 간신들을 깔끔히 처단한 장왕은 이후 오거와 소종의 도움으로 춘추오패의 당당한 반열에 들게 된다.
이 고사는 한비자 유로(喩老)편과 여씨춘추 중언(重言)편 그리고 사기 골계열전(滑稽列傳) 등 여러 전적에 실려있다. 사기에는 초장왕이 제나라 위왕(威王)으로, 오거가 순우곤(淳于髡)으로 등장한다. 이로 미뤄보면 춘추시대에 전해지던 이야기를 초장왕이나 제위왕에 빗댄 것이 아닌가 추정한다.
어쨌든 이 고사에서 권력자인 군주나 개인이 자신의 뜻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 '속내나 가진 것을 깊이 감춘다'는 심장불로(深藏不露), '큰일을 하기위해 적절한 때를 기다린다'는 뜻의 불비불명(不飛不鳴)이라는 성어가 유래했다.
사기 노자한비열전(老子韓非列傳)에는 '훌륭한 상인은 깊이 감춰두고 아무것도 없는 듯이 한다. 군자는 덕이 가득해도 겉보기에는 바보같다'(良賈深藏若虛 君子盛德容貌若愚 양고심장약허 군자성덕용모약우)라는 말이 있다. 바로 노자 제45장의 '대교약졸'(大巧若拙)을 풀이한 말이기도 하다.
후한의 복파장군 마원(馬援)은 경박한 무리들과 어울려 다니는 조카들이 걱정이 되어 전장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용백고와 같은 중후하고 겸손한 사람을 본받으면 그 사람과 같이는 못되더라도 적어도 근직(謹直)한 선비가 될 것이다. 즉 '고니를 새기다가 이루지 못하더라도 집오리와 비슷하게는 될 것이다(刻鵠類鶩 각곡유목)'. 그러나 두계량의 흉내를 내다가 이루지 못하면 천하의 경박한 자가 될 것이다. 마치 '호랑이를 그리려다 개를 그리는 것과 같다(畵虎類狗 화호유구)'. 너희는 이 말을 언제나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하라."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 ‘일일일망언(一日一妄言)’, ‘일일일사고(一日一事故)’ 등 듣기 민망한 별명들이 나오고 있다. '동네 바보형'이라는 귀여운(?) 별명이 그나마 괜찮은 정도다.
종신직인 초장왕이나 제위왕에게 3년은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지만, 5년 임기인 선출직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5개월이란 짧은 시간이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로 시급한 문제가 산적해있다. 전 정권 탓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숨겨져있던 본모습이 있다면 이제 드러내 보여야 할 때다. ‘처음 해보는 대통령’이란 핑계는 접고, 한번 하늘 높이 날고 울어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으면 한다. 윤석열 대통령 자신은 물론 나라를 위해서도.
▶️ 深(깊을 심)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심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음(音)을 나타내는 심은 又(우)와 火(화)를 합(合)한 모양의 글자에 穴(혈; 구멍, 사람의 주거)를 더하여 이루어진 글자이다. 불을 손에 들고 속 깊숙이 사람이 들어가는 모습이다. 氵(물 수)部를 더하여 물의 밑바닥이 깊은 것을 일컬는다. ❷회의문자로 深자는 '깊다'나 '깊어지다', '심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深자는 水(물 수)자와 罙(점점 미)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罙자는 동굴 속으로 횃불을 들고 가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점점'이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깊은 곳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罙자에 水자가 더해진 深자는 '물이 깊다'라는 뜻이다. 사실 深자는 변화가 많았던 글자이기도 하다. 갑골문에서는 손으로 동굴 속을 더듬는 모습으로 그려져 '깊다'라는 뜻을 표현했었으나 금문에서는 여기에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소전에서는 水자가 더해지면서 '(물이)깊다'를 표현하게 되었다. 해서에서는 횃불이 木(나무 목)자로 바뀌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참고로 소전에서 함께 파생된 글자로는 探(찾을 탐)자가 있다. 그래서 深(심)은 ①깊다 ②깊어지다 ③색이 짙다 ④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 ⑤두텁다, 후하다 ⑥무성하다, 우거지다 ⑦많다, 넉넉하다 ⑧책임이 중하다, 무겁다 ⑨감추다, 숨기다 ⑩도랑을 치다, 준설하다 ⑪통하다, 자세히 알다 ⑫높다 ⑬오래되다 ⑭심오(深奧)한 이치(理致) ⑮매우 ⑯깊이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깊을 황(滉), 못 담(潭), 깊을 오(澳), 깊을 준(濬),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얕을 천(淺)이다. 용례로는 마음에 깊이 새겨 두는 일을 심각(深刻), 깊게 함 또는 깊어짐을 심화(深化), 깊은 밤을 심야(深夜), 속에 깊이 있는 밑층을 심층(深層), 깊고도 큼을 심대(深大), 늦은 가을을 심추(深秋), 나가서 활동하지 않고 집안에만 들어 박혀 있음을 심거(深居), 깊은 정도나 듬직한 믿음성을 심도(深度), 깊은 바다를 심해(深海), 이론 따위가 썩 깊고 오묘함을 심오(深奧), 깊이 생각함 또는 그런 생각을 심사(深思), 깊음과 얕음을 심천(深淺), 깊은 산골짜기를 심계(深溪), 죄수를 가두어 두는 방 또는 깊숙한 곳에 있는 방을 심실(深室), 정분이 깊은 교제를 심계(深契), 심오하고 유연함을 심현(深玄), 깊은 곳에 닿음의 뜻으로 깊은 도리를 깨침을 심도(深到), 깊고 중한 병이라는 뜻으로 마음의 병을 심고(深痼),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함을 심심(甚深), 물의 깊이를 수심(水深), 얕음과 깊음을 천심(淺深), 밤이 깊음을 야심(夜深), 물이 깊음으로 학문이 깊음을 담심(潭深), 논밭을 갈 때의 그 깊이를 경심(耕深), 흙의 깊이를 토심(土深), 바다의 깊이를 해심(海深), 깊숙하고 고요한 산과 골짜기를 일컫는 말을 심산유곡(深山幽谷), 깊이 생각하고 깊이 고찰함을 일컫는 말을 심사숙고(深思熟考), 깊은 꾀와 먼 장래를 내다보는 생각을 이르는 말을 심모원려(深謀遠慮), 물고기가 물 속의 깊은 곳과 얕은 곳을 옮겨 다니는 일을 이르는 말을 심천이동(深淺移動), 소중한 물건을 깊이 감추어 둠을 일컫는 말을 심심장지(深深藏之) 등에 쓰인다.
▶️ 藏(감출 장)은 ❶형성문자로 蔵(장)은 통자(通字), 匨(장)은 고자(古字), 蔵(장)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臧(장)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臣(신)은 눈을 지그시 감은 모양으로 신하와 臧(장)은 무기로 죽이는 일로서, 臧(장)은 전쟁에 져서 잡혀 눈을 상처내거나 입묵(入墨)을 당하거나 한 노예(奴隸)를 말한다. 그러나 이 글자는 善(선; 좋다)의 뜻으로 쓴 예가 많다. 나중에 넣어두다, 감추다, 곳집의 뜻으로 쓰는 것은 음(音)이 비슷한 裝(장; 물건을 싸다, 넣어두다), 莊(장; 풀이 무성하다, 물건이 괴어서 모이다), 倉(창; 물건을 넣어두다, 곳집)과 결부되었기 때문이다. 藏(장)은 莊(장)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속체(俗體)이다. ❷회의문자로 藏자는 '감추다'나 '숨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藏자는 艹(풀 초)자와 臧(착할 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臧자는 臣(신하 신)자와 戈(창 과)자가 결합해 있던 글자로 노예의 한쪽 눈을 멀게 하여 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臧자에 '착하다'라는 뜻이 있는 것도 사실은 저항하지 못하는 노예를 그린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노예를 뜻하는 臧자에 艹자를 결합한 藏자는 도망친 노예가 풀숲에 숨었다는 의미에서 '숨다'나 '감추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藏(장)은 ①감추다 ②숨다 ③곳집(곳간(庫間)으로 지은 집) ④광 ⑤서장(西藏)의 약칭 ⑥오장(五臟)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서적을 간직하여 둠 또는 그 서적을 장서(藏書), 겨울에 얼음을 떠서 곳집에 넣어 둠 또는 그 얼음을 장빙(藏氷), 넣어 둠이나 간직하여 둠을 장치(藏置), 보관하여 둔 서적을 장판(藏版), 자기의 변변하지 못한 점을 감춤을 장졸(藏拙), 감추고 숨김을 장닉(藏匿), 물건을 간직하여 지킴을 장수(藏守), 숨은 행습을 장습(藏習), 몸을 감춤을 장신(藏身), 물건을 쌓아서 간직하여 둠을 저장(貯藏), 사물을 유용한 곳에 활용하지 않고 넣어 둠을 사장(死藏), 물건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싸서 간직함을 포장(包藏), 간직하여 둔 물건이나 물건을 간직하여 둠을 소장(所藏), 안에다 간직함을 내장(內藏), 비밀히 감추어 두거나 간직함을 비장(祕藏), 묻어서 감추는 것을 매장(埋藏), 자기 집에 보관함 또는 그 물건을 가장(家藏), 보존되도록 갈무리 함을 보장(保藏), 물러나서 자취를 감춤을 퇴장(退藏),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말을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를 감추고 꼬리를 숨긴다는 뜻으로 일의 전말을 확실히 밝히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장두은미(藏頭隱尾), 종적을 아주 감춘다는 말을 장종비적(藏蹤祕迹), 공부할 때는 물론 쉴 때에도 학문을 닦는 것을 항상 마음에 두어야 한다는 말을 장수유식(藏修遊息), 웃음 속에 칼을 감춘다는 뜻으로 말은 좋게 하나 마음속으로는 해칠 뜻을 가진 것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을 소리장도(笑裏藏刀), 일자리를 얻었을 때에는 나가서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고 버리면 물러나 몸을 숨긴다는 뜻으로 나아가고 물러섬이 깨끗하고 분명함을 이르는 말을 용행사장(用行舍藏), 지식인이 시세에 응하여 벼슬에 나아가기도 하고 물러설 줄도 아는 처신의 신중함을 이르는 말을 행장진퇴(行藏進退), 꼬리는 드러낸 채 머리만 숨긴다는 뜻으로 잘못을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나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미장두(露尾藏頭), 솜 속에 바늘을 감추어 꽂는다는 뜻으로 겉으로는 부드러운 듯하나 속으로는 아주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면리장침(綿裏藏針), 새를 다 잡고 나면 활은 창고에 넣는다는 뜻으로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버림을 받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조진궁장(鳥盡弓藏), 하늘이 감추고 땅이 숨겨 준다는 뜻으로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천장지비(天藏地祕) 등에 쓰인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부적절(不適切), 부당한 일을 부당지사(不當之事),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부정부패(不正腐敗), 그 수를 알지 못한다는 부지기수(不知其數), 시대의 흐름에 따르지 못한다는 부달시변(不達時變) 등에 쓰인다.
▶️ 露(이슬 로/노)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비 우(雨; 비, 비가 오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잇닿는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한 路(로)로 이루어졌다. 수증기가 낱알 모양으로 잇닿아 있는 것, 이슬의 뜻이다. ❷형성문자로 露자는 ‘이슬’이나 ‘진액’, ‘좋은 술’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露자는 雨(비 우)자와 路(길 로)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路(길 로)자는 사람의 발을 그린 것으로 ‘길’이라는 뜻이 있다. 이슬은 공기 중의 수증기가 차가워진 물체에 부딪히며 생기는 물방울을 말한다. 露자는 그 이슬을 뜻하기 위해 路자에 雨자를 결합한 것으로 길 위해 맺힌 맑고 깨끗한 이슬을 뜻하고 있다. 새벽의 이슬은 맑고 깨끗한 물을 뜻하기도 하기에 露자는 ‘좋은 술’에 비유되기도 한다. 그래서 露(이슬 로/노)는 ①이슬 ②진액(津液) ③좋은 술 ④허무함의 비유 ⑤보잘것 없음의 비유 ⑥러시아(Russia) ⑦드러나다 ⑧나타나다 ⑨은혜(恩惠)를 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⑩고달프다, 고달프게하다 ⑪적시다, 젖다(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 ⑫허물어지다, 부서지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사나울 폭(暴)이다. 용례로는 감춰지거나 가려져 있는 대상이나 사실을 보이거나 알 수 있도록 드러내는 것을 노출(露出), 예상치 못하거나 원치 않은 사실을 드러내어 알게 하는 것을 노정(露呈), 지붕 등으로 가리지 않은 바깥을 노천(露天), 비바람 등을 가릴 수 없는 집 밖의 장소에서 잠을 자는 것을 노숙(露宿), 가리우거나 덮여 있지 않은 땅을 노지(露地), 길가의 한데에 벌여 놓은 가게를 노점(露店),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냄을 노골(露骨), 곡식을 한데에 쌓아 둠을 노적(露積), 지붕이 없는 우물을 노정(露井), 겉으로 나타내거나 나타남을 노현(露見), 학을 달리 이르는 말을 노금(露禽), 24절기의 열다섯째를 백로(白露), 24절기의 열일곱째를 한로(寒露), 남의 비밀이나 비행 따위를 파헤쳐서 남들 앞에 드러내 놓는 일을 폭로(暴露), 속마음을 죄다 드러내어서 말함을 토로(吐露), 말이나 글이나 행동에 드러남 또는 자기의 죄와 허물을 여러 사람에게 고백하여 참회함을 발로(發露), 문서 같은 것을 펴 보이는 일 또는 일반에게 널리 알림을 피로(披露), 비밀이 드러남을 탄로(綻露), 드러나거나 나타남 또는 드러내거나 나타냄을 정로(呈露), 가을이 되어 처음 내린 이슬을 초로(初露), 방울지어 떨어지는 이슬을 적로(滴露), 이슬이 맺힘을 결로(結露), 해를 보면 곧 스러지는 아침 이슬로 인생의 덧없음을 아침 이슬에 비유하는 말을 조로(朝露), 썩 맑고 깨끗한 이슬을 옥로(玉露), 한데서 자고 한데서 먹는다는 뜻으로 여행하는 어려움을 이르는 말을 노숙풍찬(露宿風餐), 꼬리는 드러낸 채 머리만 숨긴다는 뜻으로 잘못을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나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미장두(露尾藏頭), 이슬이 맺어 서리가 되니 밤기운이 풀잎에 물방울처럼 이슬을 이룬다는 말을 노결위상(露結爲霜),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뜻으로 떠돌아 다니며 고생스러운 생활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찬노숙(風餐露宿), 아침 이슬은 해가 뜨면 곧 사라지듯이 위기가 임박해 있다는 말을 위여조로(危如朝露),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말의 다리가 드러난다는 뜻으로 숨기려던 정체가 드러남을 이르는 말을 마각노출(馬脚露出), 해가 나면 없어질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는 인생을 이르는 말을 초로인생(草露人生), 나뭇잎이 저 산 모양이 드러나 맑고 빼어나다는 뜻으로 가을 경치가 맑고 수려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각로청수(刻露淸秀), 생명이나 지위가 아주 불확실하여 쉽사리 꺼져 버리는 상태에 있다는 말을 조로지위(朝露之危), 머리는 감추었는데 꼬리는 드러나 있다는 뜻으로 진실을 숨겨두려고 하지만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다는 말을 장두노미(藏頭露尾), 모자를 벗어서 정수리를 드러낸다는 뜻으로 예의에 구애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탈모노정(脫帽露頂)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