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본래 모습 그대로인 금단의 땅 '양구 두타연'
여기 길이 하나 있다. 문명 세상의 발길에 차이지 않은 은밀한 길이. 6·25전쟁으로 1953년 7월 27일 미국·중국·소련에 의해 155마일 휴전선이 그어지고, 1954년 2월에는 미 육군 사령관 직권으로 비무장지대 바깥으로 민간인 통제구역(민통선)이 정해지면서 사람들의 발길을 불허한 금단의 땅이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원시의 풍경 속을 천천히 걸으며 가을을 만끽한다. 세상 모든 길이 도시화 깃발에 점령당하고 있는 지금, 민통선 안에 둥지를 틀고 있는 두타연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인위적인 기교가 더해지지 않은 태초의 자연. 그것이 바로 두타연이 지닌 최대 매력이다.
▲단풍이 곱게 물든 두타연 전경
민통선 안 천혜의 자연, 두타연
자연이 빚어낸 보물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강원도 양구, 보물의 이름은 두타연이다. 보물이 품고 있는 가치는 한국전쟁 후 60여 년 동안 인간의 손때를 타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이다. 오랜 시간 여행자의 발길을 거부해오다가 평화의 댐이 완공되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자 두타연도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고, 지난 2004년 자연생태관광 코스로 개방되었다.
탐방은 두타연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다.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이 바위 사이를 헤집고 떨어지며 형성된 높이 10m의 폭포와 폭포 아래 너른 소를 일컫는다. 바위 뒤에서 수줍게 낙하하는 폭포도 아름답지만, 수심이 최대 12m나 되는 수정같이 맑은 소에 비친 파란 가을 하늘과 붉은 단풍이 장관을 이룬다. 폭포 주위를 병풍처럼 에워싼 암석도 두타연의 풍치를 더한다.
두타연 입구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바위 사이를 헤치고 떨어지는 두타연 물줄기 | 출처: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반도 모양으로 흐르는 물줄기
6·25전쟁의 상흔은 남북 분단, 이산가족 등 슬픈 역사로 우리 가슴 속에 남아 있지만, 전쟁이 남긴 철조망과 지뢰밭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주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담쟁이는 누가 키우지 않아도 절로 무성하고, 철쭉꽃은 외딴 동굴 가에서 더 아름답게 피어난다고 하더니 두타연을 보고서야 이해하게 된다. 세속과 격리되어 지내온 60여 년. 외로웠을 법도 한데 두타연은 본래 모습 그대로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폭포 위 바위에는 두타연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 오르면 휘몰아치며 떨어지는 물줄기를 발아래에 두고 볼 수 있다. 밑에서 바라보는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물살이 살아 움직이듯 힘차게 흐르고, 소 뒤로 길게 펼쳐진 계곡미도 뛰어나다.
전망대에서 놓치지 말고 찾아봐야 할 게 있다. 한반도 지형으로 파인 암반 위를 흐르는 계곡물이다. 민통선 안의 한반도 지형이라니 느낌이 새롭다. 수량이 적을 때는 잔잔히 흐르는 모양새가 조용한 아침의 나라를 상징하는 것 같고, 수량이 많아 힘차게 흘러내릴 때는 세계를 향해 용틀임하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다.
두타연 위로 두타사 터가 있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철조망 뒤 우거진 수풀 속에 축대를 포함한 일부가 남아 있지만, 두타연이란 이름이 이 절에서 유래했다고 하니 그냥 지나칠 수 없다.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역삼각형 모양의 빨간 '지뢰' 표지판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낮은 철조망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아도 지뢰 표지판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원시림에 취해 넋을 놓았다가도 금세 위험한 지역에 있음을 자각하고 경각심을 갖게 한다. 수풀 속에 버려진 포탄피와 낮은 고사목에 걸린 녹슨 철모가 전쟁의 비극을 상기시키며 두타연 못지않게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위험을 알리는 지뢰 표지판
계곡 징검다리를 건너는 탐방객
양구에서 소지섭을 만나다, 두타연갤러리
보물섬을 알고 있어도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듯, 양구에서 두타연을 가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두타연이 민간인 출입 통제선 안에 자리한 탓이다. 두타연을 가려면 평일에는 탐방 하루 전 오후 1시, 주말에는 금요일 오후 1시까지 양구군 문화관광 사이트( www.ygtour.kr ) 내 '두타연 관광출입신청'란에 예약해야 한다. 하루 2회,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탐방이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탐방 시각에 맞춰 양구읍 양구명품관에서 신청 확인을 한 뒤 두타연갤러리에 모여서 서약서를 작성하고 입장료(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를 납부하면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각자의 차량으로 이동하게 된다.
문의 : 양구군청 경제관광과 033-480-2251
단풍이 곱게 물든 탐방로
단풍이 곱게 물든 탐방로
두타연 탐방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가 소지섭길 51k 두타연갤러리다. 일명 '소지섭갤러리'로 유명하다. 배우 소지섭은 영화 촬영을 하며 양구군과 인연을 맺었는데, 민통선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강원도 DMZ 일대를 배경으로 2010년 포토에세이집 《소지섭의 길》을 출간하면서 양구군과 깊이 교류하게 되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비경을 고스란히 간직한 양구의 자연이 둘을 단단하게 이어준 것이다. 갤러리는 하얀 외벽의 단층 건물로 매우 심플한 구조다. 전시실은 소지섭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 때 입었던 의상과 스틸 사진으로 소박하게 꾸몄다.
두타연갤러리의 소지섭 사진
▲두타연갤러리 외관
화채 그릇을 닮은 지형, 펀치볼
펀치볼은 양구군 해안면 6개 마을 일대를 부르는 이름이다. 해발 1,000m가 넘는 산들이 타원형처럼 분지를 감싸고 있으며, 마을은 분지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정식 지명은 '해안분지'인데, 6·25전쟁을 취재하던 외국 종군기자가 분지의 모양이 큰 화채 그릇을 닮았다고 해서 '펀치볼(punch bowl)'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이름이 아직까지 불리게 된 것은 전쟁 당시 피의 격전지인 펀치볼 전투 때문이라고 한다. 싸움이 장기화하면서 총알이 떨어지자 남북한 군인들이 맨주먹으로 싸우는 육탄전으로 번졌다. 주먹이 오가는 싸움에서 펀치볼을 연상시킨다 하여 계속 불리던 게 그대로 굳어진 것이다. 차별 침식 혹은 운석 충돌로 생겨난 펀치볼의 독특한 지형을 한눈에 보기 위해서는 해안면 북쪽에 자리한 을지전망대에 오르면 된다.
출처:(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한국관광공사)
2025-03-18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