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 공주 마곡사(주지 원혜)로 가는 길에서 만난 들녘은 벼이삭이 가을 햇살에 영글어 포단을 깔아 놓은 듯 황금빛으로 반짝였다. 씨줄 날줄처럼 얽힌 농로 끝에서 만나는 아담한 농가도 추색이 완연했다.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인 10월 24일, 공주 마곡사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한국관광공사 주최로 열린 ‘김민종과 함께하는 템플스테이 in 마곡사’에 김민종 씨의 일본 팬들이 대거 몰린 것. 이번 행사는 일본 관광객의 대대적인 유치를 위해 마련했으며 충남도청의 후원에 힘입어 성사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독실한 불교 신자이자 한류 열풍에 중심에 있는 대표적인 방송인 김민종 씨와 함께 10월 24~25일까지 마곡사와 전통불교문화원 등지에서 불교 문화를 체험하며 한국의 아름다움에 조금씩 눈을 떴다.
마곡사 입구에 들어선 참가자들은 세심교를 건너면서 단풍이 들고 낙엽이 져 추색이 완연한 마곡사 전경을 보며 감탄했다. 경내를 가로 지르는 계곡인 태극천을 따라 600여 미터 거리에 위치한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여장을 풀고 선원을 지나 해탈문과 천왕문을 통과하자 태극천에서 들려오는 계곡물 소리가 반갑게 이들을 맞이했다.
마곡사에 도착한 김민종 씨를 본 일본 팬 80여 명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참가자들은 김 씨와 함께 경내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참가자들은 마곡사에서 나눠 준 법복을 입고 도량 곳곳을 돌아보며 탑돌이 했다. 보물 801호인 대웅보전을 비롯해 보물 제802호인 대광보전, 보물 800호 영산전 등을 보며 정갈하고 고아한 한국 사찰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들었다. 이후 김 씨와 팬들은 마곡사 화림원 정현 스님의 지도로 불화 그리기에 몰두했다. 붓을 든 참가자들은 한 가지씩 마음에 서원을 담고 문수보살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현 스님은 “불화 그리기는 수행의 방편”이라며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자신을 투명하게 비치는 거울을 바라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이어 단주 만들기 등 비교적 간단한 불교 문화 체험 행사가 이어졌다. 김 씨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단주와 템플스테이 사진집을 팬들에게 선물하고 한국 사찰의 아름다움에 대해 설명했다. 저녁에는 팬들을 위한 작은 산사음악회가 펼쳐졌다. 저녁 팬미팅과 함께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 김 씨는 '아름다운 아픔' 등 히트곡을 부르며 자신에 대한 팬들의 사랑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김 씨는 공연에 앞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쉬는 마곡사에서 팬들을 만나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 불교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올해로 3번째 한국을 방문했다는 일본인 오다카 지요코(45) 씨는 “김민종 씨와 함께 마곡사를 둘러보며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며 “이후에도 친구들과 함께 한국의 유명 사찰을 둘러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인 일본인 아베 히루키(39) 씨는 “한국으로 신혼 여행을 왔을 때 남편과 사찰에서 백년해로를 기원했었다”며 “한국 사찰의 단아한 모습에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다.
공주= 법보신문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1021호 [2009년 10월 27일 12:00]
첫댓글
보도내용만이라도 기쁘고 행복함이 묻어나네요~~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