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에서 보석 찾기
『한 줄도 좋다-만화책』 김상혁 시인, 테오리아, 2019
민금순
「만화는 사랑하고 만화는 정의롭고」라는 부제목이 달린 에세이다. 문창과 교수며 시인인 김상혁 작가가 만화책의 감명 깊은 한 구절을 발췌하여 소감과 함께 줄거리에서 느낀 점을 기록한 책이다. 두세 장 정도의 짤막은 글들로 구성이 되어 있고, 어느 부분이든 마음대로 펴고 읽어도 읽기에 지장을 주지 않게 편집이 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고, 두껍지 않아서 소지하고 여행을 하거나 차 안에서 짬짬이 읽기에도 좋았다.
깔끔하고 명쾌한 해설과 간결한 줄거리 요약으로 그 책을 직접 읽지 않아도 내용을 이해하고 명문장이 만들어진 배경을 알 수 있다. 작가의 솔직한 소감과 체험도 함께 적혀 있어서 책을 읽는 동안 정신이 맑아지고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내용과 연결하여 끌어온 추억이나 영화, 책의 이야기까지 덤으로 이야기되고 있어서 여러 가지 얻어 갈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보면 좋겠다.
초등학생 때 만화책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푹 빠져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주로 순정만화들이었는데 들장미 소녀 캔디, 빨간 머리 앤, 베르사유의 장미 등이었는데 가끔, 오빠나 남동생이 읽는 무협 만화들에 매료되어 열심히 읽기도 했다. 수호지, 삼국지 등도 글로 된 책도 읽었지만, 만화로 된 책도 읽었던 생각이 난다. 만화책은 그림과 함께 읽는 책이라서 이해도 잘되고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기가 어려웠던 생각이 난다.
『한 줄도 좋다』는 시리즈로 테오리아에서 기획한 책으로 그림책, 우리 희곡, SF 영화, 가족 영화, 그 동요, 옛 유행가, 우리 가곡도 있어서 내게는 읽어 주기를 기다리는 책이 더 있다.
빈란드 사가, 비상전, 건슬링거 걸, 슬램덩크, 도련님의 시대, 엔젤전설, 시나리오대로의 사랑, 클레이모어, 사채꾼 우시지마, 소년탐정 김전일, 북두의 권, 4월은 너의 거짓말, 히스토리에, 야스민, 하이큐!!, 일곱 개의 대죄, 원펀맨, 히카리맨, 아즈망가 대황, 충사 등이 다뤄지고 있다. 책의 제목과 작가 간단한 책의 약력? 도 소개되고 있어서 참고할 만하다.
한 줄의 문장을 설명하기 위해 끌어오는 김상혁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풀어놓는 솜씨가 밝고 맑아서 그 부분에 더 매료되어 읽곤 했다. 만화책을 빌려 자전적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가는 글은 군더더기가 없고 간결하게 쓰고 있어서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흡인력이 있다.
「엔젤전설」 편에서 “내 목소리나 행동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거나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을지 자주 염려하는 편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그가 반듯하고 모범적이며 타인에 대한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읽혀서 이 책에도 신뢰가 갔다.
그가 강의 시간에 들었다는 “여러분이 책을 안 읽고 지내면, 자신의 지혜와 안목이 더는 발전하지 않고 멈추어 있으려니 생각하겠지만요, 책을 멀리한 시간만큼 우리의 사고력은 현상 유지도 못 한 채 점점 뒷걸음질 치면서, 퇴화하는 중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라는 말을 빌려 책 읽기나 영상, 타자의 의견 수렴 등을 강조하고 있어서 책 읽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 되었다. 좋은 책을 읽고 마음마저 경쾌해지는 시간은 참 귀하다. 가벼운 책 읽기를 해야 한다면 책 읽기의 시작점에 놓으면 좋을 것 같다.
첫댓글 이렇게 많은 책을 읽고 느낌을 써내는 열정이 감동입니다.
김영랑 시인의 증손자가 쓴 수필집이라니 더 마음이 끌리네요.
더구나 책을 읽는 동안 정신이 맑아지고 즐거움과 재미를 주는 책이라는 설명이나
책을 멀리한 시간만큼 우리의 사고력은 점점 뒷걸음질 치면서, 퇴화하는 중이라니 충격일 수 밖에...
책을 읽고 마음마저 경쾌해지는 참 귀한 시간을 만든 부회장님, 대단합니다.
부럽네요.
한 줄의 명문장에서 자신의 이야기와 사유로 이어지는 글솜씨가 부러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