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과태료 ‘수술’ 시급 ⑤유난히 높은 상한 금액
유사한 위반으로 부과할 때도 공동주택관리법이 더 많아
매년 800곳 20억대 추정, 대구 서구 건당1333만원 최다
“상한선 낮춰야” “유형 세분화・감액기준 구체화 모색해야”
전국 111개 지자체가 2021~2022년 2년간 의무관리 공동주택에 법령 위반을 이유로 부과한 과태료는 815건, 22억816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과태료 1건당 평균 271만 원으로 이를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부담하는 경우 380만 원으로 알려진 한 달 월급의 약 70%를 잃게 되는 셈이다.
“과태료 폭탄 이 정도일 줄 몰랐다”
아파트 과태료 통계는 한국아파트신문이 전국 111개 시군구의 지난 2년간 공동주택에 부과한 과태료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본보가 전국 228개 지자체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의무관리 아파트가 많은 경기 용인시, 수원시를 포함해 117곳은 활용 가능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자료는 과태료의 이유가 된 법령 위반 행위 내용은 감안하지 않고 과태료 금액만 비교 분석한 것이다.
지자체 중 대구 서구는 2년간 3건 총 4000만 원, 건당 1333만 원의 과태료를 관내 아파트에 부과해 분석대상 지자체 중 가장 큰 금액의 과태료를 때렸다. 대구 서구가 부과한 과태료는 하자보수보증금 용도 외 사용으로 2000만 원, 장기수선계획 규정 위반과 사업자 선정지침 위반으로 각각 1000만 원이다.
과태료 건당 평균 금액이 높은 이유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공동주택 감사를 진행하더라도 경미한 사항은 행정지도로 처리하고 심각한 위반행위에만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어 평균 과태료 금액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입주민 민원에 의해 감사를 진행했음에도 실제 부과한 과태료 건수가 적다는 점을 참고해주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서울 구로구, 부산 사하구, 전남 나주시가 1000만 원짜리 과태료를 1건씩 부과했다.
■ 2021~2022년 지자체별 공동주택 과태료
※본보 정보공개 청구에 따라 지자체가 제공한 자료 분석 결과.
반면 제주도 제주시(50만 원), 서울 강동구(49만 원), 부산 서구(20만 원), 경기 의정부시(19만 원) 등은 평균 50만 원 이하로 비교적 적었다. 아파트 단지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 가평군, 충남 당진시 등 3곳, 전북 김제시 등 3곳, 전남 목포시, 경북 안동시 등 6곳, 경남 사천시 등 3곳 등 모두 17개 지자체는 2년간 과태료를 전혀 부과하지 않았다.
지자체별로 2022년 기준으로 의무단지가 106곳인 서울 강동구는 유난히 많은 113건의 과태료를 때렸다. 단지마다 2년에 한 번꼴로 과태료를 맞은 셈이다. 이어 부산 남구(43건) 경기 시흥시(37건)와 의정부시(32건)가 많은 편이었다.
광역시도별 평균 과태료는 대구(517만 원)와 충남(500만 원), 전남(475만 원), 부산(423만 원), 경기(305만 원)가 특히 많았다. 과태료 건수는 아파트가 많은 서울과 경기가 특히 많았다.
과태료 자료를 보면 전국 의무관리 1만8000여 단지 중 매년 800여 개 단지가 20억 원대의 과태료를 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현장 소장들은 “그야말로 억 소리가 절로 난다”고 말했다. 충남 모 아파트 A소장은 “과태료 폭탄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과태료 때문에 관리현장을 떠나는 동료들이 이해된다”고 토로했다.
집합건물법 최고액은 500만원
과태료 액수에 숨겨진 특이점 중 하나는 아파트 과태료가 특히 비싸다는 점이다. 집합건물법, 감정평가법, 공인중개사법 등 부동산 관련 다른 법령에 의한 과태료는 최고액이 500만 원이다. 반면에 공동주택관리법을 위반할 경우 받게 되는 과태료는 최저 500만 원에서 최고 2000만 원이다.
유사한 사유로 과태료를 부과할 때도 공동주택관리법의 과태료는 더 무겁다. 지자체의 보고나 자료 제출 등 명령을 위반했을 때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개정 집합건물법에 따른 과태료는 300만 원 이하인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과태료는 1000만 원 이하로 훨씬 세다. 관리비 장부 및 증빙서류 작성·보관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도 집합건물법상 과태료는 200만 원 이하인데 공동주택관리법상 과태료는 500만 원 이하다. 자격 취득 후 법정 교육을 미이수 시 공인중개사 과태료는 기준일로부터 교육 미이수 기간에 따라 20만~100만 원이지만 주택관리사 과태료는 최고 150만 원이다.
경남 B소장은 “왜 공동주택관리법만 과태료 상한액이 높은지 모르겠다”면서 “아파트가 만만한가 싶다”고 말했다. 서울의 C소장은 “300만 원을 간신히 넘는 월급으로 입주민 민원에 시달리는 것도 힘든데 지자체가 툭하면 수백만 원짜리 과태료를 때려대니 못 버티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공동주택관리법의 과태료가 유난히 강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안아림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법의 과태료 최고 금액도 공동주택관리법과 같은 2000만 원인 것을 보면 과거 주택법에 공동주택 관리 규정을 담을 때 과태료 기준을 그대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영두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관리 비리가 발생할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공동주택관리법을 공법의 영역으로 인식해 과태료 기준을 높게 설정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관련해 서금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장은 “다른 법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공동주택관리법상의 과태료 상한선을 현재의 3분의 1 정도로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택법처럼 과태료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토대로 종합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법의 경우 지방세외수입 통계 연감에서 과태료 총액을 확인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공동주택관리법의 과태료 유형을 세분화하고 감액 기준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다만 “법의 제·개정 역사를 외면하고 과태료 상한선을 낮추면 관리 비리를 우려하는 입주민들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