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문 밖에서 늙음을 마주치다 & 궁전에서 영화롭고 우화하게 지내던 어느 날 싯다르타 태자는 성문 밖으로 세상 유람을 나서기로 하였다. 아버지 정반왕은 태자의 자들이길에 근심을 안겨줄 것은 치워버리고 깨끗하고 하려하게 거리를 치장하도록. 명했다. 성의 동문 밖으로 나들이할 때 태자는 말끔하게 새로 닦은 길에 아름답게 치장한 사람들이 수레를. 타고 오가는 모습을 보고 흡족했다. 사람들은 태자의 근엄한자태와 아름다운 깃털로 장식한 행렬을 보고. 환호했다. 그런데 천상의 신들은 태자가 어서 빨리 출가하여 부처님이 되기를 바랐다.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불길에 휩싸여 괴롭고 슬퍼하는 세상에 진리의 빗줄기를 내리시어 근심과. 고통에서 중생을 구제해주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천상의 신이 늙고 쇠약한 노인의 모습으로. 변해서 환호하는 군중 앞에 홀연히 나타났다. 태자는 그 노인을 보고 놀랍고 괴이하게 여겨 마부에게 물었다. 저 자는 누구기에 머리카락은 희고 등은 굽었으며. 눈은 어둡고온 몸을 지팡이에 의지한 채 비틀거리면서 걷는가? 젊던 몸이 갑자기 변해서 저런가? 아니면 태어날 때부터 저런 모습이었는가? 마부가 망설이다 태자에게 말했다. 육신이 변하고 기운마저 허약해져 근심은 가득하고 기쁨은 줄어들며. 모든 감각기관이 약해저서 즐거움이 없으니 이것이 늙은 모습입니다. 저 사람도 처음에는 어머니의 젖을 먹던. 어린 아이였고. 소년 시절에는 장난끼가 가득하고 모습도 단정했으며 온갖 욕망을 누렸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지금은 몸이 쪼글라들고 늙어서 쇠약해진 것입니다. 태자는 탄식하면서 다시 물었디. 저 사람난 늙고 쇠약해지는가? 아니면 누구나 저렇게 되는 것인가? 태자님도 그리될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몸도 따라서 변하기 마련입니다. 사람도 늙어가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만은 그렇게 되디 않기를 바랍니다. 태자는 늙고 쇠약해지는 괴로움에 대해 듣고 온 몸의 털이 곤두섰으니. 마치 벼락에 놀란 동물들이 이리저리 치달리는 것 같았다. 태자는 늙음이라는 괴로움에 마음이 얽매여. 머리를 떨군 채 시름에 잠겼다. 늙고 쇠약해 지는 괴로움을 생각한다면 세상 사람들이 어찌 저렇게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는가. 모든 것은 늙음 앞에 허물어저서 거기에 부딪치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늙어가는 존재이고 똑같이 늙음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이 늙은 것을 보고서. 고통스러위하고 피하면서. 자신도 그리 되리라는 사실을 지나친다. 나 또한 실로 늙어가는 존재이고 늙음을 극복하지 못했으면서. 다른 사람이 늙은 것을 보고서 고통스러위하고 피할 것이다. 이것이 과연 마땅한 이일까. 눈앞에서 그것을 뻔히.보면서도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가? 이렇게 깊이 생각하자 태자에게는. 젊음에 대한 도취가 완전히 사라졌자. 한 생각 할 때마다 늙고 쇠약함이 닥처오는 이 현실에서 무엇을 즐기며. 웃고 떠들 것인가. 태자는 마부에게 명하여 궁전으로 수레를 돌리도록 하였다. 황혼 속에서 빈 묘지 사이로. 돌아다니는 것 마냥 무엇을 하거나 어디에 머물러도. 태자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하였다. [ 2023년 8월 10일. 18시 20분~18시 52분까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