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잉카의 성스러운 계곡 The Sacred Valley |
간밤에는 추워서 내의를 입어야 했다.
난방이 없으니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는 일단 옷을 껴입는 수밖에,,,
옛 모습 그대로 흙벽돌 집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살아가는 안데스 사람들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쿠스코 시내에는 그 역사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잉카의 유적이라고는 돌로 된 벽이나 담벼락 말고는 특별히 남아있는 것이 없으니 잉카의 옛 모습을 만나기 위해서는 안데스의 높은 산들 아래로 흐르는 우르밤바 강을 따라 들어 앉은 "성스러운 계곡"을 둘러보아야 했다. 안데스의 어제와 오늘을 만나기 위해 또 하루를 시작했다.
이른 아침, 호스텔에서 참으로 소박한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이 '성스러운 계곡' 투어는 오늘 하루 쿠스코 근교에 있는 피삭과 우르밤바, 모라이, 살리네스 그리고 오얀따이탐보 유적을 둘러보고, 그곳에서 늦은 밤 열차로 마추픽추 아랫마을인 아구아스 깔리엔테스까지 가서 하루밤을 묵은 후 내일 마추픽추에 올랐다 쿠스코로 돌아오는 1박 2일 일정이다. 짧은 근거리 투어인 셈이니 큰 짐들은 쿠스코 호스텔에 보관해 두고 귀중품과 꼭 필요한 짐들만 챙겼다.
07시 30분, 숙소를 출발한 버스는 삭사이와망을 지나 30여분을 달린 뒤 도로 변의 작은 야생동물 보호소 앞에 정차했다. 다치거나 손상을 입어 제 힘으로는 자연에서 살아갈 수 없는 야생동물들을 보호하고 치료하여 다시 자연으로 돌려 보내주는 이곳에는 야마, 알파카, 거북, 푸마, 콘도르 등이 재생 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 중에서 털 하나 나지 않은 민둥산 몸둥이를 지닌 페루 전통개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보호소 한켠에는 잉카의 전통 실을 염색하는 과정과 도구들이 재현되어 있고 그 실로 옷감을 짜는 여인들, 그리고 그네들이 만든 모자와 가방 등 다양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간판은 Santuario Animal de Ccochahuasi
피삭 가는 길의 전망대에서 본 성스러운 계곡. 우르밤바 강이 산 아래를 길게 흐르고 있다.,
안데스의 어느 작은 연못에서 발원하여 피삭으로 모여들어 온 우르밤바 강은 오얀따이탐보를 거쳐 마추픽추 아랫마을인 아구아스 깔리엔테스를 돌아 아마존까지 흐르는 안데스인들의 젓줄이다. 이 강을 끼고 있는 '성스러운 계곡'은 고대로부터 잉카인들이 터를 잡고 살아온 삶의 터전이자 그들 신앙이 담긴 곳이다. 계곡 저 끝의 만년설 덮힌 높은 산이 이 강의 발원지일까? 케추아어로 우르는 '물', 밤바는 '지역'을 뜻하니 '물이 있는 땅' 쯤으로 해석될 수 있겠다. 정착이던 유목이던 모든 삶들이 본래 산을 등지고 물을 따라 터를 잡았으니 '배산임수'. 그야말로 명당 아니던가. 전망대가 있는 이 길을 따라 쉼없이 올라가면 마추픽추에 이른다.
피삭 Pisaq
피삭 Pisaq은 구름도 울고 넘는다는 6천 미터의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성스런 계곡'의 한 작은 마을이다. 자연의 시간은 도심의 그것과는 달리 재촉하는 사람이 없다. 상전벽해와도 같은 도시의 시간들도 이 깊은 안데스 산속 마을에서는 한없이 느리게만 흐른다. 옛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안데스의 삶이 있는 곳이다.
피삭 입구. 기념품을 파는 검은 머리 길게 딴 여인들의 모습에서 안데스의 옛 모습을 그린다.
피삭 마을에서 유적지로 오르는 길. 산아래 초원 속에 평화롭게 들어앉은 마을은 알프스의 풍경을 연상케 한다.
돌벽과 아도베(흙벽돌)로 몸을 두르고 3,500미터 이상에서만 자란다는 이추 잎으로 지붕을 씌운 피삭의 유적들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피삭의 유적을 둘러보는 한 관광객의 표정에서 잉카의 시간들이 그려진다. 흙벽돌로 지은 집들은 우리의 옛집들과 참 닮았다.
높은 곳의 유적. 길을 따라 협곡으로 들어가면 옛 안데스 인들의 사후 세계인 절벽 무덤군들을 볼 수 있다.
피삭의 계단식 농경지. 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인데도 여전히 푸르름이 가시지 않은 농경지 주변에는 온갖 야생의 꽃들이 정겹게 피어있다.
피삭은 작은 마추픽추라 불린다. 의미는 부여하기 마련, 스토리텔링은 민족과 개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요소니까.
잉카의 어제와 오늘, 피삭 유적지 입구의 할머니와 소녀
장사하는 할머니를 따라나선 소녀가 대견해서 일행 중 한명이 친구들 선물한다고 실로 짠 팔찌를 한움큼 샀다. 하나, 둘, 셋,,,,팔찌를 세던 할머니가 더 이상 세지를 못 한다. 옆에 있던 소녀가 나서서 셈을 해줄 법도 한데 가만히 바라보기만 한다. 설마 아이도 셈을 못 하는 것은 아니겠지? 한두 개라면 문제가 없을 텐데 너무 많이 산 모양이다. 결국 산 사람이 나서서 갯수를 세고 값을 치렀다. 깎아달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 한 채,,, 누군가 말했다. 잉카에서 가장 약한 존재는 여인과 아이들이라고, 타고난 운명을 숙명처럼 여기며 살아야 했던 우리네 여인들의 삶인들 그들과 무엇이 달랐으랴?
피삭 유적지를 내려와 마을에 있는 원주민 시장에 들렀다. 딱히 무엇을 사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사람 사는 모습이 보고 싶었다. 여행을 하면서 현지의 시장을 들를 때면 늘 어린아이처럼 신바람이 났다. 설날 고무신 한 컬레 얻어 신던 옛 추억이 생각나서,,,,
여행자하면서 이왕이면 이런 곳에서 지갑을 열면 좋지 않을까? 고급 명품점에서 비싼 돈 주고 명품을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이런 곳에서 작은 돈 지불하고 현지인들의 삶을 나누어보는 것을 어떨까. 백만원짜리는 많이 깍아서 사고, 만원짜리는 전부다 주고 사자.
장날이면 발디딜 틈조차 없을 만큼 번화한 곳이라던데 이 날은 한적했다. 예쁜 그림이 있기에 한 장을 사고 큰 돈을 주었더니 이리저리 잔 돈을 바꾸러 다니던 여주인은 결국 빈손으로 돌아와 다시 돌려준다. 물건을 사면서 큰 돈을 내면 간혹 잔 돈이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작은 가게이다보니 잔돈을 준비하는 일이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나중에 잔돈을 가져다 주고 그 그림을 샀다). 잠시 시장을 구경하다 한 천막 가게에서 우리 모두 잉카바지 한 벌씩을 샀다. 두 벌을 산 사람도 있고 남자 친구, 여자 친구 것을 사기도 했다. 그 주인은 한 자리에서 스무 벌이 넘는 잉카바지를 팔았다.
피삭 마을의 성당에서 진행되던 행사. 무슨 행사였는지는 모른다.
일행들이 시장을 둘러보는 사이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 나는 곳으로 발길을 옮기니 마을 성당에서 무슨 행사를 하는 지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이 푸른 꽃다발을 한아름씩 들고 연주를 하며 성당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행렬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지만 엄숙한 성당 안인데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 지 알 도리가 없어 이내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이방인이 실례를 끼쳐서는 안될 일이었다.
성당 뜰에서는 아낙들이 꽃다발을 사고 팔고 있었지만 시간 짧은 여행자는 이 행사가 그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도 모른채 돌아서야 했다. 무엇인가 그들 삶의 한부분을 보기는 보았어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니 아무 것도 보지 못한 것이다. 휴식도 하고 점심도 먹을 겸 버스를 성스러운 계곡의 중심 마을인 우르밤바로 돌렸다.
옛날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피삭 마을의 원주민들. 성당 뜰에서 꽃을 사고 팔고 있다.
안데스 건축의 특징인 사다리꼴 창밖을 바라보는 안데스 여인 / 우르밤바 레스토랑
레스토랑 앞에서 작은 기념품을 팔던 안데스 아기 엄마 / 우르밤바
점심을 먹고 나서 마을 전경을 보려고 레스토랑 밖으로 나오는데 들어갈 때는 없던 젊은 아낙이 아기를 데리고 기념품을 팔고 있다. 아기가 얼마나 귀여운지 방실거리며 웃는 모습에 혼이 빠졌다. 계획에도 없는 기념품을 또 듬뿍 샀다. 집에 돌아가 만나는 사람마다 하나씩 주어야겠다.
우르밤바. 잘 뻗은 일직선 도로 양쪽으로 마을이 줄지어 있다. 하늘은 맑고 구름은 희다
모라이 Moray
우르밤바에서 모라이로 가는 길은 넓은 평원이다.
낮은 구릉이 길게 이어지고 이름 모를 꽃들과 푸른 초원이 흰구름과 함께 노닌다.
산봉우리에 걸쳐있는 하늘은 저 먼 산의 풍경의 아니라 내 손에 들린 한 장의 엽서, 높고 높은 고원의 청명한 풍경은 다시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모라이 유적. 잉카의 농업기술을 연구하던 계단식 농업연구소다. 잉카는 이런 부단한 노력과 실험으로 뛰어난 농업기술을 갖춰 제국을 안정적으로 통치하고 영토를 확장하는 튼튼한 기반으로 삼았다.
어렸을 적 모라이를 처음 봤을 때 우주선이 내렸던 곳이라고 여겼었다. 외계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다고, 저렇게 반듯한 동심원을 사람이 만들었을리 없다고 철석같이 믿었었다. 꿈인듯 신비로웠는데 세월이 훨씬 지난 후 그것이 잉카의 계단식 밭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허무했다. 지난 날의 그 믿음이 얼마나 확고했었던지 고산지대의 부족한 농경지를 확보하고 고도에 적합한 작물을 실험하는 장소였다는 것을 현장에서 눈으로 보고 발로 걸어봐도 여전히 그 믿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어릴 적 꿈의 세계가 쉽게 지워지지 않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모양이다.
모라이는 Dried Corn이라는 뜻으로 주변이 모두 옥수수 밭이어서 붙여진 이름인데 현재 불리는 잉카의 유적들 대부분의 명칭은 본래의 것이 아니라 새롭게 붙여진 이름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동심원의 가운데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유적이 큰 손상을 입어 지금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안데스의 평원. 구름이 눈 앞에 내려와 있다.
살리네라스 Salineras
권력과 부의 원천 소금.
살리네라스는 잉카인들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소중한 자원이자 그들 생계의 기반이다.
안데스 산맥은 오랜 기간 대륙의 판들이 밀고 밀리면서 바다가 솟아 올라 만들어졌다. 그러기에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터를 잡고 있는 페루나 볼리비아 등의 국가에서 염분을 품고 있는 지역이 많이 발견되는데 살리네라스도 그런 지형 중의 한 곳이다.
살리네라스는 모라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모라이 평원지대를 달리다 보면 잉카시대 식량의 보고였던 대평원 저 멀리로 만년설이 덮힌 Chicon 산봉우리가 손에 잡힐듯 가까이 다가왔다 다시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다 버스가 길을 바꾸어 잠시 비포장 길을 달리면 붉은색 황토 계곡 사이로 잘게 구획된 하얀 염전이 나타난다. 버스 안에 일순 감탄이 흘러나왔다. 센스있는 기사는 염전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계곡 위에 차를 세우고 염전 전체를 둘러보도록 배려했다. 땅 속에 묻혀있는 소금광산을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암염이 흘러나와 염전을 이룬 지역을 보기는 처음이다.
염분을 품고있는 지형으로부터 흘러나온 암염수를 계단식으로 가두어 뜨거운 햇빛으로 증발시켜 소금을 만들던 옛 방식 그대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는 살리네라스의 소금은 질이 좋기로 유명하다기에 종류별로 골랐다.
살리네라스가 내려다보이는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전체를 조망했다.
황토색 붉은 비탈을 작은 염전으로 잘게 구획하여 물길을 이어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염전의 메인 도로는 작업수레가 다니기 편리하도록 나무로 길을 놓았다. 바퀴가 없었던 옛 잉카의 염전에 수레가 들어옴으로써 이들의 노고가 크게 줄어들었음은 자명하다
암염수가 뜨거운 햇빛에 마르고 증발하여 하얀 소금으로 바뀌고 있는 모습을 부지런히 스마트폰에 담고 있는 여행자
좁은 곳은 넓히고 무너진 곳은 보수하면서 암염이 녹아든 물이 잘 흐르도록 물길을 뚫는다. 어제의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내일의 그들도 이렇게 살아가겠지? 느리게, 변하지 않고,,,, 변함없이 안데스의 옛 삶을 이어가는 생명선이다.
살리네라스의 꼬마 숙녀. 웃지도 않고 꽤 도도했다. 하지만 제 모습이 담긴 카메라를 들여다보며 신기해하는 것을 보니 역시 아이였다.
오얀타이탐보 Ollantaytambo
성스러운 계곡의 중간 지점에 있는 오얀타이탐보는 잉카시대의 옛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마을로 오늘 투어의 마지막 유적이다.
오후 3시 반경 살리네라스를 출발한 버스가 한 시간 가량 달려 오얀타이탐보에 도착했다. 높은 산들로 둘러싸인 깊은 계곡에 들어 앉은 마을답게 아직 해가 많이 남아있는 시간임에도 유적은 이미 짙은 그늘 속에 묻혀있었다.
이 유서 깊은 마을은 잉카인들이 스페인 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항쟁을 했던 곳이기도 하고, 걸어서 마추픽추까지 가는 잉카 트레일이 시작되는 곳이자 쿠스코에서 출발한 열차가 이곳을 지나 아구아스 깔리엔테까지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쿠스코에서부터 열차를 타기보다는(너무 비싼 요금 때문이다) 버스로 이곳까지 와서 유적을 둘러 본 다음 이곳에서 열차를 타고 마추픽추로 가는 일정을 택하게 된다. '탐보'가 '여관'이라는 뜻이니 과거 이곳이 교통의 요충지로서 역참의 기능을 했다는 이야기도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오얀타이탐보 유적지 광장. 광장을 가득 채운 기념품점 왼편에 유적 입구가 있다.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선 유적지 광장의 정문을 들어서면 거대한 돌 유적이 앞을 가로 막는다. 오얀타이탐보 유적이다. 종전에는 잉카의 군사 요새라고 알려지기도 했었으나 이후의 조사에 따르면 이곳은 잉카의 신 비라코차와 여러 신들을 모시는 종교적 시설이었음이 밝혀졌다.
수많은 계단식 밭들 사이로 난 계단을 따라 오르면 유적지 가장 높은 곳에는 거대한 돌들을 틈새하나 없이 이어붙여 세운 '태양의 신전'과 '열 개의 오르나시나스'등이 있고 아래 평지 유적지에는 인티와타나, 물의 신전, 제례의식의 샘, 왕녀의 욕탕 등이 있다.
오얀타이탐보의 돌 유적. 잉카의 신들을 모시는 종교적 시설이다.
유적지 높은 곳. 거대한 여섯 개의 돌을 이어붙인 '태양의 신전'이 있다.
Diez Hornacinas
유적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오얀타이탐보 마을 전경과 유적들
낮은 지역의 유적들
왕녀의 욕탕 Bano de la Nusta. 잉카의 십자가인 차카나 Chacana가 새겨져 있다.
차카나는 세 단계로 층이진 모자 형태의 돌로 잉카인들의 세계관을 나타낸다. 맨 아래 계단은 죽음을 의미하는 지하세계(뱀)를, 가운데 계단은 인간이 살고 있는 중간계인 현세(푸마), 그리고 맨 위의 계단은 우주 또는 신들의 세계(콘도르)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에 관한 명시적 기록은 없다.
의식의 샘 Fuente Ceremonial
물의 신전 Templo de Agua
오얀타이탐보 마을. 도시의 기본 구조나 수로, 우물 등 잉카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마을이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유적들과 마을이 섞여있다.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둘러 투어를 마치고 내려오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편치 않았다. 고산증 때문인지 어제부터 몹시 힘들어 보이던 D가 기어이 탈이 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버스를 탈 때부터 춥다며 온몸을 두터운 옷으로 감싸더니 하루 종일 투어에도 참가하지 못 한 채 버스에서 앓더니 오얀타이탐보에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의사를 찾아 조치를 하려고 애를 썼지만 아구아깔리엔떼스까지 가야만 병원에 갈 수가 있다니 답답했다. 팀원이 탈이 났으니 심기가 편할리 없다. 어쩔 수 없이 투어를 하기는 했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투어를 마치고 택시를 불러 D를 먼저 기차역 인근의 카페로 보내 쉴 수 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팀원들은 천천히 걸어 기차역으로 이동했다.
오얀타이탐보 기차역
오후 6시 40분, 아구아스 깔리엔떼스로 가는 페루레일에 탑승하고 있다. 기차는 7시에 출발했다.
오얀타이탐보를 떠나면서 내일 아침 마추픽추를 오르려면 간단히 먹을 거리를 이곳에서 미리 준비를 해야했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 앞에 즐비한 과일과 음식들을 파는 가게에서 사과도 사고 간단한 먹거리를 준비했다.
그런 중에 P가 사과 5,000원어치를 사고 잔 돈이 없어 5만원짜리를 냈다. 그런데 그 과일장수 할머니 갑자기 5만원짜리를 자기 돈 주머니에 쑥 집어넣더니 잔돈으로 5천원만 거슬러 준다. 어안이 벙벙한 채 서있는 P대신 다가가 크게 말했다. 4만원 더 주세요! 순전히 우리 말로 한 것이지만 험한 분위기가 전달되었는지 그제서야 어물쩍 4만원을 더 준다. 그러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마구 화를 쏟아낸다. 물건 사고 공연히 멋쩍었다. 거스름 돈을 잘 안 주니 항상 작은 돈으로 물건 값을 치루라던 얘기가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긴 하루가 또 저문다. 두 시간 쯤 후면 마추픽추 아랫마을에 닿을 것이다.
첫댓글 사진만 봐도 멋지고 그립네요.. 즐겁게 봅니다.
저도 벌써 그리운 곳입니다.
아직 여행 다녀온 뒷정리도 다 못했는데 또 딴 생각이 자꾸 드니 탈입니다. ^^
남미4부작 시리즈 ^^ 즐겁게 잘 읽고, 있습니다. 사진과 글 또한 예사롭지 않네여.ㅎㅎ
가이드가 설명하듯 문장이 깔끔하고, 단정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즐겁게 읽어주시니 고맙습니다. '단학속부'라는 말이 있는데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읽는데 부담없도록 더 간결하게 써야하는데 그러자니 꼭 필요한 부분마져도 못쓰게 되는 경우가 있더군요. 더 단정하게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잘참조할게요
아..
언제쯤갈런지
필요한 도움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행기는 읽는 분이 다 읽고 나서 여행을 가야겠다는 흥분이 일도록 써야 한다던데,,,,
여유롭게 준비해서 다녀오세요~~^^
피삭의 모습이 신비하기도 하네요.. 구름도 울고 넘을 높이인데 다들 잘적응하고 살고.. 여행객들도 별 어렵움 없어 보입니다.
신체 리듬이 미쳐 반응을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는 잘 견디고들 있는데 앞으로가 문제지요. ^^
벌써 3년전에 다녀온 곳인데 가물가물 기억이 스치네요.
3년 전에 벌써 다녀오셨으니 기억이 새롭겠습니다.
지난 여행의 시간들 다시금 새기면서 즐거웠던 추억 더듬어 보시기 바랍니다. ^^
옛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즐감했습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이렇게 지난 시간들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더욱 배가 되는가 봅니다.
기억을 공유할 수 있어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
지나온 길을 되집어 감사히 읽습니다 ^^*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