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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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의 언급이 선정의 가장 큰 요인으로 선정하게 되었고 제목과 표지에서 주는 경쾌함이 요즈음 같은 시기 읽기에도 좋아 보였다. 선정 이후 작가의 『빨치산의 딸』이라는 전작을 보니 작가와 작가 이력에 대한 정보를 대학시절 알고 있던 작가이지 싶다. 요즈음의 트렌드상 이념성을 부각하는 것을 불편해 할 수 있는데 작가가 글의 방향성(스타일)을 잘 정해서 유쾌하게 풀어서 일반적인 독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쉽게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이념이라는 것도 결국 사람에 대한 문제, 사람이 어떻게 해야 더 잘 살수 있나 좋은세상을 만드나에 대한 얘기로, 이념은 큰방향성은 될 수 있지만 세부적인 상황에서 교조적 배타적으로 적응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라고 얘기하고 있다.
과거 거대담론이 이념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요즈음의 젊은이들은 다양한 편견과 차별들이 강한 이념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유쾌하고 재미있게 읽은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가을햇볕
정지아 소설 처음 접했는데 다른 책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정밀하고 서사나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한줄 요약하자면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와 장례식장에서 화해하는 딸’
작가가 몰랐던 작은아버지 떡집언니, 사촌오빠 등 여러 등장인물과 주인공과의 관계는 주인공이 아버지와 화해하게 해주는 매개가 되지 않았나 싶다.
재미있고 사람사는 맛이 나고 좋았다 크게 다가왔던 단어는 아버지가 늘 얘기하던 오죽허먼...
한꾼에...아버지의 우익친구 박선생 하염없이 하염없이.
누구에게는 당연한 것이 누구에는 오죽하먼 또는 하염없이가 되는게 아닐까.. 서로의 입장차를 대변하는건 아닌가 싶다.
p169
어쩌면 이건 어디에나 있을 우리네 아픈 현대사의 비극적 한 장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대단한 것도, 그렇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다. 그저 현대사의 비극이 어떤 지점을 비틀어, 뒤엉킨 사람들의 인연이 총출동한 흔하디흔한 자리일 뿐이다.
이 문장이 이 책에서 우리가 보듬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생각된다.
읽고 좋아 선물하느라 세 번산 책.. ㅎㅎㅎ
아름두리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가져온 게 아닐까 싶은데 과거 우리나라가 해방을 이념의 잣대로 함부로 거론할 수 없었는데 “해방”이라는 단어가 드라마를 통해 해방되어버린 느낌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라는 책이지만 딸도 아버지와 나라와 지역과 관계와 시간에서 해방되는 의미가 있지 않나. 이 책처럼 이념이 아니라도 우리 각자의 입장을 더해 부모와의 관계를 바라보면 강도나 소재의 차이가 있을 뿐 각자의 해방일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많은 등장인물에 비해 인물들을 잘 그룹핑하여 적절히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이해되도록 노련하게 쓰였다. 부모님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작가는 아버지의 장례식들 통해 주변인물들과 교류하면서 과거를 이해하고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해방되는 과정인 거 같은데 나에게도 대입하여 과거의 것을 정리하고 그 시간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작가의 의도가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독자들이 분노나 집착의 관계에서 벗어나 그 관계에서 해방되고 싶은 욕구에서 이 책을 찾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었다...
p175
“지한테 득이 안된다 싶으먼 가차 없이 등을 돌리는 것이 민중이여 민중이 등을 돌린 헥멩은 폴세 틀러묵은 것이제“
늙은 아버지는 알았지만 젊은 아버지는 몰랐다.
여름숲
책은 빨치산 출신의 아버지가 장례식이라는 이벤트를 통해 아버지로, 남편으로, 농민으로서 살아가는 과정을 죽 훑어내주는 담담한 얘기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얘기를 아버지가 만나온 사람들과의 관계들 속에서 아버지를 통해 말해주고 있는 내용이다. 그 관계를 나타내는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어서 소설이 기승전결의 구조라기보단 각 챕터챕터마다, 각챕터에서도 여러번씩 사람을 끌어당기며 끝까지 감동을 주는 긴 텐션을 유지하면서도 힘들지 않게 읽히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아버지가 만나온 사람들이 모두 일관성있게 튼실한 느낌이 있었다. 과정속에서 나타나는 하나하나가 재미있었던 것이 최종적인 화해는 장례식장에서 이뤄지지만 마늘을 훔쳐간 소쿠리장수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던 날의 대화 등을 통해 끊임없이 부모를 비아냥거리면서 인생의 부문부문마다 화해를 해오지 않았나 싶다.
끊임없는 형에 대한 분노와 비난은 정말 사랑했던 형을 자신의 입으로 고발했던 상처였던 작은아버지
최소한의 노동을 위해 새농민이라는 책을 보고 김을 매는 아버지(그마저도 술기운을 빌어)
노동이 힘들고 노동이 무섭다는 빨치산 지인
장에 간 엄마를 마중나가는 아빠와의 추억
에피소드마다 내주변의 상황과 대입해보며 즐겁고 재미있게 읽은책이다.
마지막 베트남 혼혈 여자아이가 산골을 하는 이유는 작가의 대담을 보니 여성이면서 소수자인 미래세대와의 소통을 표현하고자 했다는데 약간 작위적이지 않은가 싶다.- 아름두리님은 이 부분이 요즘 세대를 끌어들이는 내용이지 않겠는가 의견 제시..
p44
소멸을 담담하게 긍정하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었고, 개인의 불멸이 아닌 역사의 진보가 소멸에 맞설 수 있는 인간의 유일한 무기였다.
빨치산들은 내가가진 유일한 무기인 내 목숨 하나를 내놓아 개인이 소멸되더라도 세상을 바꿔나가겠다는 비장함으로 세상을 살아가지 않았나 싶다.
첫댓글 수고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