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 박봉규님 까페(클릭!)에 가면 차실과 다구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농암님을 간접적으로 대할 수도 있고.
오늘은 농암님의 생각을 정리하는 선에서 마감한다.
[농암]
경기도 수원에서 “농암목방濃岩木房”을 운영하는 농암선생은
1942년 충남 청원군 목천에서 태어났다.
1970년대초, 금당 노석경 선생에게 차를 배운
김혜경씨의 영향으로 차를 알게 되었고 이후
오래된 소나무로 차인들에게 꼭 필요한 찻상 등 나무다구를 만들어
차실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누리게 해준다.
[차실;농암 작]
농암은 茶具에서, 韓屋에서, 茶室에서 아름다움 인생찾기를 즐겨한다.
茶道는 아름다움의 법칙이라 했다.
만일 아름다움에 새로운 형태가 나타난다면 거기에 또한 새로운 茶가 생겨날 것이라 믿고 있다.
옛것과 새로운 것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더라도 아름다움의 법칙에는 전후가 없다.
茶가 아름다움의 법칙이라 했듯이
茶具 또한 아름다움을 수행하고 참선할만한 茶道에 철저해야만 한다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한다.
[차실;농암 작]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찻상에 대한 문헌이나 유물이 거의 없고
고려시대 무용총 벽화와 강진에 다산초당 앞에 있는 돌 찻상,
도자기의 역사, 풍속도나 민화와 같은 그림, 혹은 실생활의 문방제구나
차생활의 경험으로부터 차의 성품과 알맞은 찻상의 형식을 유추해 낼 수 있을 뿐이다.
또한 이러한 자료들에 의해 차를 즐겨 마셨던 역사는 참으로 오래된 것을 짐작할 수 있으나
다구茶具나 찻상 등 차茶문화에 대한 정형화定型化된 공간이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차茶를 어떤 공간에서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찻삶의 질이 크게 달라지기에
공간이나 다구茶具의 선택은 행복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을 만드는데 다관, 찻잔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찻상(차탁)이다.
[찻상 제작을 위한 원목 재단]
찻상은 손님과 만남의 장을 마련해줌으로써 차생활에 충만한 미美를 더해준다.
다관, 숙우, 찻잔 등 다구茶具들과 잘 어우러지려면 소박한 자연미가 있는 찻상으로
다구들의 미美를 살리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찻상이 필요하다.
농암이 추구하는 것은 단순한 찻상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한국의 미美를 찾아 차 문화 공간을 정형화定型化시키는 것이다.
음陰과 양陽의 조화로움 가운데 한국만의 독특한 선線이 어우러지고
좌우대칭의 비율이 맞아 안정감이 느껴지면서 순수에 가까운 자연미를 살리는 것이다.
[차탁;무명씨 작-차탁은 찻상과 달리
자연소재를 크게 변형시키지 않고 다구를 올려놓고 쓸 수 있게 만든 것.]
그는 필요와 연구결과를 토대로 다양한 찻상을 만들었다.
팽주상, 보조상, 봉차상(소반), 진차상, 헌다상, 선차상, 말차상, 팔각다과상,
차담상, 평상, 중국행다상, 서한상 등과
이와 어우러질 수 있는 선등, 화분장, 삼층농, 장식장, 사방탁자 등이 그것이다.
팽주상은 차를 대접할 주인이 앉아 차를 우릴 수 있는 찻상이다.
이 상은 다른 상보다는 폭이나 길이가 좀 넓어서 여러명의 손님을 대접할 때도 유용하게 쓰인다.
보조상은 팽주상 옆에 놓는 상으로 차통, 차탁, 차숫가락, 찻수건 등을 놓을 수 있는 상이다.
봉초상(소반)은 손님이 많을 경우 소반에 찻잔을 담아 뒤에 있는 손님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상이다.
진차상은 팽주상 앞에 놓는 상으로 손님이 2명 있을 때 손님끼리 마주보며 다담(茶談)을 나눌 수 있는 상이다.
헌다상은 성스러운 차茶를 마시기 전에 조상이나 종교적 의미에서
차를 우리고 나서 제일 먼저 어른에게 바치는 의미로 만든 것이다.
이것은 어느 차인茶人의 집을 방문했는데
중국의 진열장에다 헌다상獻茶床으로 대신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만든 것이다.
선차상은 어떤 스님이 선방에서 공부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찻상을 만들어 달라 하여
만든 것이다.
말차상은 공식적인 말차 시연을 갔는데
모두 일본식을 따라 맨바닥에 다포를 깔아 놓고 시연을 하는 것을 보고 만들었다.
일본의 문화는 바닥이 상床이라고 생각하는 문화이지만
우리나라는 걸인이 와서 밥을 청해도 바닥에 주는 일이 없이
상을 차려서 밥을 주는 문화이기 때문에
일본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문화를 따라가는 것이 안타까와 말찻상을 만들게 되었다.
사방탁자는 방의 구석에 장식장으로 쓰이면서 좌우의 대칭을 맞출 수 있는 탁자로써
가끔 사극에서 사대부가의 방에 놓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선등과 화분장은 차실에 왜 등이 필요 하냐고 반문하겠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는 음과 양의 조화를 중요시 여긴다.
화분장은 얕고 몽퉁해서 음양오행陰陽五行중 수水이면서 음陰이고
등은 불빛으로 화火이면서 양陽을 표현하여 조화를 이룬 것이다.
농암은 두 가지 형태의 차茶 문화공간文化空間을 구분한다.
1차적 공간에는 팽주상, 보조상, 소반, 탕관받침, 진차상, 선등, 화분장이 어우러진 공간이고
2차적 공간은 1차적 공간에다 3층농, 사방탁자, 진열장이 들어간 공간이다.
요즘 차茶를 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정형화定型化 되어 있는 찻상이 없어서 나무를 대충 잘라 쓰거나
시골에 버려진 혹은 여기저기서 구입한 떡판을 쓴다든지,
절구통 위에 유리를 깔아 쓰기도 하고
하물며 가축에게 주었던 여물통을 찻상으로 쓰는 등 천태만상千態萬象이다.
이런 것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작은 것에 가치를 두어 역사적인 산물로 만들어 나가는 일본을 바라볼 때
우리나라도 이제는 전통을 잘 계승 발전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농암 박봉규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 소나무처럼 차인들의 욕구를 풀어주며
새로운 다구문화공예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