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맞아, KT의 박춘홍 과장과 같은 숙소를 쓰고 있었던 나는, 그가 준비한 한국음식을 먹게 되었다. 햇반과 인스턴트 국이었지만, 느끼한 영국 음식만 먹다가 쌀밥을 먹으니 기운이 솟았다. 행여 냄새가 새어나갈까 우리는 식당이 아닌 방에서 아침을 먹었다. 에딘버러를 떠나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에, 식사후 짐을 모두 싸고 체크아웃을 준비하고 있었다.
첫날 에딘버러의 숙소에서 주인과 있었던 마찰은, 숙소예약본부와의 연락을 통하여 원만하게 해결을 하였다. 조명래교수님은 이날 본회의 한 부분의 사회를 맡기로 되어 있어서, 먼저 EICC로 출발을 하였고, 나머지 일행은 짐을 모두 가지고 체크아웃을 한 후, 우리 숙소에서 남은 짐을 싣고 EICC에 도착하였다. 전날과 마찬가지로, 조명래교수님과 나는 세계대회 일정에 참가하고 나머지 분들은 첫날 늦어서 안까지 보지 못했던 에딘버러 성을 방문하였다.
본회가 끝난후 오후의 공식일정은 주최측에서 준비한 장소로 사이트 방문을 가는 내용이었다. 우리 일행은 우리의 차를 EICC 옆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주최측에서 준비한 도시락을 들고 전세버스에 탑승하였다. 점심은 샌드위치에 탄산음료 한캔, 초콜렛바 한개와 사과 한개. 버스 안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으며 우리는 첫 번째 목적지인 스털링성(Stirling Castle)로 향했다. 버스 안에는 운전기사 외에 스코틀랜드 내셔널트러스트의 가이드가 동승하여, 지나는 곳마다 양 옆의 경관들과 내셔널트러스트의 자산들이 어떤 것들인지 소개를 해주면서 가는 바람에, 전혀 지루하지 않은 답사가 되었다.
▲ Stirling Castle로 가는 투어버스 안에서
스털링성은 에딘버러의 서북부에 있는 곳으로 예전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여서 굉장히 높은 곳에 큰 규모의 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스털링성은 Historic Scotland(정부기관)가 관리를 하고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쉴새없이 드나드는 곳이었다. 그곳에 도착하니 스털링성의 가이드가 따로 있었고, 스코틀랜드 내셔널트러스트의 가이드와 시의 적절하게 설명을 하고 보충하며 우리 일행에게 수많은 정보를 알려주었다.
성은 대부분 잘 보존이 되어 있었고, 옛날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은 곳이 있는가 하면, 그곳에서 제작되는 산물이 색깔천을 짜는 공예를 계속적으로 이어나가며, 시연을 하고 있었다. 시연이라기 보다는 계속해서 그곳에서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 또한 이러한 무형문화를 보전하려는 지원단체에 의해서 계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우리는 답사 시간을 초과하여 성의 정문을 빠져나와 기념촬영을 한 후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 스털링 성 앞에서
다음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Scottish Lime Centre 였다. 이곳은 Heritage Lottery Fund에서 지원하여 마을과 센터를 스코틀랜드의 고유한 건축재료인 Lime 에 대해서 연구하고 조사하여 직접 적용하고 재료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센터에 들어가 시청각 자료를 통하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소개를 듣고, 마을의 곳곳을 둘러 보았다.
재료를 실험하는 장소와 바닷가와 바로 붙어 있는 예전의 탄광(이곳은 산업유적이다)을 보았다. 이 탄광은 지금은 막혀 있으나 최근까지도 사용되었으며, 안내판을 통하여 어떠한 재료들이 있으며 캐서 운반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표현되어 있었고, 언덕의 많은 길과 광물을 쌓아놓는 장소들이 예전의 숨결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 지나온 작은 전통마을이 있었는데 오렌지색의 외벽마감으로 덮여진 집들이 있었고, 이곳들도 스코틀랜드 내셔널트러스트의 자산이며 그 외벽마감재료가 Lime 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이 전통의 건축재료를 계속적으로 연구하고 적용시켜가며 보전하는 이 곳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다시한번 볼 수 있었으며, 갈수록 우리의 전통건축에 대한 재료들도 구하기 힘들어진 우리나라와 비교해 봤을 때 너무나 부러운 시설과 지원이 아닐 수 없었다.
에딘버러로 돌아오는 길, 에딘버러 북쪽의 바다로 흘러나가는 큰 강을 건너게 되었다. 예전의 철구조물로만 된 다리와 새로 건설된 듯한 다리가 동시에 있었고, 우리가 탄 버스는 새로 건설된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강이 굉장히 넓긴 했으나, 공장들이 많아서인지 물이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높은 산이 없는 풍경에 시야가 트이는 광경은 영국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 버스는 새로 건설된 다리를 지나고 있고 옆으로 예전다리가 보인다
EICC 로 돌아온 우리 일행은 다시 렌트카를 타고 영국 서부의 Lake District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모두가 세계대회의 일정에 피곤한 상태였지만, 남기자님의 운전적응에 힘입어 빠른시간안에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목적지는 더 가야했으나, 저녁 9시가 넘은 상태여서 모두들 근처에서 쉬고, 내일 이동하기로 하고, Carlile이라는 곳에서 숙소를 잡았다. 주차는 지역 주민들이 같이 쓰는 주차장이었는데, 자기가 언제까지 주차한다는 시계모양의 안내판을 차 앞에 놓게 되어 있었다. 주민 뿐 아니라, 인근의 상업시설의 이용객들을 위한 주차도 모두를 배려하는 작은 것부터 시작하는 문화가 이미 정착이 되어 있었다.
늦은 저녁식사를 위하여 숙소의 주인에게 추천을 받고 우리는 중국레스토랑을 찾아가서, 찐밥과 중국요리등 몇가지를 시켜 사무처장님이 싸오신 고추장등과 함께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종업원들이 이곳 학생들이어서,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밝은 웃음들을 교환했다.
계산을 할 때, 한국에서 환전해간 50파운드 지폐가 많아서 계산을 했으나, 이곳에서는 50파운드 지폐를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동양인들이 50파운드 지폐를 내면 위조지폐가 아닐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고 한다. 액면가가 작은 지폐와 신용카드사용이 일반화 되어 있는 듯 하였다. 일방통행이 많아서, 숙소로 다시 돌아가는 길이 복잡하여 많이 돌긴 했지만, 여유없는 일정에 숙식이 해결됨은 안정감을 찾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