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낭만주의 작곡가 안톤 스테파노비치 아렌스키(1861 - 1906)는
두 곡의 피아노트리오를 남기고 있습니다.
첼리스트 칼 다비도프를 추모하며 1894년 작곡한 피아노트리오 1번 op.32(d단조)는
3악장 엘레지의 선율 덕분에 아렌스키의 가장 잘 알려진 실내악작품인데 반해,
1번의 작곡 이후 10년이 지난 1905년, 죽기 1년전에 작곡한
피아노트리오 2번 op.73(f단조)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줄창 1번만 듣다가 2번은 어떤가 싶어 끝까지 돌려보기를 여러 차례,
선율도 선율이려니와, 피아노.바이올린.첼로 이렇게 단 3개의 악기만으로도
웅장한 교향악적인 느낌이 가능하다니...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1악장 알레그로는 피아노와 현이 주고받는 힘차고 다정한 대화입니다.
쇼팽의 녹턴형식을 빌어 피아노 솔로로 시작되는 2악장 로망스는
바이올린의 애절함과 피아노.첼로의 힘이, 때론 화음으로 때론 유니즌으로 어우러져
세가지 색깔의 실로 곱게 짠 태피스트리를 연상케 합니다.
물결치는 듯한 피아노의 아르페지오와 스피카토.피치카토가 몰아치는
스케르쪼는 전체적으로 비르투오조 느낌이 강한 가운데
한줄기 시원한 바람처럼 서정적인 첼로의 선율을 즐기는 맛이 있습니다.
주제와 6개의 변주로 이루어진 피날레, 왈츠풍의 다섯번째 변주가 발군입니다.
아렌스키는 림스키 코르샤코프 문하에서 배웠지만
작법의 경향은 스승보다는 차이콥스키에 가깝다고 평가됩니다.
이 음반에 수록된 두 곡의 피아노트리오는 아렌스키의 음악적 원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렌스키 피아노트리오...이 음반 한장으로 충분합니다.
연주 : Borodin Trio
01 - 04 : Piano Trio no.1 d단조 op.32
05 - 08 : Piano Trio no.2 f단조 op.73
* 같은 음반입니다. 표지만 달리해서 두번 발매되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