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영천역에서 5시 36분 동대구행 통일호를 탔다. 포항-동대구간 통일호는 언제나 그렇듯이 승객으로 가득찼는데, 영천역에서 이 열차를 탑승하면 입석은 무조건 각오해야 할정도니 어느 정도로 수요가 있는지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객차안에는 어르신들을 비롯하여 통학하는 듯한 학생들이 대부분이 었는데 필자 부근에 있던 어떤 여학생은 객차안이 너무 더웠는지 주저앉기 까지 할 정도로 객차안은 약간 더운 편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동대구역에 도착. 일단 동대구역에서 저녁을-가락국수로-먹고 6시 50분에 마산으로 출발하는 통일호를 탑승하기로 했다. 경부선 삼성역이라는 곳을 찾아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단 매표소에서 삼성행 통일호 차표를 구입했는데 얼마나 삼성역으로 가는 이용객이 적었으면 다른 역 에드몬슨 차표들은 별로 남아있지도 않았는데 이곳은 에드몬슨 차표가 잔뜩 남아 있었고 또 요새는 발매하지도 않는 형광승차권을 쓰고 있었다. 어쨌든 승차권을 구입하고 약 20분간 기다리자 표확인을 시작했고 필자는 플랫폼으로 들어갔다. 플랫폼에는 약 20여명의 사람들이-대부분이 아주머니분들-통일호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후 플랫폼에 통일호열차가 진입했다. CDC편성에 3량이었다,-별로 이용객이 없음을 말해주는듯-어쨌든 필자는 1호차에 탑승했고-이곳은 각도개량이 되어있어 의자가 약간 기울어져 있었는데 CDC가 초기에 나왔을때는 옛날 비둘기호처럼 직각의자로 설계해서 말이 많았다-승객들이 모두 탑승하자 약 3분의 1정도 빈자리가 보였다. 약 10분이 지나자 열차는 출발했다.
CDC는 처음에 출발할때는 확실히 기관차가 견인하는것보다 빨리 움직이고 요새 만든차량이라 보니 의자도 제법 편안한 편이었다. 다만 동차계열의 특징상 소음이 많은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열차가 처음에 멈춘역은 고모역이었는데 여기에는 1명의 승객이 탑승했다.-내린사람은 없음- 이곳은 대구선 이설공사로 새로 플랫폼을 개량한 상태였다. 고모역을 뒤로 하고 달리는 CDC, 창밖에는 경산시가지가 불빛에 보이고 있었고 그 사이로 새로 건설하고 있는 대구선 고가선로가 그림자처럼 보이고 있었다. 경산역에서는 역 규모가 있어서 그런지 몇명의 승객들이 탑승하고 약 2명정도가 내렸다. 경산역을 지나 몇분을 달린끝에 필자는 목적지인 삼성역에 도착했다. 삼성역에서는 2명의 손님이 탑승했고 내린사람은 필자 혼자였다. 이곳에서 상위열차를 먼저보내기 위해 CDC는 몇분간 기다리고 있었고 그사이 필자는 삼성역 건물안에 들어갔다.
역안은 그야말로 썰령했다. 한쪽에는 나무로 만든 의자가 일직선으로 벽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옆에 있는것은 꺼진 석유난로, 벽면에는 시간표와-하루 4회 통일호 정차-운임표가 적혀있었는데 과거에는 김천까지도 비둘기호가 다녔는지 김천까지 운임표가 올라와 있었다. 물론 운임은 떼버렸지만. 게시판에는 어느 작은역에서든 볼 수 있는 포스터-축 철도청 6시그마 대상 수상 포스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창문은 마치 옛날 필자가 당진에 있었을때 집에 있던 그런창문을 연상케 하였다. 열차시간표 밑에 아주좁게 있는 매표소-정말 좁다-는 열려있는것으로 봐서는 아마 표는 파는듯 싶었다. 일단 필자의 일-한문강독회 회원들에게 연락하는 일-을 먼저 마치고 영어책을 잠시 살펴보다가 표를 구입하기로 하고 매표소로 갔다. 역무실안에는 두명의 역무원께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있었는데 필자를 발견하고는 "
부역장: "표사시려고요? 내일표사시려고?"
필자 "경산가는 통일호를 타려고 하는데요."
부역장:" 경산가는 기차는 1시간이 넘게 남았는데.. 혹시 경산역에서 내려야 하는데 자버린것 아닌가?"
필자:"일부러 찾아온겁니다. 여기에 와보고 싶었거든요."
부역장님은 약간 놀란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윽고 대구행 승차권-나중에 안일이지만 삼성역은 에드몬슨이 몇장 없었음-을 끊어주었다. 필자는 혹시 이곳에서 입장권이 남아있을까 싶어서
필자: "혹시 이곳에 입장권 있습니까?"
부역장: "지금을 취급을 안합니다."
필자: "그럼 옛날에는 있었단 말인가요?"
부역장: "옛날에는 있었지. 그런데 특보(특별보충승차권)승차권하고 같이 반납했었어."
일단 필자는 표를 구입한 후 삼성역 밖을 나왔다,-시내버스를 타려는게 아니라 밖을 보고 싶어서- 삼성역이라는 역명판위에는 형광등이 켜져있었고 입구는 계단으로 되어있었다. 아마 삼성역에서 남천면 중심지로 가려면 이 계단을 지나 다리를-남천면 중심지와 삼성역사이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음-건너야 하는 듯 싶었다. 남천면 중심지와는 너무나도 떨어진 삼성역, 약간은 서글퍼 보였다.
그렇게 맞이방에서 30분정도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부역장님이 오더니 추운데 역무실안으로 들어오라는게 아닌가. 일단 필자는 역무실에 들어가서 몇가지 내용을 여쭈어 보았다.
필자: " 이 역은 언제 영업을 개시했는지요?"
부역장: "이게 아마 왜정시대때 영업을 개시했었지. 천구백 몇년이었는데, 아뭏든 지어진지는 꽤 오래되었어요."
이때 옆에 계시던 다른분이-이 분은 CTC를 담당하고 있었다.
"이 건물이 지어진지가 아마 72년정도는 되었지..."
어느정도 오래되었다고는 생각했는데, 역시나.. 1930년에 지었다는 말인데 남성현역사하고 준공시기가 일치하고 있었다. 일단 필자는 다음질문에 들어갔다.
필자: "하루 이용객이 얼마나 되는지요?"
CTC조작 역무원: '이 곳은 별로 이용객이 없지.. 한 3~4명 정도.."
이때 부역장님이 단호한(?)목소리로 "2명"이라고 잘라 말하는게 아닌가. 그리고는 이어서
부역장: "옛날에는 여기도 수요가 많았지. 낮에 비둘기호가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는 통학생들이 많이 이용했었거든. 그런데 비둘기호가 없어지고 아침저녁으로만 통일호가 왔다갔다하고 시내버스가 10분마다 다니다시피 하니까 통학생들이 이용을 안하잖아. 지금 여길 이용하는 2명은 이곳 단골인데 그나마 동대구역에서 정기승차권 끊어서 다니는 사람이라 사실상 거의 이용객이 없는 셈이지. "
그야말로 삼성역의 쇠락을 잘 보여주는 말이었다. 사실 삼성역 뒤 남천면 중심지는 제법 규모가 있는편이라 무궁화호는 몰라도 하루 이용객은 제법 될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밖의 말이었다. 그러고도 어떻게 보통역의 지위를 유지하는건지.... 필자는 궁금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필자: "사실상 여객의 기능이 없는것이나 마찬가지인듯 싶은데.. 그럼 이역은 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요?"
CTC조작 역무원: "뭐 이곳도 어느역이 그렇듯이 업무는 똑같지. 여객취급도 하지, 화물업무, 열차취급 등.. 다만 여객취급이 적다는것 뿐이고. 옛날에는 이곳도 조용해서 좋았는데 지금은 고철-고속철도-공사한다고 낮에되면 수십명이 와서 공사를 하거든. 그래서 요새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쁘지."
부역장: "굳이 주 업무를 말하면 열차운행취급이 주업무지. 역에보면 부본선하고 대피선이라는게 있죠? 이곳은 동대구-부산구간에서 가장 긴 대피선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컨테이너 열차나 화물열차가 대피신호가 들어오면 무조건 우리역에서 대피를 하지."
음... 평소에 삼성역을 지나갈때도 작은역답지 않게 선로가 제법 길게 보였는데 역시나... 그러고 보니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이곳은 승차권을 배달해준다던데...
필자: "인터넷에서 확인해보니까 이곳은 남천면사무소있는곳까지는 승차권을 배달해 준다던데요. 사실인지요?"
CTC조작 역무원: "이용객이 계속 줄어드니까 고육지책으로 쓰는건데, 승차권 예매전화가 오면 남천면사무소 있는데 까지는 승차권을 직접 배달해 줍니다."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이야... 이때 부역장님이
부역장: "혹시 철도대학 다니나요?"-이 질문은 개양역에 갔을때도 들었던 말인데....
필자: "철도대학이 아니고 부산대학교에 다닙니다."
부역장: "그런가요? 철도에 대해서는 제법 아시는 분 같은데.."
필자: "잘 아는건 아니고 그냥 관심이 많은 것 뿐이죠."
잠시후 부역장님은 플랫폼으로 야간에 쓰는 신호기를 들고 나가셨고, 필자는 잠시 역무실을 살펴보다가 에드몬슨 승차권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여기에는 대구, 청도행 승차권을 제외하고는 옛날 승차권인듯한 티가 잔뜩났고 그나마 대부분의 행선지 승차권은 있지도 않았다.-원동, 물금, 창원, 마산, 진영 등등...- 필자는 그 승차권을 구입해 보고 싶어서,
필자: "에드몬슨 승차권 좀 구입할 수 있을까요?'
CTC조작역무원: "집표함에 보면 승차권이 있을겁니다. 그거 가져가세요."
집표함에는 아침 6:10분차를 타고 여기서 내린듯한 승객들의 표가 4장 있었는데 모두 형광 승차권이었다. 집표함옆에는 통표가 잔뜩 있었는데, 필자는 약간 의아했다. 경부선은 모두 자동폐색방식이라 통표를 쓸 일이없을텐데... 그래서
필자: "집표함 밑에보니까 통표가 잔뜩있던데 지금도 통표를 쓰는건가요?"
CTC조작 역무원: "야간에 고철공사를 하는 때에는 그 구간에 열차가 못들어오게 폐색을 하거든요. 그때 원시적인 방법인 이 통표교환으로 폐색을 하는거죠."
CTC조작 역무원과 대화를 하는사이에 디리디리하는 소리가 들려오는게 아닌가. 그래서
필자: "방금 이상한 소리가 들리던데 열차접근신호인가요?"
CTC조작역무원: "예. 잘아시네요. 열차가 이곳에 접근하면 이런 벨소리가 울립니다." 그리고는 CTC패널을 보여주고는 이어서 "이 밑에 보면 숫자가 보이죠? 이건 남성현역-삼성역 다음역-에서 열차가 출발하면 열차가 어느 조를 지나갔는지 보여주는 겁니다. 이걸 통해서 열차가 얼마나 지나오는지, 얼마나 여기에 접근했는지 보여주는것이죠. 숫자 1에 불이 들어오면 아까처럼 벨소리가 울립니다.(총 7까지의 숫자가 있었음)."
이윽고 통일호 열차가 도착할 시간이 다되어 필자는 역무원께 인사를 드리고 플랫폼으로 나왔다. 플랫폼에는 부역장님이 계셨고 대피선인듯한 곳에는 화차가 대피중이었다. 그리고 플랫폼에는 옛날 폴사인이 있었는데 약간 지워진듯했다. 잠시 후 동대구행 통일호 열차가 삼성역에 도착했고 필자는 부역장님께 인사를 드리고 열차에 올랐다.(여기서는 1명이 타고(필자) 1명이 내렸음) 통일호 객차는 텅텅비어 있다시피 했는데 한객차에 겨우 3~4명이 고작이었으니... 몇분을 달리자 경산역에 도착했고(여기서는 몇명의 승객이 탑승했음)필자는 이곳에서 내려 부산행 무궁화호 승차권과 입장권을 구입한후 9:55분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