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사 현웅 스님이 전하는 간화선 이야기
▲ ‘번뇌를 끊는 이야기’
중국 선종의 초조 달마로부터 본격적으로 전승된 선 수행은
육조 혜능을 거치면서 부처님 가르침에 바로 들어가는 공부법으로 각인됐다.
이후 임제 의현이라는 걸출한 선지식이 등장하면서
수많은 일화와 함께 선 수행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수행자들에게 이입됐다.
그리고 그 임제의 선풍을 이은 간화선이 이 땅에 전해진 이래
오늘날까지 선 수행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출·재가를 막론하고 선(禪) 수행에 입문하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쉽지 않다” “어렵다”며 여의치 않음을 호소하고 있다.
때문에 간화선과 관련해 대중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글이 적지 않게 선보이고 있음에도
여전히 간화선은 어렵고 버거운 수행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출가 후 50여 년 동안 선 수행에 전념해온
육조사 현웅 스님이 자신이 얻은 공부결과를 한 권 책으로 엮어
이정표로 제시했다. 스님은 먼저
“좌선을 하려고 앉아 있는 동안 선을 하려고 든다.
그러나 하려는 그 생각이 곧 공부를 장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이 공부는 성품을 안 믿고 시작하는 데서
더 어려워진다. 부처의 성품은 내가 공부 안 하고 있을 때도 내 안에 있다.
이 믿음 하나가 귀하다”고 선 공부의 전제 조건으로 믿음을 강조했다.
불교를 알기 전에 믿음을 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부처이고, 내 마음이 부처라는 믿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이 경전 저 경전, 이 선사의 말 저 선사의 말,
이 화두 저 화두 따라다니며 가져다가 내뱉는 말과 글은
불교가 아니고 죽어 있는 공부”라고 단언한다.
때문에 “불교는 마음을 보는 공부다. 마음을 믿는 공부다.
자기를 믿고 스승을 믿고 부처를 믿는 공부다.
모두 하나로 통해 있음을 믿고 깨닫는 공부”라며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우리들의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것은
큰 허물을 고치지 못해서가 아니라, 성격이나 습관이 잘못되어
나온 작은 약점을 고치지 못한데서 온다.
자신의 약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인정하자마자
나는 곧 편안해 진다”며 스스로 편안해 지는 방법이
자기의 모순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음을 일러준다.
‘번뇌를 끊는 이야기: 간화선의 길’은
이처럼 현웅 스님이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으로
수행의 목적이 무엇이고, 수행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깨달음이 무엇이고, 왜 간화선을 해야 하는지 등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다.
심정섭 전문위원
2018년 3월 21일
법보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