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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자작 소설중에...여자 핸드볼 선수 이야기가 나오는 내용이 있어서...
일종의 기념선물이랄까요...그런 겸 해서...올려봅니다
소설 자체가 핸드볼 이야기를 다룬 그런 내용은 아니고요 장편소설 중에서 약간의 양념정도의 역활인 조연급 인물로 핸드볼 선수가 등장하는겁니다...재벌 2세랑 결혼하는 스토린데 ^.*
그러니까 소설 전체 분량은 아니고 소설중에 핸드볼 선수가 등장하는 부분만 편집해서 올려드리는겁니다.
한...몇년전엔 핸드볼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방송국 드라마 대본 모집에 응모한적도 있는데...그때도...뭐 다들 절 신기한 사람 취급 하더군요...(특이한게 사실이긴 하지만...쩝~!)
제가 진짜 유명한 작가라도 된다면 한번 정말 핸드볼을 확실하게 띄워줄수 있는 소설이나 영화 한 편 만들어 보았을텐데...그냥...인터넷 문학사이트에 가끔 소설이나 쓰는 허접 인터넷 작가인지라...소개하긴 좀 부끄럽네요
그리고...아무래도 소설이든 드라마든...현실하고는 조금 다르게 자칫 왜곡될 소지가 있는 부분도 있어서...막상 올리려 하니 조심스럽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것 없는 제가 그나마 핸드볼 선수 여러분들께 드릴수 있는 선물이라 생각하시고...즐감해 주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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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 자제분들께선 그래도 한편으로는 서운해 하시겠습니다. 잘하면 자기네들도 아버님의 사
업을 그대로 물려받을수도 있었을텐데. 이건 정작 최회장님께서 아예 기업을 다른 사람
들에게 물려주고 경영에서 손을 뗐으니 말이죠. "
이병호의 말을 듣고 최형섭은 야릇한 미소를 잠시 지어보인다. 조금은 씁쓸한 감정이라도
생긴것인지. 고개를 잠시 좌우로 흔들어보인다.
" 애들이 어릴때부터 제가 기업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정도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와
서인지 그런 생각들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경제나 경영같은데 흥미
를 가졌던 아이들도 없었고요.
당장 큰놈부터가 애초부터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을 생각 같은건 없다고 선언을 하지 않
았습니까. 게다가 최근엔 제녀석보다 한 살 연상인 핸드볼 선수와 결혼한다는 발표도 했
었고요.
허허허...서울올림픽때 여자핸드볼이 우리나라 구기사상 최초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을 보고는. 비인기종목인 핸드볼을 한번 육성해 보자는 생각으로 저희 기업에서
대구지역을 연고로하는 실업팀을 하나 창단한 것이긴 합니다만. 하필 녀석이 그 실업팀
의 선수와 염문을 뿌리게 되다니... "
형섭은 하던 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 쩝~! '하고 입맛을 한번 다셔본다. 지나간 시간에 있
었던 좋지못한 기억이 새삼 떠올라서 일까. 표정이 그리 밝아보이지가 않는다.
" 이거 제가 공연한 이야기를 꺼내서 회장님의 마음만 편치않게 해드린건 아닌지 모르겠
습니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
형섭의 얼굴이 밝아보이지 않자 미안한 마음에 이병호는 바로 사과를 한다. 하지만 형섭
은 손을 내저어보인다.
" 제가 뭐 어디 이런일갖고 이국장님께 섭섭한 마음을 가질 사람입니까. 우리 인연도 어
디 보통 인연이여야 말이죠. 벌써 한 20년이 넘었죠 ? 우리가 알게된지도. "
" 그렇지요. 회장님께서 막 30대 초반에 대원그룹 경영일선에 나서고. 그 당시 대원건설
이 한창 중동에 진출할때라서. 중동에 진출한 우리의 자랑스런 기업인 시리즈를 신문에
연재하던 시절에 제가 회장님을 처음 뵈었지요. "
" 그래요. 그때 이국장님은 한참 펄펄 뛰는 젊은 기자였고 저 또한 세상물정 모르는채 의
욕만 넘치던 철없는 젊은 기업가였는데. 어느새 우리나이도 50을 훌쩍 넘어 60을 바라보
고 있습니다 그려. "
형섭의 말에 이병호도 새삼 최회장과의 지난 20여년간 있었던 그와의 인연이 떠올랐음인
지. 잠시 상념에 잠겨본다. 기자출신인 이병호로서야 젊은 시절엔 신문사의 지시대로 이런
저런 취재를 하며 바쁘게 뛰어다녔을 시절이고. 그때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비교적 오랜시
간 친분을 나누고 지낸 사람이 적지 않다. 최형섭 또한 그런 사람중 하나였다.
(중략)
(124회에 계속)
< 소설 > 해운대 연가 (146)
(중략)
" 여보세요. "
" 저에요 혜승씨. "
기철이 전화를 건 상대방은 그의 약혼녀 오혜승. 아버지 최형섭 회장으로부터 이젠 결혼승
낙까지 받아 오는 5월에 결혼하기로 약속이 되어있는 사이다. 전화를 받는 혜승의 목소
리는 밋밋하다.
" 요즘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되었어요 ?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요 ? "
기철은 다소 걱정스러워하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혜승의 말이 이어진다.
" 아뇨...그건 아니고...후배들과 합숙소에서 좀 지냈었어요. "
" 합숙소요 ? 아니 선수생활도 은퇴한 사람이 합숙소에는 왜요 ? "
" 은퇴는 했어도...일이 있을때가 가끔 있죠. "
" 그런가... "
혜승의 설명이 기철은 여전히 잘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머리를 긁적여보인다.
" 그럼 언제 집에 들어온거에요 ? "
" 어제요. "
" 그랬군요. 지금은 그럼 쉬고 있는거에요 ? "
" ...몸이 아파서...좀 누워있어요. "
" 아파요 ? 아니, 어디 감기라도 걸린거에요 ? "
" 그건 아니고요...그냥 좀 아파요 ? "
" 아니, 도대체 어디가 아프다는거에요. 제가 그럼 약이라도 사갖고 갈까요. "
아프다는 말을 계속 반복하는 혜승이 정말 걱정이 되어 기철은 말한다. 하지만 혜승은 찾
아가겠다는 말에 극구 사양을 한다.
" 아...아니에요. 그냥 집에서 좀 쉬면 나아질거에요. 감기가 아니라...운동을 했더니 관
절이 좀 쑤신거거든요. 며칠 쉬고나면 괜찮아져요. "
" ...그...그래요 그럼. 이만 끊을께요. 푹 쉬어요. "
통화를 끝내고 기철은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전화박스에서 나온 기철은 ' 쩝~! '하고 입맛
을 다셔본다.
' 무심하기는... '
한숨을 내쉬어본다. 기철과 혜승이 처음 만난 것은 벌써 6년전의 일이다. 아주 어릴때부터
는 아니고. 사춘기가 되기 직전은 국민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무럽부터 기철은 이상
하게 여자 운동경기. 특히 여자 구기종목을 관전하는 것을 즐기기 시작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 시절엔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다기 보담은 여자 운동선수들의 운
동복을 입고 경기하는 모습에서 어떤 매력같은 것을 느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동생 형철의 말처럼 자신의 여성에 대한 취향이 특이했던 것이 아닐까. 그 당시에야 주
로 여자농구,여자배구경기 등을 가끔씩 TV에서 중계해주곤 했지만. 기철이 중학생이 되
었을 때, 칼라TV가 처음 보급이 되었다. 그전까지 흑백으로 관전하던 선수들의 모습과
칼라 TV로 지켜보게 되는 여자 구기 선수들의 굵은 살색다리는 기철의 가슴을 두근거리
게 만들었다.
기철이 처음부터 운동경기에 관심이 있었던것인지, 아니면 여자선수들에게 관심이 있
었던 것인지. 둘중 어느것이 먼저였는지는 기철 자신도 잘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아
무튼 그러면서 차츰 운동경기에도 흥미를 붙여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주로 직접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닌 스포츠경기를 관전하는것이긴 했지만.
그러던 기철이 핸드볼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서울올림픽이 있던 그 무렵부터였고. 한편 아
버지가 운영하시는 대원그룹은 비인기스포츠를 육성하는 정책의 일환으로. 이듬해 여자
핸드볼 실업팀을 창단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핸드볼팀에 대학을 갓 졸업한 오혜승이 입
단을 하게 된 것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갈곳이 없는 비인기종목의 특히 여자운동선수들에겐 새로운 실업
팀이 창단되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는것과도 같은 의미였고. 혜승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수가 없었다. 그리고 아버지를 졸졸 따라 가끔씩 ' 대
원건설 핸드볼구단 '의 격려행사장등에 얼굴을 나타냈던 기철은 그러다가 혜승에게 관심
을 갖게 된 것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기철은 그 당시에 혜승의 육감적인 몸매에 이끌렸다고해도 그다
지 변명할 말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처음엔 기철은 혜승의 외적인 모습에 대한 호감과
그리고 여자 운동선수를 직접 가까이서 대할수 있는 현실에 대한 설레임에서 그녀에게
다가갔던 것이니까.
그리고 몇 년의 시간. 기철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혜승에게 대쉬를 했다. 물론 재벌 2세
라는 신분 때문에 주위의 시선을 의식. 내놓고 그녀에게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남몰래 그
녀에 대한 이런저런 배려를 해 주거나 구애의 표시를 하기도 했다. 가령 시합이 끝나고 난
뒤 익명으로 꽃다발이나 비교적 고급스러운 선물을 배달하게 하는등. 그런식이었다.
따라서 혜승은 처음에 한동안은 자신에게 그렇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사람이 대체 누
구인지 전혀 몰랐다고 훗날 고백을 했다.
그러다 결국 혜승이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이고. 결혼을 약속하게 되고. 그렇게 지나온
시간이 두 사람 사이의 6년이었다. 그러나 운동을 하는 여자선수들의 성격이 다 그런 것
은 아니겠지만 혜승은 대체로 무뚝뚝한 편이었다.
대구 토박이이긴 하지만 억양정도를 제외하면 사투리가 그렇게 심하지도 않은 혜승. 그
런 그녀의 성격은 나긋나긋한 면이 없었다. 기철이 신경써서 어떤 선물이나 이벤트같은
것을 벌여도 크게 드러내어 기뻐하는 일도 거의 없었고.
나름대로는 제법 멋있게 말을 지어내어 그 무슨 사랑의 밀어라도 나누려고 하면. 혜승
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혹시 이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기철은 자신이 기거하는 빌라에 도착을 한다. 집이 작은편은 아니었지만. 혼자사는 남자의
집이 되다보니까 쓸쓸하고 적적해보이는 분위기다. 기철이 성격이 깔끔한 편이라 정돈
이나 청소는 잘 해놓고 사는 편이라. 집안이 지저분하지가 않아서 오히려 그 적적한 느
낌은 더했다.
집에 들어온 기철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 저녁을 먹기위해 부엌으로 간다. 선반
에는 기철이 사다놓은 인스턴트용 국거리등도 놓여있고. 간단한 국이나 찌개를 만들 수
있는 양념과 야채류도 냉장고안에 있었지만. 하루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온 기철로선
그것들을 건드리는 것 조차 피곤하고 귀찮다. 그래서 그냥 라면이나 하나 끓여먹기 위해
물을 올려 놓는다.
(147회에 계속)
< 소설 > 해운대 연가 (147)
라면이 다 끓은 냄비를 식탁위에 올려놓고 자리에 앉은 기철은 문득 처량하다는 생각이 든
다. 물론 처음부터 자신은 사업같은 것을 물려받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또 그런방면에
재능도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명색이 전직 재벌회장의 장남 아닌가.
그런 최기철의 저녁식탁이 고작 라면과 김치조각이라니. 퇴근후에 피곤해 다른 음식같
은걸 하는 것 자체가 귀찮아 이렇게 차려놓고 식사를 하는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만
찬(晩餐)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연일처럼 이어지고 있는 것이 지금 자신의 현실이
다. 기철은 다시한번 ' 쩝~! '하고 입맛을 다셔본다.
' 무심한 사람... '
문득 혜승이 생각나자 기철은 다시 그렇게 내뱉어보았다. 성격이야 좀 무뚝뚝할수 있다고
는 쳐도. 그래도 혼자사는 약혼자의 집에 한번쯤 들러 밥이라도 해주던가 반찬거리라도 좀
만들어주면 누가 뭐라고 하나. 하지만 혜승은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적이 없었다.
하긴 작년 까지야 선수생활로 바쁘기도 했고. 더욱이 92년부터 94년까지는 주전급은 아
니었어도 국가대표 선수로도 발탁된 바가 있었던 혜승이기도 하니. 약혼자나 애인이 아
닌 그보다 더한 무엇이었더라도 그런걸 챙겨줄 시간이 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더욱이
혜승과 기철이 정식으로 결혼을 약속한지는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는다.
기철은 혜승에 대한 원망스러움은 잠시 접고 식사나 하기로 한다. 늦은 저녁시간이라 배가
몹시 고프다. 후루룩 후루룩 게눈감추듯이 라면 한그릇을 꿀꺽 비운 기철은. 빈 냄비와
반찬이 담겨있던 접시를 설거지통에 던져넣은 뒤. 거실로 나와 TV를 켜고 바닥에 요 하
나를 깔고 눕는다.
무료하게 멍하니 TV 모니터를 바라보던 기철은 방영되는 프로가 재미가 없는지 얼마안가
테레비를 꺼버린다. 그리고 혼자 잠시 우두커니 앉아있다가 문득 어디론가 전화를 건
다. 기철이 전화를 건 곳은 용인 별장이다.
(중략)
거기까지 통화를 하고 기철은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전화기를 잠시 물끄러미 바라
본다. 그리고 숨을 한번 크게 내쉬어본다. 요를 깔아놓은 자리로 와서 기철은 벌러덩 누워
서 눈을 감아본다. 하지만 쉽게 잠이 오지는 않는다.
혜승은 집 근처의 한 소주방에 앉아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기철과의 통화에서 몸이 아프
다고 말한 것이 불과 두시간도 채 안되는 전의 일인데. 하지만 혜승의 얼굴색은 좋기만 하
다.
원래 동글동글하고 통통한 얼굴 때문에 건강해 보이는것일수도 있겠지만. 잠시후 소주
방에 사람 하나가 들어와 혜승을 보고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그녀 앞으로 와 마주앉는다.
혜승이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시절 태릉선수촌에서 알게된 염수연이란 배구선수다.
나이는 수연이 혜승보다 다섯 살이나 아래고 두 사람이 함께 지냈던 시간도 올림픽과 아
시안게임의 전지 훈련기간 정도로 함께 있었던 시간을 모두 합해보아야 몇 달이 안되는
짧다면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같은 대구출신인데다가 마침 사는곳도 엇비슷해 두 사람
은 언니,동생하는 정도로 절친해진지가 이미 오래다. 수연이 자리에 앉자 혜승은 곧 술
과 안주를 주문한다.
" 언니 그동안 어디 가있었어 ? 집에 전화해도 통 받지를 않던데... "
기철이 혜승에게 물었던것처럼 수연도 혜승의 그동안의 행방이 궁금하기라도 했던것인지
대뜸 그녀에게 물어본다. 혜승은 그런 수연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보인다.
" 가긴 어딜가...핸드볼 선수가 갈데가 핸드볼 경기장밖에 더 있겠냐 ? "
" 경기장 ? "
" 응, 그냥 우리팀 후배애들과 같이 쭉 지냈어. 걔네들 요새 핸드볼 대제전 때문에 쭉 서
울에 가 있잖아. "
농구대잔치나 배구대제전처럼 핸드볼에도 실업팀과 대학팀이 모두 함께하는 대규모의 겨
울시즌 대회가 있다. 물론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의 관심은 적기 때문에 잘 모르긴 하지만.
" 그래 ? 은퇴하고나서도 선수들 웬만해선 코트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다더니 언니도 그
런가보네 ? "
놀리듯이 말하는 수연을 바라보며 혜승은 씨익 웃어보인다.
" 글쎄...그런가... "
이야기를 하는사이 주문한 술과 음식이 나오고 수연은 혜승에게 술을 한잔 따라준다.
" 그럴지도 모르지 뭐... "
" 언니, 그러지말고 결혼하고 나서도 선수생활 계속 해보지그래. 요즘은 그러는 선수들도
종종 있던데... "
혜승의 말에 수연은 좀 안쓰러워보인다는 듯이 말을 해본다. 하지만 무슨 의미인지 혜승
은 다시한번 수연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지어보인다.
" 그거야...그런 선수들도 있긴 하지만. 나야 어디 그럴수 있는 처지가 되니 ? "
" 하긴... "
무슨말인지 알았다는 듯 수연은 고개를 끄덕여보인다. 재벌그룹이라긴 하지만 대원그
룹이 10대그룹이나 30대그룹안에까지 들 정도로의 큰 기업은 아니고. 게다가 형철이야
무슨 주목 받는 재벌가의 후계자도 아닌데다가. 핸드볼이야 워낙 비인기종목이다보니
까. 기철과 혜승의 관계는 두 사람이 굳이 비밀로 해두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크게 기사
화가 되지는 않았다.
몇몇 스포츠신문이나 주간지등에 가십기사정도로 두 사람의 사이가 실리기는 했지만,
그것까지 무슨 대단한 뉴스거리라도 된다고 관심두는 사람도 많지는 않았고. 따라서 두
사람의 사이는.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들이야 전혀 모르는 비밀이아니면서
도 비밀같은 마치 그런 사이가 되어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수연이야 혜승과는 절친한 사
이니 그녀가 누구와 사귀고 있다는것쯤은 이미 알고있는 사람이지만.
" ...재벌가 며느리되면 마음고생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데. 혹시 언니도 나중에 그
렇게 되는 것 아냐 ? "
걱정스럽다는 듯이 수연이 물어본다. 하지만 혜승은 그 질문에는 고개를 저어본다.
" 나 그런데까진 생각해본적은 없어. 그리고 최형섭 회장님은 어차피 이제 은퇴하신 분이
잖아. 그런데 뭐. "
" ...그래두... "
대화가 계속 이어지다보니 수연은 혜승이 정말 걱정이되어 말을 한다. 혜승의 말이 이어
진다.
" 나...그런것 때문에 고민하는건 아냐. "
" 그럼 뭐가 문제인데 ? 최기철씨와 싸우기라도 했어. "
" 싸우기는... "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 그동안 다툴만한 일은 없었다. 워낙에 처음부터 기철이 혜승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데다가. 혜승은 처음엔 기철에게 별다른 관심이 없다가. 나중에는 그
의 신분을 알고는 망설이게 되었고. 그러다 오랜시간 기철의 끈질기고 적극적인 구애가 계
속되자 결국 그를 받아들인 상황이기 때문에. 기철이야 지금껏 혜승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
경쓰고 잘해주고 싶은 그런 마음이었었고. 따라서 싸울만한 일은 생길 이유가 없었다.
" ...허무해서 그래... "
한참동안 무슨 생각에라도 잠긴 듯 말이없던 혜승의 입에서 툭 던지듯 한마디가 나온다.
수연은 그 말뜻을 얼른 이해하지 못 해 어리둥절해한다.
" 무슨소리야 ? 허무하다니 ? "
" 내가 그동안 해온것들이. 도대체 내가 뭣 때문에 그렇게 땀흘렸던건지. 무엇 때문에
그동안 코트에서 죽어라 뛰었던건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냥 한없이 허무하다는 생
각밖에 안들어. "
혜승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넋두리처럼 말한다. 그런 혜승의 말을 들으니 수연은 괜
히 기분이 불쾌해진다. 혜승이 하는 말을 이해할 듯 하기도 하고 못할 듯 하기도 하다. 혜
승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 어릴땐 부모님 반대도 무릎쓰고 고집을 부리면서 시작했던 핸드볼이었지. 기집애가 운
동은 무슨 운동이냐며 펄쩍 뛰시는 부모님한테 울며불며 떼써서. 그때 내가 우리엄마한
테 뭐라고 떼썼는지 아니 ? ' 엄마 !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따오면 되잖아 ! ' 푸후후훗
...
그때가 내가 아마 국민하교 4학년때의 일이었을텐데. 수연아, 그땐 우리나라가 금메달
은커녕 올림픽에서 장 누구란 선수가 은메달 하나 딴게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던 그런
시절이었어. 근데 그때 어린애가 도대체 뭘 안다고 황당하게 그런 소리를 해댔던건지.
아 ! 참 그리고 그땐 핸드볼이 올림픽 종목도 아니던 시절이다. 그러니 그야말로 코흘리
개 어린아이가 철부지처럼 울부짖으며 한 소리였지. 그래도 쥐방울만한 년이 올림픽나가
서 금메달 하나 따오겠다는 그 말 한마디가. 엄마 심금을 울리기라도 했는지. 그제서야
마지못해 허락하시더라.
푸훗...야, 근데 수연아 ! 우리나라가 지난번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 열두개 땄
었냐 ? 푸훗~! 대한민국...야...너 그간 20년동안 정말 많이 컸다. "
아직 술이 두어잔밖에 돌지 않았는데 벌써 취기라도 도는것일까. 혜승의 말은 어느새 횡설
수설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수진은 대충 혜승이 느끼는 허무감이 무엇인지 이해할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기껏해야 그 무슨 올림픽이니 아시안게임이니 하는 종목에서 메달이라도 하나 따와야
알아주는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설움. 그렇다면 국제대회에 나가 메달도 못 따오는 종목
이나 그런 선수들은 사람도 아니란 말인가. 열악하기만 한 국내의 체육환경과 시설을 보
면서 항상 아쉬워하곤 하던 것은. 비록 핸드볼보다야 처지는 나을지언정.
실업 3년차인 여자배구선수 염수연도 늘상 느끼곤 했던 그런것이니까. 안주로 나온 참치
찌개의 국물과 건더기를 수저로 두어숟갈 떠먹고 난 혜승은. 정신이 다시 조금 나는지
조금 조리있게 다시 이야기를 시작한다.
" 근데 수연아...너 그것보다 진짜 허무감을 느끼는게 뭔지 아니 ? 특히 너나 나같은 여자
선수들이 은퇴하고 나서 진짜 느끼는 허무감이 뭔지 아느냐고 ? "
" 글쎄...뭔데 그게 ? "
" 막상 평범한 주부로 돌아가고 나서.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질 때. 그저 그런 펑퍼짐
한 동네 아줌마로 늙어가게 될 때. 그때 가끔씩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진짜 허무해지더래
. 도대체 내가 그 시절에 뭣 때문에 저렇게 코트에서 죽어라 뛰어다닌걸까.
상대방선수들과 넘어지고 부딪히고. 그러다 때로는 이겨서 기뻐서 울고 어떨땐 패해서
분해서 울고. 그렇게 울고 울고 또 울던 시절. 그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던건지. 누
구 때문에 꼭 신들린 처녀무당마냥 그렇게 날뛰고 다닌건지. 그 생각만 하면. 진짜 인생
참 허무하다 그런 생각 드는거야... "
수연은 말이없다. 그녀 역시 나름대로 운동에 대한 열정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선수의
한 사람으로써 뭐라고 강변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쉽게 그녀의 논리
를 반박할 말은 떠오르지가 않는다. 어떻든 그게 냉혹한 현실이니까.
대학을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지는 선수들. 실업팀이 거의 없는 비인기종목의 선수들에
게 졸업은 곧 선수생활 끝으로 직결되는거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실업팀이 있은들 또 뭐
할건가.
거기서 또 몇 년 뒹굴고 나서는 그 다음엔 또 무엇을 할건가. 그런 생각에 그런 진로에
대한 불안 때문에 고민하는 선수들은. 비록 핸드볼에 비해서는 열배는 낳은 환경인 배구
선수인 수연도 수도없이 보아온 광경인데. 배구가 그럴진데 핸드볼은 오죽할까.
" 그래...수연이 너도 이제 머지않아 내 심정 이해하게 될꺼야. 아닌말로 여자선수야 20대
중반만 되도 노장소리 듣지않냐 ? 너도 이제 조금만 있으면...아니 곧 내 심정 이해하게
될거다. "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 혜승의 말을 듣고보니 수연의 마음도 울적하기만 하다. 허무. 이
허무감을 느끼고 싶어서 지난 10여년간을 오직 코트에서만 미친 듯이 날뛰고 다녔단 말인
가.
학교다닐때는 담임 선생님 얼굴을 몰라 뵙고 ' 아저씨 '라 불렀다가 무안을 당하고. 모처
럼만에 학교수업을 들으러 갔더니만 시험기간이라 황당해지는 일들을 겪으며. 그렇게
오직 운동경기밖에 모르며 지난 10년간을. 배구쟁이로 혜승의 경우엔 핸드볼쟁이로 살아
왔단 말인가. 그 인생의 끝 언저리에서 과연 자신들에게 남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대체
지금의 이 허무감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혜승의 취기가 많이 올라있는 것 같아보이자 걱정이 된 수연은 그녀를 부축해 일으켜서
함께 소주방을 나간다. 계산은 수연이 할 수밖에 없었다. 술집을 나와 찬 공기를 마시며 조
금 정신을 차린 혜승은 터벅터벅 길을 걸어간다.
그리고 수연은 말없이 고개를 약간 숙인채 풀죽은 얼굴로 그녀뒤를 따른다. 얼마쯤 걸어
갔을 때 가로수변의 벤치하나가 보였다. 혜승은 거기가서 털썩 앉는다. 수연이 걱정이 되
는지 얼른 다가가서 그녀의 상태를 살펴본다.
" 언니...괜찮아 ? 괜찮아요 ? "
수연의 물음엔 답을 하지 않은 혜승은 한숨을 두어번 내쉬어보다가 다시 입을연다.
" 수연아... "
수연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혜승의 상태를 살펴본다.
" 나 있잖아...나...이대로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면 안될까 ? "
" 무슨말야 그건 또 ? 사라지다니 ? "
" 시집가기 싫어...결혼하기 싫다고. 결혼도 싫고 다 싫고...그냥 이대로 나 혼자 훌쩍 어
디론가 떠나버리고 싶어... "
혜승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보인다. 그리고 머리를 숙인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기도
한다. 수연이 혜승을 다독거려본다. 잠시후 다시 고개를 든 혜승의 넋두리가 이어진다.
" 정말...이대로 어디론가 혼자 사라지고 싶다...이대로 혼자 어디로든...사라지고 싶어...어
디로든...어디로든... "
(중략)
(148회에 계속)
< 소설 > 해운대 연가 (167)
대구 효성국민학교 체육관 1층 문을 열고 운동복 차림의 한 여자가 들어서고 있었다. 오혜승이다. 주말에는 개방이 되는 학교 체육관이기에 일요일이지만 사용을 할 수가 있었다. 체육관안은 텅 비어있다.
혜승은 체육관 한쪽에 놓여있는 핸드볼 골대로 다가간다. 그리고 어깨에 메고 있던 그물가방을 내려놓는다. 핸드볼 공 대여섯개가 담겨있는 가방이다. 집에서 직접 가져온 것이다. 혜승은 공을 하나하나 꺼낸다. 그리고나서 골대를 바라본다.
새삼 그녀의 얼굴엔 어떤 열정같은 것이 서리는 듯 하다. 공 하나를 힘껏 던진다. 공은 정확하게 골대안으로 들어간다. 혼자서 하는것이니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혜승은 공 여러개를 연거푸 골대로 던진뒤 다시 가져와 던지고 그러기를 몇차례고 반복한다.
스카이슛이나 오버슛, 로빙슛등 핸드볼의 여러 가지 슛 동작을 해보이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혜승의 얼굴엔 어느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다. 이렇게 잘만 들어가는 골이 왜 시합때는 그토록 안 들어가졌나 새삼 원망스러운 마음마저 생긴다. 혜승은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몇십분 아니 몇시간을 체육관의 핸드볼 골대앞에서 슛동작을 해보인다.
그렇게 한참을 하다 기어이 지쳤음인지. 심호흡을 하며 체육관 바닥에 벌렁 드러눕고 만다. 천정이 보였다. 혜승은 눈을 질끈 감는다. 국민학교 4학년때부터 지난해까지. 그녀말마따나 그야말로 20년 세월을 미쳐있었던 핸드볼. 그 시간들이 새삼 뇌리를 스쳐 지나가기라도 하는걸까. 숨을 내쉬며 잠시 그렇게 휴식을 취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깜박 잠이 든 것 같다. 그런데 누가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 언니... "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혜승은 놀란다. 뜻밖에도 수연이 와 있는 것이다. 혜승은 일어난다.
" 너...어떻게 알고 왔어 ? "
" 호출기로 불러도 연락이 안 되고 해서...무슨일일까 궁금해했지...그러다...혹시나
해서 와 봤었는데...역시였네 ? "
" ...... ? "
" 언니 요사이 몇 번 그랬었잖아. 학교때 운동하던 체육관에 언제한번 날잡고 가
서 마음껏 공이라도 한번 던져보고 싶다고... "
혜승은 피식 웃어보인다. 수연과야 절친한 사이이기도 하고. 결혼을 앞두고 여러차례 복잡한 속내를 그녀에게 털어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 넓은 대구시내에서 일요일날 오후에 자신이 가 있을곳일 이렇게 정확히 집어내다니. 수연은 마치 자신의 신통력(?)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한마디를 덧붙인다.
" 국민학교로 가볼까 고등학교로 가볼까 고민을 좀 했었었는데...그래도 둘중에 하
나 제대로 찍었네 ? 바로 여기 와 있었을줄이야... "
혜승은 다시 한번 헛웃음을 흘린다. 그리고 수연을 데리고 체육관 관중석 쪽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그녀와 나란히 앉는다.
" 비인기종목 선수의 설움이라도 새삼 느끼는거야 ? 왜 그래 ? 요즘 정말 계속... "
수연의 말에 혜승은 다시 묘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그리곤 고개를 살짝 가로저어본다.
" 내가 언젠가도 말했지만, 나 그런건 신경안써. 세상사가 다 그런거려니 생각한
다니까 난. 부자가 있으면 가난한 사람도 있는것처럼 운동경기도 잘나가는게 있
으면 그렇지 않은것도 있는거지 뭐...그게 세상사인데 뭐... "
자조라도 하듯 말하는 혜승. 수연은 그런 혜승을 잠시 물끄러미 바라본다.
" 수연아... "
혜승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넘겨본 뒤 수연의 이름을 불러본다.
" 응, 언니 ? "
" 그러고보니 우리 달서회 멤버들 안 모인지 꽤 되었다. 우리 다음주에 한번 모
여볼래 ? "
달서회는 혜승과 수연이 태릉선수촌에서 생활하던 시절. 같은 대구지역 출신인 선수들 몇 명이 모여 만든 친목모임이다. 처음엔 구기종목 선수들이 주로 멤버가 되었었는데. 나중엔 수영이나 태권도, 육상선수중에도 한두명이 더 추가로 가입. 현재는 스무명 가까운 멤버가 되어있다.
나이는 이제 어느덧 20대 중후반으로. 대개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나이이기도 하고. 공교롭게도 국가대표이면서 주전으로 뛰어본 적은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도 했다. 일부러 그렇게 모임 성격을 정한것도 아닌데. 동병상련의 사람들끼리 모여 마음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구성원이 되어버린 셈이다.
그러나저러나 조만간 한번 모여보자는것도 아니고 바로 다음주라고 날짜를 아예 못을 밖는 혜승의 말에 수연은 놀란다. 이제 딱 3주에서 하루 못미치게 앞두고 있는 혜승이 아닌가. 그런 수연을 더 놀라게라도 해주려는지 혜승의 말이 이어진다.
" 달서회 전부 모여서 어디 가까운 계곡이나 유원지같은데로 여행이라도 가자. 가
서 신나게 물장구도 치고 수다도 떨고 고기도 구워먹고...그리고..아 ! 그렇지 ! 피
구 ! 얘, 수연아...우리 피구한번 해보자. 우리끼리 피구시합 해봐도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 "
" ...언니... "
수연은 어이없어한다. 국가대표 선수생활을 그만둔뒤론 각자 생활에 바쁘다보니, 달서회 멤버들이 요 몇 달사이엔 자주 모이지 못한게 사실이긴 하다. 따라서 그냥 조만간 모임이라도 한번 갖자는 정도의 말이라면 수연도 반가와해야할 일이긴 하지만. 바로 다음주에. 그것도 여행까지 가자니.
" 언니 미쳤어 ? 다음주면 언니 결혼식 두주일밖에 안남은 때 아냐 ? "
" 아니...왜...? 결혼 두주 앞두고 친구들이랑 여행가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니 ? "
" 아니...뭐...그런법이 있는거야 아니지만...그게 어디 말이 되는 소리야 ? 결혼식
앞둔 예비신부가 ? "
" 수연아아... "
기가막혀하는 수연을 혜승이 갑자기 부르며 그녀의 몸을 꼬옥 안아본다. 그리고는 마치 어린아이가 보채는듯한 말투로 바뀌어서 말을 한다.
" 나...결혼하기 싫어 진짜... "
" 언니... "
딱하다는 듯 수연이 혜승을 불러본다. 그녀의 심정을 그런대로 이해하는 수연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 그러지 말고 우리 다음주말에 여행가자...응 ? 어디가 좋을까 ? 구룡포 ? 포항 ?
응...너무멀면...가까운 칠곡이나 성주쪽으로라두... "
" 언니... "
수연은 한숨을 내쉬어본다. 지금으로 봐선 수연이 아니라 혜승이 철부지 어린 여동생만 같다. 선수촌시절엔 자신이 힘들어할 때 종종 다가와 위로해주던 그런 혜승언니였는데. 아무튼 결혼식을 두주 앞두고 친구들이랑 여행가겠다는 이야긴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다. 단호하게 거절을 하려하는데 혜승은 계속 수연을 조른다.
" 여행가자...응 ? 장소는 내가 알아볼께...그러니까 우리 여행가자..응 ? "
" 지금은...다들 힘들지 않겠어 ? 직장다니는 언니들도 있고...아직 선수생활하는 언
니들중엔 시합앞둔 사람도 있잖아... "
" 열 아홉명 다 모이기 힘들면...그럼 반만이라도 모이자, 응 ? 아니면 3분의 1
만이라두... "
" 언니... "
" 그것도 힘들면 다섯명이라도...아니면 세명...아니면...그래, 수연아 너랑 나 단둘
이 떠나자. 넌 요즘 한가하잖아. 응 ? 여행가자 ? 응 ? 정 힘들면 너랑 나랑 단
둘이 오붓하게...응 ? 그러자 수연아... "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