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4일 오전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 브리핑실에서 잼버리 진행 현황과 폭염·의료 문제 등에 대한 조치현황 및 계획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여가부 제공© 경향신문 전북 새만금 세계잼버리대회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예비비 69억원을 편성하고 폭염·의료 대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정부는 예산을 추가 확보한 만큼 오는 12일 폐영까지 행사를 강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매몰 비용과 함께 대회 중단 시 ‘준비 부족에 따른 국제적 망신’이라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잼버리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4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폭염에 따른 온열환자 발생을 예방할 수 있도록 관련 대책을 추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0시 기준 대회 참가인원은 총 155개국, 3만9304명이다. 이 장관은 “전날 내원자 수는 총 1486명이며 이 중 ‘벌레물림’이 383명으로 약 26.1%를 차지하고 피부발진이 250명(17.1%), 온열 증상자가 138명(9.4%)”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군(軍)의 협조를 받아 그늘막을 추가 설치하고, 냉수를 탑재한 냉장냉동차 10대와 냉동생수(1인당 1일 5병)를 보급한다. 참가자 전원에게 쿨링 마스크, 모자, 자외선차단제, 아이스팩 및 얼음, 염분알약(64만5000정) 등 개인용 폭염대비 물품도 지급한다. 냉방시설·침상을 갖춘 휴식용 버스 5대, 에어컨을 가동하는 쿨링 버스 130대도 배치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날 의사 23명, 5일 의사 14명을 추가 배치해 의료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잼버리클리닉이 폭염 대피소로 역할을 하도록 냉방기 11대 및 발전기 10대를 추가 설치했다.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의 경우 기상상황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김 장관은 “이번 세계잼버리 행사에 대해 여러 대사관 측에서도 우려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려사항에 대해서는 말씀드린 것처럼 조치했거나 계속 조치 예정이고, 주한외교단과는 외교부와 협력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선 정부가 대회 중단이나 축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엇보다 잼버리 진행 여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대회기간을 축소할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 검토하라”며 “6년의 준비, 막대한 예산 투입 등 고민스러운 부분이 있겠지만 청소년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녹색연합 등 시민단체가 지난 3일 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조직위원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전북녹색연합 제공© 경향신문 가톨릭기후행동, 금속노조 전북지부,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전북녹색연합 등은 지난 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참가자들의 정신력을 운운하며 극한의 폭염 속에 잼버리 대회를 강행하는 것은 무모하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밝혔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도 같은 날 잼버리대회 중단을 요청했다. 의사회는 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갯벌을 매립해 조성한 대회 장소와 날씨 조건은 청소년 건강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온열질환은 오심, 구토 등 증상뿐 아니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의학적 문제”라고 밝혔다. 정부는 대회 중단이나 기간 축소 등을 고려하진 않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기자와 통화하면서 “대한민국 이름을 걸고 하는 행사”라며 “여러 가지 제기되는 문제를 개선하면서 행사를 차질 없이 안전하게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관영 전북지사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대회 중단 혹은 장소 변경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며 “불만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대회 중단을 검토하지 않는 것은 중단 시 준비 미흡으로 국제행사를 끝까지 치러내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단 결정은 잼버리대회를 주최하는 세계스카우트연맹과도 협의해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매몰 비용, 정무적 부담 등을 고려하지 말고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 대회를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