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일기(4) - 2023년 09월 09일
1. 오늘의 광화문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다양한 시위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진 때와는 다르게 대규모의 시위는 아직 열리지 않고 있다. 항상 진행되는 언제나 그렇듯이 극우 집단들만 동화면세점 앞에 모여있을 뿐이다. 오늘의 메인 집회는 오후 4시에 계획되어 있는 ‘해양오염수 반대’ 집회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8월 24일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9월 11일(월) 1차 방류가 마무리되고 방류의 영향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한다.
2. ‘오염수 방류’와 관련된 사태에서 많은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일본의 방류보다도 한국 정부의 방류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일 것이다. 비록 IAEA와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방류된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방류가 단기간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라 앞으로 30년 아니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바다를 오염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체계적인 방어계획을 수립하고 그것을 일본에 요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오히려 일본보다도 더 열심히 오염수의 안전을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오염수에 대한 문제 제기를 ‘가짜 뉴스’라고 오도하고 있으며, 더 가관할 일은 오염수에 대한 비판을 ‘반국가주의’ 또는 ‘공산주의’와 연계시켜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3. 오염수에 관한 과학자들의 견해는 다음과 같다. 오염수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측에서는 "이론상으로는 이 물을 마실 수 있다" 거나 "중요한 것은 삼중수소의 양"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어류 개체 수가 심각하게 감소하지 않는 한 해당 농도는 해양 생물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염수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도 분명 존재한다. 한 해양생물학자는 "방사선학적·생태학적 영향 평가가 부적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해당 평가에서 오염수·퇴적물·유기체에 무엇이 유입되는지 감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감지하더라도 이를 제거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우려된다. 일단 밖으로 나온 지니를 다시 병에 넣을 수는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으며 그린피스에서도 생식력 감소나 DNA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발표했다.
4. 문제의 핵심은 현재 오염수의 방사능 농도보다도 앞으로 오염수의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오염수에 가장 피해 가능성이 큰 인접 국가에서는 더 철저한 정보요구를 넘어서, 일본이 제대로 오염수를 처리하고 있는 것을 직접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하며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단순히 방류 중단을 넘어서 방류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요구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문제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며, 미래에 발생할 문제에 대한 어떤 억제책도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염수의 집중적, 지속적 방류는 아직도 경험하지 못한 초유의 일이다. 그것이 해양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현재의 낙관주의는 과학적인 주장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주장에 가깝다. 현재의 문제없음이 미래의 문제없음까지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과학적 진실이 아니다. 아직 그것에 대한 검증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실험적 검증이 아니 인간과 생물의 목숨과 건강을 걸고 도박하는 것에 가깝다. 그런 문제를 외면하는 정부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5. 오염수 방류 후에 삼중수소의 농도가 올랐다는 신문기사가 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오염수의 농도가 국제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점만 강조하며, 농도 증가에 대한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엄청난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행위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외면받고 있다면 미래의 위험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단 하나의 가능성일지라도 그 가능성이 치명적인 파괴를 의미한다면 철저하게 대책을 준비하여야 한다. 그것을 우리의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더구나 일본과의 동조를 위해서 오랫동안 일본의 뻔뻔스러움에 고통을 받아온 과거 식민지 시절 우리 국민들의 상처를 생채기 내고 있다. 국가를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절망이 안타깝다. 어떤 이유로도 국가는 개인의 권리와 고통을 무시할 수 없음에도 국가는 그것을 뻔뻔하게 행하고 있다. 어떤 폭력보다도 끔찍한 국가의 폭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 국가의 폭력이 진행되고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