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산악회를 따라가거나 금남정맥 종주하면서 계룡산을 여러 번 갔다 오긴 했다. 세종에 살게 된 이후로는 계룡산을 다녀 오질 못했으니 계룡산의 추억도 꽤 오랜 기억이 되고 있다. 장마기간이라 선뜻 나서기도 부담스럽다. 국립공원공단의 출입통제 구간을 지나야 하고, 암릉지역을 통과할 때 비가 올 수도 있어 주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세상 일이란 게 일단 저지르고 봐야 좋을 때가 있다. 실제거리가 54km 정도 되니 두 구간으로 나눠 진행코자 했다. 1구간은 반석동까지를 1차 목표로 하고, 그게 어려우면 삽재까지 진행하는 것으로 정했다. 물론 뜻대로 되진 않았다. 교통편이 좋아서 망정이지 사전에 코스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고 나서면서 이상한 결과를 초래했다.
Three Seven, 7+7+7(접속+지맥+알바)! 마음 편하게 세 번에 나눠 진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산행개요
- 산행코스 : (첫날) 동학사-은석폭포-관음봉-(삼불봉)-쌀개봉-치개봉-황적산-밀목재(민목재) / (둘째 날) 밀목재- 관암산-백운봉-자티고개-도덕봉-신선봉-우산봉-구절봉-반석동
- 산행일행 : 단독산행
- 산행거리 : (첫날) 접속 7km, 실제거리 7km, 알바 7km / (둘째날) 실제거리 18km
- 산행일시 : (첫날) 2024년 7월 26(금) 07:30~17:20(9시간 50분) / (둘째 날) 7월 28일(일) 08:00~15:00(7시간)
★ 기록들
<첫째날>
관암지맥은(冠岩枝脈)은 금남정맥의 계룡산 천왕봉(846m) 북쪽에 위치한 쌀개봉(827.8m)에서 동쪽으로 분기해 동북진하면서 대전시와 공주시, 세종시를 각각 경계를 지으며 세종시 금남면 부용리의 금강에서 그 맥을 다하는 도상거리 42.2km인 산줄기이다. 실제거리는 54km 정도 된다. 쌀개봉에 터치다운할 때와 거친 암릉구간을 조심해서 넘어서는게 관건이다.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6시 10분 출발하는 1004번 버스를 타고 반석역에 하차한 다음 지하철로 현충원역까지 이동하여 107번 버스를 타자 동학사 입구에 부려줬다.
7시 30분 산행준비를 하고 동학사를 거쳐 관음봉으로 향했다. 장마기간이라 은선폭포 수량도 충분하여 폭포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9시 20분 관음봉에 도착한 후 되돌아가야 하는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나도 모르게 삼불봉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분명히 천황봉에 붙어 있는 쌀개봉을 모르지 않으면서 순간적으로 착각을 했다. 삼불봉을 쌀개봉으로 오인한 것이다. 인식체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삼불봉에 거의 이를 무렵, 천황봉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제야 인식하게 되었다. 머리를 쥐어 박으면서 탄식을 했다. 다시 제자리에 돌아오기까지 1시간이나 소요되었고 2.2km나 발품을 판 뒤였다.
혼자말로 투덜거리며 내려서서 통제구간 안으로 진입했다. 쌀개봉까지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급한 경사의 암릉에 로프를 타고 오르내리기를 반복했다. 홀대모 방장이신 에이원님 시그널이 가장 먼저 나를 반긴다. 그러나 그후 시그널은 국립공원 안이라 그런지 아예 보이질 않는다.
11시 10분 분기점인 쌀개봉에 도착했다. 동학사에서 출발한 후 분기점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 40분이 소요되었고 이동거리는 거의 8km나 되었다. 급경사의 암릉구간이라 스틱을 준비하지 않아 나무가지를 부여잡으면서 통천문으로 내려서자 "산불조심" 시그널이 촘촘하게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오른쪽 계곡으로 안내를 한다. 따라갔다간 엉뚱한 곳으로 빠질 것 같아 다시 올라왔지만 이번에는 왼쪽으로 오래된 시그널이 우회길로 내려서도록 안내를 했다. 내려갈수록 잘못 내려선 게 분명했다. 은선폭포가 코 앞에 보일 정도로 너무 많이 내려섰고, 희미한 길을 따라 내려온 만큼 또 올라가야 했다. 두번째 잘못된 선택이다.
이미 12시를 넘기고 있어 아무렇게나 자리를 잡아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다. 모기떼가 달려들어 여기저기 피를 뽑아댔지만, 한두 번 모기퇴치재를 뿌리는 것만으로는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방향을 잡고 능선까지 오르는 데는 1시간 10분이나 소요되었다. 경치가 좋은 마당바위를 그냥 지나친 게 안타까웠다.
13시 30분 능선에 복귀한 후 마루금으로만 가자고 다짐했지만 14시 20분 큰 암봉을 앞에 두고 우회를 해야했다. 산사태가 난 지점의 윗 부분을 통과하고 능선에 이르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15:10).
비가 오면 휴대폰을 열기가 어렵다. 필요한 상황에서만 위치 확인만 하고 젖지 않게 배낭 깊숙이 보관했다. 15시 46분 치개봉(665m)에 이르고 불과 3분 만에 황적봉(660.9m)을 터치다운했다. 여기서 한번 방향확인을 했어야 했다. 시그널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당연히 직진방향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1km 정도 내려가자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되돌아가야 했다. 세번째 실수다. 폭우가 내린다해도 당연히 위치 확인을 했어야 했다.
오늘 반석동까지 진행하는 것은 이미 마당바위를 우회하면서 포기했고, 삽재까지만 진행하자고 마음을 바꾼 상태였지만 과연 삽재까지도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마저 생겼다. 변침점인 치개봉까지 되돌아오는 데는 53분이나 소요되었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천둥소리와 함께 벼락이 내리쳤다. 등로는 폭포수처럼 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폭우는 밀목재에 거의 이를 무렵 소강상태를 보였다. 밀목재 방향도 시그널이 없어서 길 찾기가 쉽진 않았다.
17시 20분 어렵사리 밀목재에 도착했지만 이번엔 펜스가 가로막고 있었다. 발디딜 곳이 없는 펜스라 넘어서기 쉽지 않았지만 큰 나무에 의지해서 겨우 넘어설 수 있었다. 내려서고 보니 생태이동통로가 보였다. 굳이 넘을 필요가 없는데 쓸데없는 짓을 한 꼴이 되었다. 생태이동통로 옆으로 가까스로 통과하여 또다시 펜스를 넘어야 했다.
펜스를 넘어서자 누리길이란 이름으로 등산로 조성을 잘 해놨지만, 관암산 된비알의 등로는 비가 오면서 강물처럼 흘러내렸다. 6시 10분 541봉에 도착을 하고 귀가 편을 알아보려고 휴대폰을 꺼내어 확인을 해보니 다시 밀목재로 되돌아가서 6시 43분 시내버스를 타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했다. 삽재까지라도 진행했으면 좋은데 결국 밀목재에서 그만두게 되었다. 이럴 것이라면 밀목재에서 여유 있게 버스 타고 귀가하면 더 좋았다. 툴툴거리며 되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급경사 내리막은 달릴 수가 없어도 속보로 주행하면서 여러 번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버스를 탔고 반석역 화장실에 마른 옷으로 갈아입은 후 귀가할 수 있었다.
<둘째 날>
다음날 옷이 덜 마른 상태였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산행을 나갈 수는 없었다. 토요일 저녁, 일기예보를 보니 다행히 일요일엔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한다. 학봉삼거리까지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같은 시내버스를 이용했지만, 48번 버스로 환승해야 했다. 밀목재까지는 2.6km 떨어져 있기 때문에 걸어가는 게 나을 수 있지만 폭염특보가 발령되었기 때문에 40분이나 버스를 기다렸다.
07시 50분 밀목재에서 하차한 후 스틱을 펴고 간식을 먹으며 산행준비를 했다. 관암산 된비알의 등로를 스틱 덕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었고, 간간히 불어주는 바람은 폭염인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저께 지나갔던 541봉을 한번 더 지나쳤고 8시 46분, 관암산에 이르렀다. 관암지맥의 주봉이지만 국립공원이나 유성구청에서 별도의 표시를 해두지는 않았다. 백운봉에 이어 자티고개에 내려서자 보이지 않던 산객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09:05).
시원하게 열린 등로에 간간히 나뭇가지 사이로 보여주는 풍광은 기분마저 상쾌하게 했다. 10시 정각 도덕봉에 도착하여 간식을 먹고 삽재로 향했다. 수통골 삼거리를 지나자 그 많던 산객들은 종적을 감췄다. 그들의 이동경로는 수통골에서 도덕봉과 자티고개를 지나 금수봉까지인 것 같다.
10시 55분 생태이동통로가 있는 삽재에 도착했다. 새끼 고라니가 나를 보더니 잽싸게 몸을 감춘다. 갑하산 초입에는 일부 에이원 방장님을 비롯한 시그널이 몇 개 보였지만 그 후에 계속 이어지는 시그널은 대전시경계가 주를 이루었고, 세종-유성누리길 돌비석도 대개 200m 단위로 세워 놓았다. 11시 38분 정자가 있는 갑하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자에 등산화를 벗어두고 식단을 차렸다. 집에서 잘 먹지 않는 반찬도 산에서는 깨끗이 처리할 수 있다. 우산봉 가는 길에 오른쪽으로는 국립현충원이 보였다. 전우 두 명이 저기에 묻혀 있다. 오래전에 두 전우에게 꽃다발을 바치고 가보지 못했다. 마음속으로나마 그들의 평안을 빌어본다.
12시 30분 요괴 소나무가 보였다. 기껏해야 50년도 되지 않은 소나무에게 요괴가 취할 정도로 영험한 기운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성구청에서 재미있게 스트로리텔링을 한 것으로 보였다. 거북바위도 마찬가지다. 12시 42분 신선이 산다는 신선봉(565.4m)에 도착했고, 이어서 13시 14분에는 갑동이와 효자샘물이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고여있는 물을 바가지로 떠서 마셔봤지만 그다지 시원한 느낌은 없다. 마치 빗물을 마신 느낌이랄까. 평소에는 이 샘물이 고여있지도 않고 축축한 느낌만 들 정도라 한다. 그래도 그 물로 머리를 감고 나니 기분은 훨씬 상쾌했다.
13시 32분 우산봉(573m)에 도착했다. 이정표는 산봉우리가 아닌 그 밑 그늘에 설치해 놨다. 배낭을 부려 맥주 한잔을 했다. 길이 워낙에 편하여 봉우리같지 않은 구절봉을 나도 모르게 지나쳤고, 군부대 철책을 따라가다가 반석동으로 내려섰다. 14시 46분 숲길과 이별하면서 도로를 따라가게 되었다. 어차피 도로 따라가는 것이라 1004번 버스를 타기 위해 반석역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을 목적지로 잡았다. 15시 정각, 버스 정류장에 이르자 마침 버스도 도착했다. 산행을 너무 일찍 끝난 게 아쉬워서 구룡고개까지 진행할까 고민도 했지만, 어차피 다음에 올 때 교통편을 생각하니 반석역에서 마치는 것이 좋겠다. 다음번 산행거리는 27~28km로 꽤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