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연리지는 나타나는 것 자체가 희귀하며 사랑의 상징으로써 옛부터 상서롭게 여겨왔다. 기록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연리지가 최근 잇달아 알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자진해서 나타난 게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사랑의 밀어를 나누고 있는 현장을 들킨 것이다.
2001년 7월, 경북 청도군 운문면 지촌리라는 운문호 옆의 작은 마을에서는 오랜만에 귀향한 몇 사람과 동네사람들이 모여 앉아 세상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중 누군가가 나란히 선 소나무 두 그루가 가지를 내밀어 서로 꼭 붙잡고 있는 ‘이상한 나무’를 봤다는 얘기를 꺼냈다. 전설처럼 알려져 오던 신비스런 연리지의 진짜 모습이 처음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나이가 4, 50년쯤으로 추정되는 이 연리지 소나무는 자동차 도로에서 1시간 정도 걸어올라가야 하는 깊은 산속 북쪽 비탈진 곳에 나란히 서 있다. 땅 위 약 2.6m 높이의 굵은 가지 하나가 뻗어내려와 아래쪽에 있는 나무를 꼭 잡고 있는 형상이다. 손을 내민 쪽의 소나무는 지름 한 뼘 정도이며, 한 발짝 떨어져 내민 손을 반갑게 잡고 있는 나무는 이보다 조금 작다. 마치 등산길에 나선 부부가 비탈길에서 넘어지려는 아내 손을 꼭 잡아주자, 가슴으로 손을 감싸 안고 정겹게 남편을 올려다보는 형국이다. 이 연리지나무는 민족과 애환을 같이 해온 순수 우리 소나무라는 점에서도 더욱 의미가 깊다. 조금 떨어져 보면 H자를 쏙 빼닮았다.
다시 2003년 5월에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에서 소나무연리지가 발견되었다. 이 나무는 나이가 120~130년쯤 되어 보이며 지름은 한아름이나 된다. 땅 위 5.5m 높이에서 굵은 가지가 나와 서로 이어져 있다. 마을 뒷산 자락에 모여 자라는 여러 그루의 소나무 중 약간 구불구불한 나무 두 그루가 가까이서 서로 마주 보면서 다리를 놓듯이 하였다. 연리지 나무의 바로 옆에는 줄기의 밑동이 서로 붙어버린 연리목도 함께 있어서 두 나무가 한몸이 되는 과정의 모두를 볼 수 있다.
충남 보령시 오천면 외연도에는 오래 전부터 마을 사람들이 사랑나무라 부르는 동백나무 연리지가 있다. 마을 뒤 천연기념물 136호 상록수림 안에 자란다. 나이는 100년에서 120년 정도로 보이며 지름이 한 뼘이 채 안된다. 높이 2.5m에서 약간 비스듬하게 옆 나무와 이어져 있다. 마을 노인들의 이야기로는 자신들이 어릴 적부터 서로 붙어 있었다니 아마 태어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천생연분 나무로 보인다. 동백나무는 핏빛 꽃잎과 꽃이 통째로 떨어지는 섬뜩함 때문에 흔히 비극적인 사랑에 비유된다. 그러나 이곳 동백나무 연리지는 그 사이로 남녀가 지나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마을에 널리 알려질 만큼 변치 않는 사랑나무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게 지금까지 알려진 연리지나무는 모두 3그루이다. 지금도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아 그렇지 찾아보면 더 있을 것이다. 같은 종류의 나뭇가지와 가지가 맞닿아서 오랜 세월이 가면 연리지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항상 있어서다.
그러나 연리목은 연리지보다는 자주 만날 수 있다. 자연상태에서 두 나무가 가까이 자라다가 지름이 굵어지면 맞닿게 되고 서로 움직일 수 없으니 둘이 합쳐질 수밖에 없어서다. 연리목의 모양이 독특한 나무로서는 충남 금산군 금산읍 양지리 장동마을의 팽나무 연리목이다. 마을회관의 언덕바지에 자라는데, 아래는 마치 두 남녀가 얼싸안고 있는 형상이며 위는 서로가 입맞춤을 하고 있는 것 같다.
150여년 전 평소에 아내 사랑이 남달랐던 한 남편은 아내가 죽은 후 이곳에 팽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다음날 가보니 두 그루가 되어 있었다한다. 자라면서 이처럼 ‘포옹나무’로 변하자 마을사람들은 아내의 넋이 깃들었다고 하여 부부팽나무를 아끼고 있다. 이외에도 경북 영주시 순흥 면사무소 앞마당에서 줄기를 서로 휘감아 가면서 서로 붙어 있는 소나무를 만날 수 있으며 숲속의 등산길에서는 연리목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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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의 소나무연리지 |
청도군 운문면 지존리 소나무연리지 |
청도군 운문면 지존리 소나무연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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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의 소나무연리지 |
충남 외연도 동백나무연리지 |
충남 금산읍의 팽나무연리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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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읍의 팽나무연리목 |
소나무와 상수리나무의 연리목 |
사랑을 나누듯 줄기부터 맞닿아 자라고 있는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연하봉의 참나무 연리지(連理枝). 수령 70여년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참나무들은 1m여 높이에서 합쳐져 한몸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