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물고기에게 붙어 날카로운 이빨로 살 파먹는대요
칠성장어와 먹장어
▲ 칠성장어는 뱀장어 무리로 혼동되지만 전혀 다른 종류예요. /국립생물자원관
최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세상을 떠나고 아들 찰스 3세가 왕위를 물려받았죠. 이와 관련해 뉴스에 등장한 물고기가 있어요. 칠성장어죠. 영국의 각 지역에서는 대관식 즈음 음식을 장만해 왕실에 올리는데 그중에 칠성장어로 만든 파이도 있다는 거예요.
칠성장어는 뱀장어처럼 길쭉하고 비늘이 없는 미끌미끌한 몸통을 갖고 있는 물고기랍니다. 눈 뒤로 양옆에 일곱 쌍의 아가미구멍이 뚫려 있어요. 뱀장어 무리로 혼동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른 종류예요. 칠성장어 무리는 물고기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종류인데요. 가장 큰 특징은 턱이 없어서 다른 물고기처럼 입을 벌렸다 닫을 수도, 뻐끔거릴 수도 없다는 거예요.
칠성장어의 입은 둥근 빨판으로 돼 있어요. 이 빨판 안에 많게는 150여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하게 나 있죠. 칠성장어 빨판의 흡착력은 진공청소기보다도 강하대요. 칠성장어는 이 빨판으로 연어나 송어 같은 물고기의 몸뚱어리에 착 달라붙어요. 그다음 날카로운 이빨로 살을 파먹고 피도 빨아 먹죠. 이때 이빨이 달려있는 혀도 입속에서 쑥 나와서 먹잇감의 살 속을 파고든대요. 이렇게 칠성장어에게 공격당한 물고기는 결국 큰 상처를 입고 시름시름 죽어간대요. 이런 식습관 때문에 칠성장어는 '흡혈 물고기'라는 악명도 갖고 있죠.
칠성장어는 사는 지역에 따라 평생 강에서 살기도 하고, 연어나 뱀장어처럼 강과 바다를 오가며 살기도 하는데요. 빨판으로 된 입은 알을 낳을 때도 활용돼요. 번식철에 암컷이 바위에 빨판으로 착 달라붙으면 수컷이 암컷의 몸에 들러붙어 몸통을 죄면서 산란을 돕고 수정도 시키죠.
칠성장어는 도시화와 환경오염으로 유럽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대요. 반면 미국에서는 생태교란종으로 골치를 썩이고 있대요. 바다에 살던 칠성장어들이 수로를 타고 내륙으로 올라와 아주 커다란 호수인 오대호에 자리를 잡고 토종 물고기를 습격해 씨를 말리고 있다는 거죠. 그래서 정부 차원에서 칠성장어 퇴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칠성장어와 아주 가까운 친척뻘이면서 우리에게 친숙한 물고기가 있답니다. '곰장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먹장어죠. 먹장어 역시 턱이 없는 원시적인 물고기인데, 칠성장어와 달리 눈이 퇴화했어요. 그 대신 피부 안에 빛을 느끼는 감각기관이 있대요.
먹장어는 바다에서만 살아가는데, 살아있는 고기에 들러붙는 칠성장어와는 달리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는 물고기를 주로 먹어요. 어선이 쳐놓은 그물에 걸린 큼지막한 물고기의 아가미를 통해 배 속으로 들어간 뒤 안에서 살을 파먹기도 한대요. 그래서 그물을 올려보면 살점이 거의 없이 뼈만 남다시피 한 고기 배 속에서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먹장어가 종종 발견되기도 한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