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포드 레이크와 민속촌.docx
크라우포드 레이크 (Crawford Lake) 와 민속촌
Aug.17.2013
정 창 균
트위스로드
(Twiss Rd)에서 크라우포드 레이크로 넘어가는 숲깊은 울창하고 시원하지만 늪지대가 많아 모기가 많은 것이 흠이다. 하지만 모기는 아침나절에 극성을 부리다 햇빛이 강한 오후가 되면 활동이 뜸하므로 조금만 견디면 된다.
구엘프라인(Guelph
Line)을 넘어가면, 메인 트레일은 오른쪽으로 구부러지고 앞쪽으로 사이드 트레일 마크가 보인다. 사이드 트레일을 따라가면 하늘 높이
쭉쭉 뻗은 소나무 숲을 지나 한 폭의 동양화가
펼쳐지는 크라우포드 레이크가 나온다. 호수를 한 바퀴 감싸 도는 나무산책로가 있고 군데 군데 쉼터도 마련되어 있는 환상적인 트레일이다.
산책로 양쪽으로 기기묘묘한 향나무와 바위들이 서로를
휘감아 안고서 한껏 멋을 부리고 있는데,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트위스트 나무 (Twist Tree) 이다. 향나무 줄기 세 개가 트위스트 춤을 추듯 배배 꼬이면서 자란 것인데 안타깝게도
몇 년 전 세 나무가 모두
죽어 버렸다. 안타까워서인지 아까워서인지 죽은 나무 옆에 쉼터를 만들어 둔 것은 그냥 지나치지
말고 그들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주라는 뜻에서인가? 이를 본 수정씨 말이 걸작이다. "세 나무가 서로 삼각관계로 살다 보니 속이 타서 몸이 꼬여 죽었나
보네, 차라리 사각관계였더라면 죽지는 않았을 텐데" 어디서 그런 기발한 생각이 나올까? 재치가 놀랍다.
이 길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어깨를 맞대고 걷거나, 손을 맞잡고 마주보며 걸어야 제 맛이 나는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길이다. 호수는 물이 맑아 자라가 살고 있고, 간혹 팔뚝만한 송어도 눈에 띈다.
이 호수는 과학적으로도 매우 특이하고 중요한 요소들을
담고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항상 일정한 수위와 수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바위 틈새로 지하수가 샘물처럼 솟아 흐르기 때문이다. 수심 25 m 의 이 호수는 생김새가
원추형으로 되어있어 깊이 들어갈수록 폭이 좁아진다. 따라서 수표 면에서 15 m 까지는 물이 순환하여 공기가 유입되지만, 그 아래는 물이 움직이지 않아 공기가 들어갈 수 없다. 공기가 없으면 산소도 없고, 산소가 없으면 생물이 살지
못한다. 생물이 살지 못하므로 박테리아가 없어 호수 밑에 고인 것들이 썩지 않는다. 그런 이유 때문에 여기서 살았던 원주민들이 흘려 보낸 옥수수와 감자 등 음식찌꺼기가
오랜 세월 썩지 않고 그대로 호수 밑바닥에 쌓여
있었고, 이를 추적하여 원주민들이 살았던 마을을 찾아내 그
자리를 발굴하고 복원한 것이 지금의 민속촌이다.
공기가 없으면 생물이 살지 못한다. 깊은 바닷속에 사는 생물들도 공기가 있으니까 살수 있다. 깊은 바닷속까지 어떻게 공기가 들어갈까? 태풍 때문이다. 태풍이 몰아치고 풍랑이 일어 바닷물을 뒤집어 놓아야 물이
순환되고 공기가 공급된다. 이런 이치를
안다면 바다에 태풍이 분다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바다에 사는 수 많은 생명들을 살리기 위한
자연의 섭리이자 은총이기 때문이다. 우리들 삶도 마찬가지다. 삶에 변화가 없고 순탄 하기만 하다면 발전이 없고 생명력을
잃어간다. 때로는 절망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파하면서 어려움을 참고 이겨낼 때,
한 단계 더 성숙해지고 한 단계 더 진화 하게 된다. 눈 앞에 닥친 어려움이 당장은 힘들고 괴롭더라도 이를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될
때, 우리는 모든 고통과 번뇌로부터 자유로운 대장부라 할 것이다.
크라우포드 레이크에 올 때는 꼭 원주민 민속촌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연을 가장 사랑했고, 자연의 일부로서 살아갔던 그들, 그랬기에 자연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져간 그들, 그들은
무슨 연유로 어디로 사라져 갔을까?
이곳 민속촌은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 이곳에서 옥수수를 경작하며 살았던 원주민들의
삶의 터전 위에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그곳에
가서 그들이 사용했던 일상도구나 그릇 들을 보면 무척 낯이 익음에 놀라게 된다. 나무절구통은 얼마 전 까지 우리나라
농촌에서 썼던 것과 똑같고, 질그릇은 박물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한시대의 빗살무늬 토기 그대로이다.
600년 전이라면 고려청자에서 이조 백자로 넘어갈 무렵인데
그들은 여전히 아시아 대륙에서 이곳으로 건너 올 당시의
그릇들을 그대로 써온 것이다. 먹을 것을 찾아 떠돌이 생활을 하다가 옥수수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터를 잡고 살았으니 그릇 만드는 법을 발전 시킬 새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와 가장 닮은 사람들, 우리와 같은 피를 가진 사람들, 이 땅의 진짜 주인 이었던 순박한 사람들, 크라우포드 레이크에 와서 푸르게 잔잔한 호수를 바라볼 때면 그들을 생각해야 한다.
돌아가는 길은 민속촌 아래에 있는 셀터 밑에서
왼쪽 숲으로 들어가는 사이드 트레일을 택했다.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이 길은 600년 전 그들이 걸었던 그 길인 것이다. 그 길은 지난 겨울 레틀스네이크(Rattle Snake)를 가면서 잠시 쉬었던 전망대를 지나고
절벽 가장자리를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오솔길이다. 봄이면 취나물이 지천으로 돋아나고, 늦가을 서리가 내리면 소나무 밭에 버섯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그들도 이 길에서 봄이면 취나물을 따고 가을이면
버섯을 땄을 것이다.
산행이 끝나고 인근에 있는 천지농장에서 B.B.Q 파티를 즐겼다. 전망 좋고 바람 시원한 백송나무 그늘 아래서, 농장에서 갓 따온 싱싱한 야채와 함께 먹는 B.B.Q 맛은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참석인원 : 정 창균외 11명(김 영욱 산우 동문, 차
희철 부부 포함)
기 록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