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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트 1
"너무... 쉬운데?"
구와파 하지드(Gwafa Hazid)가 마법 단검 하나를 헝겊으로 광내며 말했다. 이건 마치 먹이가 입 속으로 뛰어드는 격이 아닌가. 나
를 알아차린건가? 하지드는 궁금해했다. 거미가 느린 파리나 자살하고 싶어하는 파리로 배를 채우던가? 그건 죽음에서나 찾을 수
있는 자존심을 시험해 보는 일과 같지, 생각하며 하지드는 단검에 그의 수염을 비춰보며 감탄했다. 마음이 약해진다는 건, 어떤 의
미에서는 속고 진다는 것과 같은 말이며, 파멸의 운명을 가속시키는 것과 같다. 하지드는 그런 마음 약해짐을 비난할 수 없었다.
만일 하지드가 그만큼 한심했다면, 아마 최대한 빨리 극복하고자 용을 썼을 것이다.
하지드의 대상 행렬이 반트(Bant)의 자랑스러운 농업 국가인 아크라사(Akrasa) 국경 근처에서 멈췄다. 뭐, 표면상으로는 거래를
위한 것이었다.
"거래라..." 거래는 하지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였다. 당신도 원하는 걸 얻지만, 나도 뭔가를 얻지, 하지드는 생각했다. 우린 모두
행복할 수 있지. 물론 당신은 가치있는 걸 잃어버리겠지만, 나는 별 의미도 없는 걸 잃는 거고 시간이 지나 당신이 실수를 깨닫게
될 때 쯤 난 이미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을 거야. 그가 지금 만지고 있는 단검을 예로 들자면, 제스의(Jhessian) 해변에서 만난 대
장장이가 하지드의 대상 밑에 하잘것 없는 고용인의 자리를 얻는 대가로 바친 것이다. 하지드는 그걸 비난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
다. 그 대장장이는 적법한 아크라사의 인장을 얻음으로써 그가 원했던 지위를 획득하고, 도적떼들이 점령한 도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거래를 제안했다. 단검을 얻는 대신 하지드가 가진 주석 한 조각을 줌으로써, 그 대장장이는 사기, 직
위 위조, 그리고 위조 인장 소지로 인해 한 달 동안 감옥에 갇혀야만 했다. 그렇지만 단검 하나는 예술이었다. 구조 하나 하나가 매
우 정확히 짜여져 있어서, 암살자의 단검처럼 숨기기 쉽고 치명적으로 날카로웠으며,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드 주인님,"
하지드의 하인 중 한 명이 하지드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말했다.
인장을 소지하고 있는 계급의 기사가 대상의 행렬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 기사는 사슬 갑옷 위로 푸른 리넨 천을 걸치고 있었으며,
외투를 가로질러 하얀 새가 과시하듯 수놓아져 있어 그가 광휘의 비둘기(Bright Dove) 기사단의 기사임을 증명했다. 비록 하급 서
품이었으나 존경받는 직위였고, 그들은 국경을 오고가며 평화를 수호했다. 하지드는 그 기사가 대상 행렬을 의심하고 있다고 직감
했다. 만일 그가 기사단의 다른 이들과 같다면, 아마도 제법 똑똑하고 뇌물을 쓰긴 힘들 것이나, 반드시 혼자 여행하고 있을 것이
었다. 아마도 대상의 짐마차를 수색해볼 것이고, 있어서는 안 되는 물건들을 찾아낼 것이다. 하지드가 무언가 하지 않는 이상 아마
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드는 광휘의 비둘기 기사단의 기사가 첫 번째 마차를 탐색하기 전에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지금이
바로 아름다운 작은 단검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였다.
그리고 누가 단검을 들고 있어야 할 지 하지드는 잘 알았다.
"게디(Ghedi), 여기로 와라."
하지드가 불렀다.
하지드의 커다랗고 강한 하인 중 하나가 그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왔다. 게디는 넓은 어깨를 가졌지만 마음은 편협한 단순한 남자
였다. 한 때 도둑이 되고 싶어 했지만, 마치 황소같은 남자였다.
"부르셨습니까, 하지드 주인님."
하지드는 게디의 어깨로 손을 올리고 신중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말했다.
"게디, 난 네가 믿을 수 있고 쓸만한 사람인지 알아야겠다. 넌 내게 쓸모있고 싶지 않은가?"
게디는 활짝 웃었고, 그건 하지드에게 완벽한 대답이었다. 게디는 그다지 수다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드는 게디의 어깨를
손으로 두드려 주었다.
"이걸 가져가거라."
하지드가 말했다.
"그리고 나에게 '쓸모있는' 일을 해야지?"
하지드는 단검을 미끄러트리듯 게디의 손으로 넘겼고, 기사를 주시하며 말했다.
"조심하거라."
게디는 넓적 다리에 단검을 숨기고 기사 쪽으로 움직이면서 환하게 웃었다.
하지드는 광휘의 비둘기 기사단의 대표에게 돌아갔다.
"안녕하십니까, 기사님!"
하지드는 성큼성큼 걸어 기사에게 향하며 관대하게 말했다.
"저희 대상에 오신 것을 환영하는 바입니다. 그렇구 말구요!"
"좋은 날이로군요."
기사가 말했다.
"이 대상의 적하 목록을 볼 수 있겠습니까?"
게디가 큰 원을 그리며 기사의 사각 지대로 접근하고 있었다.
"물론입지요, 물론입지요,"
하지드가 말하며 적하목록을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요."
기사는 스크롤을 받아들고 펴보더니, 즉시 읽기 시작했다.
"최근에 수확한 농작물들입지요, 보시다시피,"
하지드가 말했다.
"이것 약간과 저것 약간입니다. 언제나 그랬잖습니까요 - 이번달엔 제스(Jhess)에 있었습니다요. 뭔가 흥미 있는 거라도 있으십니
까요? 아마 애들 장난감이 좀 있었는데... 발레론(Valeron) 제 목제 장난감은 어떻습니까?"
"난 애가 없소."
기사가 중얼거렸다.
"이 적하품들은 도장의 유효기간이 지났군. 옆으로 비켜주시겠소? 잠시 내용물을 검사해보겠소."
게디가 바로 뒤까지 접근했다. 게디는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었고, 자신 역시 잘 하고 있었다, 라고 하지드는 생각했다. 파리가 거
의 거미줄에 걸려들었다.
"아, 그러시지요."
하지드가 말했다.
"부인을 위한 건 어떠실까요. 에오스(Eos)제 흙으로 빚은 꽃병이 있습지요. 정말 끝-내주게 사랑스럽습니다."
"경, 잠시 물러나주시오."
기사가 말했다.
"짐마차들을 수색해볼 것이오. 지금 당장."
"물론입지요, 물론입지요."
하지드가 말했다.
"필요한만큼 살펴보십쇼."
게디가 다가오고 있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기사님, 조심하십쇼!"
하지드가 외쳤다.
기사가 돌아보자 게디가 암살자의 단검을 높이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기사는 매우 빠르게 게디가 쥔 무기의 손잡이를 잡았고, 다
른 손으로 검을 뽑아들은 뒤 손잡이로 게디의 배를 쳤다.
게디는 허리를 꺾으며 쓰러졌고, 폐의 충격으로 숨을 쉴 수 없어 손에서 단검을 떨어뜨렸다. 게디는 땅으로 떨어지며 혼란으로 인
해 우스꽝스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기사는 눈 깜짝할 사이에 게디를 넘어 땅에 떨어진 단검을 줍고는 게디의 손과 목에 체포 주문
을 외치고 있었다. 게디의 눈은 얼떨떨함으로 가득차, 기사가 말로 끌고 갈 때에는 후회로 바뀌고 있었다.
그게 바로 내 물건을 훔친 죄다, 게디, 이런 미련한 개새끼야, 하고 하지드는 생각했다.
"경고 감사하오."
기사가 게디를 묶어놓고 하지드에게로 돌아오며 말했다.
"하지만 이 공격은 명백히 법을 위반한 것이고, 공격자는 당신의 지휘 아래 있었소. 이 사실이 남아있는 한, 난 당신의 짐들을 검사
해봐야겠소."
하지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드는 게디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오늘치의 '호의'를 이미 베풀었다. 그리고
이 불쌍한 국경 경비원은 오늘 또 다시 자신의 '호의'를 요청하고 있는건가? 하지드는 천사들이 방해하지 않아야만 하는, 매우 중
요한 임무가 있었다. 이건 많은 이들에게 운명을 나누어줄 짐들이었다.
"고수! 드럼을 다시 쳐라!"
하지드가 외쳤다. 깊게 반복되는 드럼 소리가 들려왔다.
"경,"
기사가 말했다.
"나는 그대에게 요청-"
하지드가 재빠르게 찌른 단검에 기사는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기사가 쓰러지자 하지드는 그의 손에서 적하목록을 빼 들었다.
"시체를 짐마차에 넣어라."
하지드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 그리고 적하 목록에 찍어야 하니 그 기사의 도장을 가져와라."
하지드의 하인 중 하나가 기사의 도장을 빼 들고는 하지드에게 건넸다. 하지드는 만족스럽게 적하목록에 도장을 꾹 눌러 찍었다.
하지드는 짐마차에 다시 올라가 앉고는 마부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그의 단검을 다시 헝겊으로 닦기 시작했다.
"내가 에오스의 대장장이와 거래했던 때에 대해 이야기했던가?"
그가 마부에게 말했다.
대상 행렬은 아크라사의 심장부인 길트스파이어 성(Giltspire Castle)로 향했다. 게디는 쓸쓸히 버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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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주인공 구와파 하지드입니다. 정체가 뭔지는 스포일러가 되니 넘어가고... 드로우 시켜줄테니 공격 오지 마라, 뭐
올라가는 카운터 이름도 뇌물 카운터죠? ㅎㅎ 딱 인물에 맞는 능력입니다.
본문에 등장하는 인장 (Sigil) 이라고 보면 되겠네요. 본문은 반트 계열인데, 이 시질은 나야 겁니다. 이 인장은...
여기 보시면 알겠지만, 이 인장은 신분 증명에도 쓰이지만 어느 정도 마법 능력을 발하게도 해주는 것 같습니다. 번역하다보면
이 인장이 정확히 어떤 능력을 가진 건지 알 수 있겠네요.
반트 II
라픽(Rafiq of the Many)의 얼굴이 은거울에서 떨리고 있었지만, 면도날은 날카롭고 정확했다. 라픽은 그의 턱과 목에 거칠게 난
수염을 면도했지만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턱수염만은 남겨두었다. 이 턱수염은 그의 고향인 에오스에서 쓰이던 인장에 새겨진 턱
수염과 같은 모양이었다. 그는 그의 유명한 얼굴에 맑은 물을 끼얹어 씻어냈다. 면도한 얼굴이 조금 당겼지만, 라픽은 이 완벽하게
깔끔해진 느낌을 즐겼다.
어린 여자 시동이 그에게 수건을 건넸고,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닦았다. 그 여자아이는 낮은 등급이지만 똑똑하
고 의무감있는 모르타르(Mortar) 계급이었다. 반트를 여행하는 중 라픽은 수많은 시동, 기사, 보좌관, 그리고 종자들을 만나보았지
만 그녀만큼 똑똑한 아이는 없었다.
"이름이 무언가?"
라픽이 물었다. 그는 그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기로 결심했고, 그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그녀가 낮은 계급이지만, 이
러한 행위는 그 시동처럼 정직한 사람에 대한 일종의 후원이었고, 그의 이러한 행동이 그에게 인장을 부여한 것이었다. 몇몇은 이
러한 계급 제도를 사람들을 멸시하거나 자부심을 느끼는 데에 대한 근거로 들지만, 라픽은 대천사 아샤(Asha)가 다른 이유로 이러
한 계급 제도를 도입한 것을 알고 있었다.
"톨카(Tholka)입니다, 경."
소녀가 조용히 대답했다. 그녀는 라픽의 갑옷 위를 짓누르고 있는 수많은 후원의 메달, 즉 빛나는 인장으로 돌아섰다.
"고맙다, 톨카."
라픽이 얼굴과 목을 수건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그건 짠 바람(Salted Wind)의 인장이란다."
라픽은 그의 인장 중 하나를 조심스럽게 광내고 있는 톨카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두 눈이 커졌다.
"내내 제스(Jhess)에 계셨던 겁니까?"
라픽이 끄덕였다.
"해양 정찰대와 섬의 아벤(aven)들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갔었던 거란다."
"해결...... 전투로 말이군요."
그녀가 작은 웃음기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지."
라픽이 말했다.
"영웅적인 전투였지. 투기장의 명예를 걸고 말이다. 그들의 챔피언은 록스(rhox) 족의 짐승이었지. 원한다면 야생의 레오타우
(leotau)처럼 조용하고 비열해질 수 있었어. 그의 기술과 약삭빠른 행동은 정말 내 기사단에 초청하고 싶을 만큼 대단했다."
"그 말은.... 무빈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 유명한 기사? 무빈을 투기장에서 만났단 말씀이십니까?"
"그렇고말고,"
말하며 라픽은 웃었다.
"그 늙은 록스는 그저 불쌍한 수도사면서 학자였지. 하지만 그 날 그 힘을 봤다면 절대 수도사라거나 학자인 걸 알아보지도 못했을
거다. 그는 아벤의 권리를 위해 마치 자신의 인생을 건 것처럼 싸웠지. 결국 우린 타협했고, 양측 모두 원하는 것을 얻었으며 우리
모두 인장을 얻었단다. 그가 먼저 인장을 받았지."
그 소녀는 광내기를 마치고는 깊게 읍했다.
"갑옷이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고맙구나, 톨카."
라픽이 말했다.
"아샤가 그대를 지켜보기를."
"당신도 그러하기를, 라픽 경."
소녀가 말했다.
"좋은 여행 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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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뭔가 툭툭 끊어지는 느낌입니다. ㅠㅠ
반트 파트 II의 라픽입니다. 턱수염이 섹시하군요. ㅋㅋ
Rhox 족의 무빈이 누구인지는 모릅니다. 다만 대충 록스 족은 직립보행 코뿔소 같은 느낌이네요. 소설 중 monk란 말이 있어서
이 아이랑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문에 나왔던 leotau, 어떻게 번역해야 할지 몰라 그냥 읽는대로 레오타우, 라고 썼는데, 레오투? 뭐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여튼 사자 비스무리하지만 발굽이 산양처럼 생긴 이상한 동물입니다. 색을 보시면 알겠지만 나야, 반트
쪽 생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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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게 팻팩에 있는 내용들인가요?
아... 아니요. 개인적으로 구입한 소설입니다. Alara Unbroken이라고... 알라라 블럭 내용을 담은 소설이죠.
플레인스워커 내용인줄 알았는데 이친구......무려 전설 카드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