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분양권 전면 허용, 부동산 사무실 '우후죽순'…중개소 1곳당 월 5.3건 거래
대학 졸업을 한 해 앞두고 휴학을 결정한 2003년으로 기억한다. 도서관을 가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취업준비생)' 일색이었지만 그 중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공부하는 대학생도 흔히 목격됐다. 2003년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생은 1985년 시험이 생긴 이후 사상 최고인 26만 명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활황기를 맞으면서 부동산은 부를 축적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등장했다. 공인중개사 시험 열풍이 불었다. 퇴직을 앞둔 사람들, 직장이 불안한 사람들, 취업이 안 되는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으며 공인중개사 학원은 호황을 맞았다. 특히 1999년 시행된 제10회 공인중개사 시험부터 매년 1만 명 이상의 합격자가 시장에 배출됐다. 이는 곧장 부동산 사무소 과잉으로 이어졌고 결국 과당 경쟁으로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현재 전국의 공인중개사 사무소는 8만 400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중 3분의 1이 1년 이내에 폐업하고 다시 그 자리를 새로운 공인중개사들이 채우는 현실이다. 경남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5149개다. 도내 중개업계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부동산 시장 터닝포인트'1999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설명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 활황기는 1997년 IMF(외환위기) 시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분양권 전매 허용을 시작한 데서 출발한다. 분양권 전매란 주택을 분양받은 사람이 그 지위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줘 입주자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 주택청약통장 가입자에게 우선 공급한 분양아파트의 입주권을 '분양권' 또는 '당첨권'이라고 하는데 아파트 입주 전, 실제 물건이 아닌 권리형태로 제3자에게 되파는 것이다. 전매는 법정용어가 아니라 입주자로 선정된 지위 명의 변경에 해당한다. 1999년 3월, 주택건설촉진법 개정으로 분양권 매매가 전면 허용됐다. 분양권 전매가 허용되면서 그야말로 중개업자들이 호황기를 맞이하게 된다. 그해 제10회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13만 118명이 응시해 제1회 시험 이후 처음으로 1만 명(1만 4779명)이 넘는 공인중개사가 시장에 쏟아졌다. 부동산 사무실도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이후 공인중개사 합격자는 2005년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2001년 1만 5080명, 2002년 1만 8706명, 2003년 2만 8000명이 합격했다. 2004년 제15회 공인중개사 시험은 난이도 문제로 합격률 0.75%인 1258명만이 합격하자 수험생들의 강력한 항의로 국가고시 사상 시험을 두 번 치르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 결과 제15회 합격자는 3만 명을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 활황은 아파트 가격 폭등으로 나타나 전국을 투기장으로 만드는 과잉현상을 보이자 참여정부가 다시 부동산 시장 정책을 규제강화로 돌렸다. 이로 나타난 부동산 침체는 곧 거래량 축소로 이어졌다. 부동산 거래 빈도가 줄어들수록 과당경쟁 체제에 있는 공인중개사무소 수입은 자연히 줄게 됐다. 1999년부터 공인중개사 과다 배출, 부동산 가격 폭등에 따른 과당경쟁, 중개 과정 부동산 거래사고 증가로 중개업계의 신뢰도는 크게 실추됐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한 인원이 전국 30여만 명이 돼 사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정확한 업무 파악, 직업윤리 교육과 부동산 거래사고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다 올해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중개보수 인하를 추진하면서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국토부 안은 매매·전세 중개보수 역전현상을 없애고자 매매 6억~9억 원 미만은 0.5% 이하(기존 0.9% 협의)로, 임대차 6억 원 미만은 0.4% 이하(기존 0.8% 협의)의 요율을 제시하고 있다. 중개업계는 국토부의 일방적인 중개보수 인하에 반발하고 있다.
◇도내 부동산 중개업 종사자는 1만여 명 경남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5149개다. 2006년 3650개 이후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 500여 개 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 중개사무소는 공인중개사 혼자 중개업을 운영하기 어려워서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소속공인중개사 또는 공인중개사 자격이 없는 중개보조원을 고용한 형태다. 도내 중개업 종사자는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공인중개사 사무실은 창원시가 1743개소로 가장 많다. 의창구 542개, 성산구 442개, 마산회원구 261개, 진해구 259개, 마산합포구 239개 순이다. 다음으로 아파트 거래가 많은 김해시가 1041개로 많다. 양산 632개, 진주 547개, 거제 304개로 창원시 뒤를 잇고 있다. 도내 군 지역은 개업 공인중개사가 남자가 월등히 많지만 큰 도시지역으로 갈수록 여성비율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창녕군은 총 76개 공인중개사 사무실 중에 남자 소장이 63명, 고성은 59개소 중 남자 소장이 49명, 하동·남해지역은 87개소 중 70개 소장이 남자다. 하지만 창원시 의창구는 542개소 중 남자 소장은 297개소, 여자 소장은 245개 소로 비슷하다. 김해도 남녀 소장이 541명 대 500명이다. 양산시는 도내에서 유일하게 여자 소장이 많다. 양산 632개소 중 남자 소장은 297명, 여자 소장은 335명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김종섭 경남지부장은 "주택 거래가 많은 시지역은 집에 관한 의사결정권은 여자들이 주로 가지고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친절하고 꼼꼼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여성 중개사를 선호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여성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13년 도내 주택거래량은 9만 4553건(매매 6만 2317건), 토지 거래량은 21만 2660건으로 2013년 중개사업소 4613개 중 1개소당 연 66건의 중개업무를 본 셈이다. 이는 월 5.5건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로 거래가 다소 늘어난 2014년 11월 기준 도내 주택거래량은 10만 7433건(매매 6만 5497건), 토지거래량은 22만 3232건으로 중개사업소 1곳당 64건 중개업무를, 월 5.3건을 맡은 셈이다. 이는 평균일 뿐 지역별, 중개사업소별로 편차는 크다. |
출처: 땅투모의모임 원문보기 글쓴이: 반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