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66년 9월 3일,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었습니다.
불국사 경내로 살금 살금 들어오는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머뭇거리며 석가탑 주변을 돌더니 승려들이 깰새라 조심하면서 석가탑의 1층 옥개석을 들어올릴 기구를 설치했습니다.
힘을 써봤지만 기구가 부실하여 탑신은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아쉽지만, 그들은 더 큰 기구를 가지고 오기로 하고 철수했습니다.
다음날 밤, 그들은 다시 석가탑 주변에 모여 조심 조심 1층 옥개석의 한쪽을 들어올렸습니다.
한쪽이 힘겹게 들렸습니다.
탑신안으로 손을 넣어 보았지만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실망했습니다.
석가탑 정도면 아주 훌륭한 부장품이 있을거라고 믿고 감옥갈 각오를 하고 도굴을 감행했는데 아무것도 없었던 것입니다.
다음날 밤 그들은 다시 3층 옥개석의 한쪽을 들어 젖혔습니다.
역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리고는 끝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불국사 승려가 경내를 돌아다니던 중 석가탑이 기울어져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도벌꾼들은 전부 잡히고 말았습니다.
불쌍도 하죠.
하루 저녁만 더 있었더라도 좋은 물건들을 가져갔을텐데.
왜냐구요.
꾼들이 들어올리지 않은 2층 탑신에 사리공(사리를 넣는 장소)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들에게 불행이었지만, 우리 민족에게 다행스런 일이었죠.
만약 이 날도 석가탑의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날 밤 도벌꾼들은 마침내 2층 옥개석을 들어내고 지금 우리가 자랑하는 무구정광 대다라니경을 가져갔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천우신조였죠.
아무튼 도벌꾼들은 잡히고, 석가탑을 정식으로 해체한 결과 사리공 속에서 사리를 담아놓은 유리병과 함께 금동함속에서 천년이상을 잠자고 있던 다라니경이 햇볕을 보게 되었습니다.
석가탑이 만들어진 시기가 신라의 전성기 시대인 8세기이니 다라니 경도 그 때 만들어진 것이겠죠.
세계에 자랑하는 우리의 귀중한 문화 유산은 이렇게 발견되었습니다.
석가탑은 :국보 제 21호입니다.
다라니경을 비롯한 석가탑안에서 나온 사리장치 유물: 국보 제 126호입니다.
첫댓글 관세음 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