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나들길(18코스) - <왕골공예마을 가는 길>
1. 강화도 부근리 고인돌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인돌이다. 덮개돌의 크기와 받침돌의 모습에서 오래된 시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돌의 아름다움과 힘을 느낄 수 있다. 과거 들판에 외롭게 서있던 고인돌을 둘러싼 환경은 이제 완전히 ‘상전벽해’했다. 고인돌 주변에는 공원이 들어섰고, 강화도 역사박물관과 자연사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고인돌은 그대로지만 과거의 고인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어쩌면 과거의 외롭지만 강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고인돌의 고독한 매력은 조금 퇴색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이제 부근리는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했다.
2. 오랜만에 찾은 고인돌에서 강화 나들길 18코스를 출발했다. 이 코스는 강화 역사박물관에서 출발하여 강정리의 작은 산을 지나 마을길을 걷다 다시 강화 박물관으로 돌아오는 원잠회귀 코스이다. 대략 3-4시간 정도 소요되며, 크게 힘든 지점이 없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추수가 끝난 겨울 논밭의 공허한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으며, 제법 큰 규모의 저수지를 만난다. 하늘은 높고 새들이 떼를 지어 날고 있다. 미세먼지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바람에 실려 가고 하늘은 청량했다. 사납기 보다는 선선한 바람이 걷는 동안 함께 했다. 특별하지는 않지만 안정되고 여유로운 답사 코스였다. 다만 마을길 코스가 많은 편인데, 마을로 들어설 때마다, 집집마다 지키고 있는 수많은 개들의 격렬한 환영(?)을 받는다. 이제 개들의 외침에 둔감해져 가고 있다. 삶의 과정에서도 외부의 자극에 둔감해질 필요를 자각한다. 여행은 그렇게 삶의 필요에 대한 인식을 얻는 시간이기도 하다.
3. 답사를 마친 후, 교동도로 건너갔다. 교동도 관광의 대표적인 장소인 대룡시장 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시장을 둘러보았다. 평일이어서 사람도 없고, 가게도 문을 닫았다. 저녁을 먹기 위해 찾은 곳이지만 식당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다. 시장 외곽에 문을 연 식당 중의 하나인 ‘청국장’집에 들어갔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지만, 훌륭한 만남이었다. 진한 청국장의 냄새와 맛이 서늘한 몸을 덥히면서 답사의 피로를 풀어준다. 청국장을 좋아하지만 제대로 된 청국장을 먹어본지 제법 시간이 되었는데 우연하게 맛있는 청국장을 먹을 수 있었다. 전국의 숨어있는 소박하지만 매력있는 나만의 맛집으로 등록해 본다.
* 돌을 찾는 여정
이번 답사의 고갱이는 역시 ‘돌’과의 다양하면서도 특별한 만남이었다. 강화도는 곳곳에 역사의 흔적과 문명의 기억을 담고 있는 지역이다. 대부분 오래된 과거의 모습은 ‘돌’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하나의 코스에서 이렇게 다양한 역사적, 문화적 돌을 만난 것은 드물었다. 답사를 시작하고 강정리 마을을 지나 산으로 올라가자 고려시대 강화도 천도 때 만들어졌다는 절이 있다. 이제는 폐허로 남았지만 그곳에는 여전히 석탑이 서있었다. 미술적 세련미는 부족해 보였지만, 개경의 사찰을 강화도에 옮겼다는 역사적 가치때문인지 몰라도 탑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조금 더 이동하자 석불이 보였다. 표정은 근엄하고 날카로운 인상을 준다. 우리나라 불상의 인자함 대신에 운명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발견된다. 어쩌면 강화도와 몽골 침략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부처의 얼굴을 인식하려 했는지 모른다.
산에서 내려 와 마을을 지나면서 연이어 ‘고인돌’의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양오리 마을의 고인돌은 휴식하기에 좋은 평평한 덮개를 가지고 있었다. 단단한 돌들을 보면 사라져가는 수많은 존재들의 무상함과 비교되는 지속되는 존재의 힘을 느끼게 된다. 주변을 오염시키지 않는 조화된 모습으로 돌은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공간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 출발점에 가까워지자 부근리 고인돌 공원이 나타난다. 부근리의 웅장한 고인돌과 함께 발견된 고인돌들은 이 지역이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중요한 거주지였음을 확증시킨다. 오늘의 목표가 ‘걷는’ 것인 관계로 스치듯 보았지만, 고인돌과 박물관을 자세하게 보기 위해 조만간 다시 방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댓글 - 걷고 또 걷는 길 위의 인생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