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시인의 시집 <빗방울 변주>가
2008년 9월, 도서출판토방에서 나왔습니다.
김정희 시인은
1934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1974년 첫 시집 <소심(素心)>을 출간하고
1975년 [시조문학] 추천완료로 등단, 왕성한 작품활동으로
성파시조문학상, 경남문화상(문학부문), 허난설헌문학상, 그외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시집으로 <녹두꽃 진 자리에>, 우리시대현대시조100인선 <망월동 백일홍> 등을
냈고, 진주문협 회장과 한국시조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시는 나에게 있어 선이며 기도였습니다.
어느덧 신앙이 되고 종교가 되어버린 나의 시.
어쩔 수 없는 영혼의 독백과 수행이며 기도이기에
살아있는 날의 기록으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시로 하여
마음의 안식을 얻고 시의 나라 가족으로 축복을 받으며
산고의 아픔을 겪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시(詩)의 종가(宗家)인 시조문학 가문에 들어선 몸,
그 옛날 선친께서 나라를 지키시듯 정형시(整型詩)를 고집하면서
삼장육구(三章六句)에 신명을 다하여 남은 날을
몸 바치고 싶습니다."고 적었습니다.
이근배 시인의 해설 '모국어의 득음(得音), 그 정화(精華)'와
조남현 교수의 경남시조문학상 심사소감 '열린 시조의 한 모범'이
권말에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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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봄날
-김정희
연두빛 이른 봄날
그대를 만났습니다.
떨린 가슴 피 맺힌 속내
차마 말을 못하고
꽃샘이 서리 친 그날
손수건만 건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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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꽃
-김정희
그 사람 말 못할 속내
몸 비틀며 앓고 있다
잡은 손 놓지 못하고
가끔 헛손질도 하면서
그래도 하늘 향한 기도
줄줄이 등촉을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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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랭이꽃 화압(畵押)
-국립중앙박물과 역사관에서
-김정희
신진사댁 태복(太福)이와
이생원댁 천일(千一)이가
상전의 전답 매매문서에
서명을 했다는데
성(姓) 없는 노복(奴僕) 천일이
그린 작은 꽃, 패랭이꽃.
담밖에 사는 설움
대물림 패랭이 쓰고
밟히며 짓뭉개진
들풀 같은 한 생애가
이백 년 먹구름 헤치고
햇빛 한 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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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시편(延邊詩篇) . 2
-조선족 동포들은
-김정희
울 밖으로 날아간 민들레 홀씨인가
고국 잃고 흘러간 부초같은 피붙이인가
한 때는 나라를 찾겠다던 독립군 후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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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항아리
-김상옥 선생님을 추모하며
-김정희
초정*이 그려주신 기울어진 빈 항아리
먼 산에 차오르는 보름달로 떠오르고
그 속에 시공을 넘어 나르는 불사조 한 마리.
"예술은 생전에 늘 미완성이니라
완성을 향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라."
옛 스승 귀한 말씀을 불사조가 되뇌이고.
진사(辰沙)빛 불사조는 영원을 향하건만
나는 금 가고 무늬 없는 빈 항아리
빈 절간 매달린 운판(雲板)이듯 속울음만 삼킨다.
*초정(草丁, 艸丁) : 김상옥(金相沃) 시조시인의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