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대중교통을 이용할때가 있다.
대중교통이 좋은점은 서울 부산간 왕복 시간이 반나절
생활권 안으로 들어선 ktx부터 며칠전 개통된 9호선까지.
9호선 개통되었단 기사를 읽다보니 오래전 7호선을
타고 태릉역을 가다 미소를 떠올리게 했던 한 여대생의
친절이 오버랩된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 그때로 돌아가봤다
때는 바야흐로 겨울이었고 난 잿빛 롱 코트에,
검정 스커트, 롱부츠 역시나 검정색으로 신었었지 아마.
가까운 지인이 아파 원자력 병원에 입원해 있을때였다
지인에게 좋다는 약초들을 구입해 커다란 쇼핑백에 가득 담아
7호선 전철을 탔다
러시아워가 아니었기에 전철안은 비교적 한산했고
정오의 햇살이 내리쬐는 시각의 전철안은 70,80년대 cd를 판매하는
젊은 신사분이 들려주는 잔잔한 선율의 올드팝을 감상할 수 있어
목적지까지 가는데 귀가 적잖이 행복했었다
전철을 타면 의례히 자리부터 앉고 보자는 일부 민첩한 분들을^^
종종 보게되는데 아직은 소소한 것에 큰 욕심을 부리지 않다보니
행여 빈자리가 나도 다른 사람이 자리에 앉나 안앉나 3초 정도의 시간을
둔 다음 아무도 빈자리를 안 앉으면 그때서야 앉을 모션을 취하곤한다
빈자리에 큰 욕심을 두지 않을 나이이기도 하고...ㅎ
무엇보다 냉큼 앉을 모션을 취하다 그 모션을 회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그 순간의 민망함을 감당키 어려울것 같은
내 소심증이 아마도 작은 여유를 주지 않나 싶은거다
그날도 역시나 전철안은 한산하긴 했지만 빈자리는 나지 않았고
난 목적지의 1/3 쯤을 가는내내 계속 서서갈 수 밖에 없었다
무거운 쇼핑백을 선반에 올려 놓고 한참을 올드팝에 심취해 가고 있는데
드디어 빈 자리가 났고 강한 히터 때문이었을까
난 입었던 롱 코트를 벗어 무릅위에 올려 놓고
자리에 앉아 누군가가 읽고 갔을 스포츠 신문을 펼쳤다
그렇게 한참을 갔을까
드디어 내가 하차할 태릉역이 한 정거장 남았을 때
선반위에서 커다란 쇼핑백을 내리려는 순간..
결이 고운 긴 생머리를 한 아가씨가 미소를 지으며 메모지를 내게 주는것이었다
학생때 연애편지 처럼 엇갈리게 접은 나비모양의 바로 그 하얀 메모지를.
그 아가씨는 내 맞은편에 앉아 내내 고개를 얌전히 숙이고 독서를
했던 지적이고 조용했던 바로 그 아가씨였다
메모지를 펼치니..그 속엔 예쁜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저..스커트 지퍼가 내려져있어요..
앗!이럴수가.
선반에서 쇼핑백을 내리려는 찬라 내가 입은 스커트의 지퍼가 내려졌음을
가장 먼저 본 그 아가씨가 아마도 다른 사람들이 볼까봐, 솔선수범해서
내게 알려준것이다
이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다행히 태릉역이 다가왔고 얼른 화장실로 달려가 스커트 뒷 부분을
점검해보니 이런.
지퍼가 고장이 난것이다ㅡ.ㅡ
집에서 입었을 땐 분명 고장나지 않았던 멀쩡한 새 스커트였는데
자세히 보니 스커트안에 입은 분홍슬립이 서둘러 입으면서 지퍼에 끼인채
벌어진 거였다
하얀 메모지를 살며시 내 손에 쥐어 주었던
그 아가씨의 조용한 친절은 두고 두고 아름다운 기억속에
한 부분으로 내게 오랜시간이 흘렀음에도 청명한 기억으로
남아 미소를 머금게 하곤 한다
아마도 대학생으로 추측되었었는데..^^
그땐 경황이 없어 고맙단 말도 못하고 내렸었는데
갑자기 9호선 개통되었단 기사를 접하고 보니
오래전 그녀가 생각 나는건 뭘까
그녀의 미소 참 해맑았는데......^^
첫댓글 뉘얘기여,,혹 그대가 스커트를 입은건 아닐테고,,
돌아다니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