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여주 친구네집에 왔다.
크리스마스날이 친구 생일인데 그 날은 올 수가 없어 미리 왔는데
다른 것은 못해도 친구의 생일은 다른 친구와 함께 꼭 챙겨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부모형제 얼굴도 모르고 세상을 살아 온 내 친구
살림이 어려워서 다섯살에 먹는 입 하나 던다고 남의집으로 보내져서
그길로 혼자 살아 왔다.
생일도 언제인지 몰라 크리스마스로 정했다.
이 친구와 열아홉에 만나 그 때 우리가 정해 준 생일이었다.
아니 그 때에 야학선생님들이 주선하여 호적도 만들고
주민등록증도 만들었던 것이다.
챙겨 준다는 것은 말 뿐이고 사실은 친구가 나를 챙겨 주었다.
산골에서 제대로 못 먹고 산다고 다른 친구와 함께 거하게 양념갈비로
저녁을 사 주고 ........
밤 늦을 때까지 내외가 번갈아 가며 맛있는 것을 챙겨 주었다.
내가 가져 온 빨래를 세탁기에 돌려서 밤새 말려서는 다 개켜서
비닐에 넣어 주었다.
목욕탕을 따뜻하게 해서 목욕을 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집도 다른 날 보다 더 따뜻하게 해서 이불을 차 내고 자도 되게 해 주었고
새벽부터 또 먹을 것을 해서 이부자리 위로 가져다 주었다.
야구 좋아하는 친구가 살림장만을 늘려 55인치 벽걸이 텔레비젼도 마련 했는데
영화를 보듯 비스듬이 누워서 아침이 늦도록 뒹굴거리며 함께 텔레비젼도 보았고~
세상에서 나를 가장 편하게 해 주는 내 친구이다.
그 커다란 텔레비젼을 보니 어쩌면 그렇게 대견하고도 고마운지.......
정말 아무것도 없이 모두가 다 자기들 노력으로 돈을 벌어서
하나 하나 살림을 장만한 내 친구이다.
나와 남편이 중매를 해서 남편친구와 살림을 차릴적에
숫가락 두개, 솥단지 하나, 밥그릇 두개로 시작한 살림을
30년 넘게 보아왔다.
그렇게 살림을 장만하고 아이를 낳고, 작으나마 집도 마련하고,
알콩달콩 사는 내친구의 모습을 보노라면 얼마나 흐믓하고
대견한지 나는 늘 그 친구에게 고맙고 예뻐서 때로는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열시가 되어 친구는 출근을 하고 우리는 춘천으로 향했다.
머리 할 때가 되어서 가는 길이었다.
친구는 친정엄마마냥 동치미며 밑반찬을 이것저것 챙겨서 차에다
실어 주었다.
언제나 만났다가 헤어지면 눈물을 글썽이는 내친구........
그런 내 친구가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오늘은 시간이 많았다.
머리만 하면 되니 여유있게 가고 있었다.
여주에서 양평쪽으로 가서 홍천을 지나 국도로 구경을 하면서
춘천으로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갑자기 학교 학우님이 양구 펀치볼마을에서
시래기 축제를 한다고 같이 갈 사람을 구하는 문자가 왔다.
남편에게 갈까 물어 보니 좋다고 했다.
가다 보니 양평까지 새로운 고속도로가 생겼다.
<고속도로가 완성이 되었나봐~>
했더니
<그래 그럼 가 보아야지>
남편은 차를 돌려 거꾸로 달려 가서는 고속도로로 들어 섰다.
새로난 길은 무조건 가 보아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부부~
새로운 길을 가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양평에서 다시 홍천쪽으로 가는데 양갈래길에 가평 이라는 지명이 나왔다.
<가평 ? 가평에 카멜레온님이 사시잖아 전화 한번 해봐
오늘 쉬는 날이니 양구 가자고 말씀 드려 봐~>
카멜레온님은 가평에 사신다.
언젠가 내가 하루종일 밭에서 일하고 왔더니 우리집에 오셔서
우렁각시처럼 여러가지 요리를 해 오셔서
한상 떡하니 차려 주셨던 기억을 가진 분이다.
그 때 남편과 주말부부로 남편은 영월에서 근무를 하셧었고
그래서 가끔 영월을 오시면서 내게 베풀어 준 잊지 못할 감동을
안겨 주었던 분이다.
그랬던 남편이 지난 9월에 투병하던 병을 이기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나셧다.
그리고 카멜레온님은 혼자가 되셧고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계신다.
남편 이론으로는 이럴 때 누군가가 밖으로 불러 내 주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한다.
갑자기 전화 드렸는데 카멜레온님은 반가이 맞아 주시며
선뜻 우리와 동행 하겠다고 하셧다.
그래서 함께 펀치볼 여행이 시작 되었다.
춘천에다 차를 세우고 우리차 한대에 탔다.
펀치볼 마을은 양구군 해안면으로 전체가 펀치볼 모양으로 생겼다고
붙여진 DMZ 지역이다.
해발 1100m 이상에 위치해 있고 마을 전체가 타원형의 분지인 것이다.
나는 다른이들을 따라 두번정도 가 보았는데 남편은 처음이다.
카멜레온님도 처음 가 보는 곳이라 한다.
양구에서 멀리 보이는 산길을 꼬불꼬불 올라가서
터널을 하나 지나면 온 마을이 다 내려다 보인다.
온통 다 둘러 보아도 산 밖에 안 보인다.
둘러 있는 산들은 가칠봉, 대우산, 두솔산 그리고 을지 전망대가 있다.
뺑뺑 둘러 산으로 쳐진 마을이다.
이 높은 곳에 마을이 있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 둘러쳐진 산도 재미있다.
시간이 된다면 한바퀴 돌아 보고 싶다.
이곳에서 부터 DMZ 구역인데 산불조심 깃발도 어쩐지 예사로 보이질 않는다.
행사장 입구에 있는 전쟁기념관에서 기념사진 하나 찍어 두고~
시레기 축제 답게 여기저기 시레기천지 이다.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은 아니어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여기 우쿠렐라 공연을 하는 팀들이 있었는데 관객이 적어서
내가 다 미안했다.
오늘을 위해 많은 시간 연습하고 준비 하였을 터인데 말이다.
그래도 품바공연장에는 사람이 좀 앉아 있었다.
시레기에 관한 것들이 좀 나와 있나 기대를 했더니
시레기는 마른 것 한가지씩 밖에는 없고 다른 것이 대세이다.
단호박찐빵~
이것은 오골계와 토종돼지~
숫불에다 구어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떡 치는 남정네들~
시레기 덕장~
트랙터 마차타기~
시레기로 만든 음식들을 잔뜩 기대하고 갔더니
음식은 이 세가지 나왔다.
시레기국밥, 시레기무침, 시레기부침개~
멀리까지 기대하고 갔는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 아쉬움 좀 달래러 양구에 있는 선사박물관에 들렸다.
책에서만 보던 선사시대 유적들을 직접 보고,
느끼고~
기대 보고~
만져 보고
들어도 가 보고~
그렇게 나들이 하였다.
춘천 소양강가에서 일몰도 만나고~
머리 하러 간 행복한 사람님 댁에서
뜻하지 않게 저녁도 잘 얻어 먹고 ~
머리 하면서 밥 먹으면서 하는 특별한 만남의 시간
오늘 나는 또한 행복한 시간을 함께 했다.
나의 삶에 늘 도움을 주는 지인과 친구들 덕에
언제나 풍성하고 기쁜삶을 이어가면서.....
집에 돌아 오니 참새님이 생각지도 않은 소포를 보내 오셧다.
내게 필요할만한 이것저것과 과자들까지
들어 있는 메모지 덕분에 우리부부 한참 웃었다.
계속 친하게 지내자~
........
어릴 때 친구에게 쓰는 편지 말미에 쓰던 그 단어들~
나는 자면서도 그 말 때문에 혼자 히히 거리고 웃었다.
계속 친하게 지내자~
내가 아는 모든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하고픈 말이다.
첫댓글 그래요
나두 계속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