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스페이스와 가톨릭 선교 현황과 전망에 대하여

▒ [영성논제] 사이버 스페이스와 가톨릭 선교 현황과 전망     I. 머리말   최근 10년 사이에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omputer Mediated Communication)으로 말미암아 사이버 스페이스(예:홈페이지, cafe, blog...)라는 새로운 사회적 공간이 급속하게 팽창되고 있다. "이제 사이버 스페이스는 실험실이나 공상과학소설, 영화에서 그려지는 낯선 공간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공간이 되고 있다."   컴퓨터 통신, 인터넷(Internet)으로 대표되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중요성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수는 2000년 5월 현재 1,534만명으로, 인구 세 명당 한 명 꼴이고, 7세 이하와 고령 인구를 제외하면 거의 두 명당 한 명에 가까운 비율이다. 이 수치는 불과 5년 사이에 42배가 늘어난 규모이고, 이 추세라면 올해 말 2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러한 국내 이용자수 규모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1999년을 기준으로 프랑스를 앞질러 세계 6위이고, 올해 기준으로는 세계 7위 수준이다. 전세계적으로는 1996년에 4천만명, 1999년에 3억명, 이 추세로 갈 경우 2005년에는 10억명이 될 전망이다.   이 수치는 현재 정보통신혁명이 세계의 중심부와 반주변부, 주변부의 상층을 중심으로 불균등하게 진행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5년이나 10년 이내에 세계의 반주변부, 중심부 인구의 대다수가 인터넷을 사용하게 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도 인터넷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용시간, 몰입 정도에 차이가 있어 인구 전체에게 사이버 스페이스가 중심적인 소통공간이 되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미래에 가장 비중이 높은 소통수단과 활동 공간이 되리라는 것만은 현재의 추세로 미루어 볼 때 자명해 보인다.   이처럼 명확해지고 있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비중과 중요성 탓에 종교도 무관심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리스도교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가능성에 가장 빨리 눈을 돌려왔고, 현재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 개신교는 정보통신혁명을 구텐베르크 혁명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하면서, 정보통신혁명의 결과 탄생하게 된 사이버 스페이스를 '새로운 선교의 장'으로 활용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 천주교회도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사이버 스페이스에 진출하고 있다. 한 예를들면 두올이라는 닉네임으로 묵상블로그와 까페 등을 개설하여 선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를 시도해 보고 있다. 예상한대로 매우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음을 확신했다. 물론 두올묵상블로그는 운영자의 깊은 영성으로 방문자들의 마음을 이끄는데 성공한 케이스로 판단되고 있다.   이와같이 이미 현실공간(Off-Line)에서 벌어지고 있던 치열한 경쟁이 가상공간(On-Line)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시도들은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충분한 평가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현실공간의 연장선에서 이해되는 측면이 우세하다. 또한 선교의 여러 차원들을 고려하지 않고 활용의 측면에서만 진행되는 양상이다. 추측하건데 이런 경우라면 가능성을 한계로 만들 가능성이 높다.   다른 종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가 보이는 태도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현재의 방법을 재고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본고는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선교관과 그에 따른 전개상황, 그리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가톨릭 선교방향을 찾아봄으로써 교회의 선교방향 모색에 기여하고자 한다.   1. 선교   과거와 달리 선교에는 여러 가지 차원이 포함된다. 단순히 말로써 복음을 전하는 것에서부터 사회구조에 그리스도교 정신을 침투시켜 성화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선교는 인간의 내면은 물론 구조도 포괄한다. 이러한 넓어진 지평에서 바라보면 사이버 스페이스 역시 선교의 영역이고, 단순한 수단을 넘어 미래의 중심적인 선교현장이다. 그러면 사이버 스페이스와 선교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먼저, 선교(missio)는 성서에서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가이 없는 사랑'(디도 3, 4 참조)을 가리킨다. 고대교회 교부들은 삼위일체이신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지는 소통(疏通), 성부와 성자와 성령 사이의 상호인정과 존중 속에서 우러나오는 역동적인 교류를 '미시오'(missio: 파견, 선교, 사명)로 묘사하였다. 중세 스콜라 신학자들은 하느님의 창조 사업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활동으로 이루어진 성육신(incarnatio) 안에 나타나는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베푸심과 사랑을 역시 '미시오'로 불렀다. 이처럼 선교는 본래 세력 확장과는 무관하게, 예수 그리스도처럼, 그분이 파견되신 것처럼, 그분이 선교하셨던 것처럼 그렇게 그리스도인들이 살고, 파견되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서구 그리스도교는 식민지 확장에 편승하여 세력확장에 나섰고, 이로부터 그리스도교는 억압자들의 종교로 평가받기 시작하였고, 선교는 정복과 지배의 수단을 의미하게 되었다. 이러한 서구 그리스도교의 과오로 선교는 본래의 의미와 상관없이 공격적이고, 호전적이며, 정복적인 개념으로 변질되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교회안에 많은 사람을 끌어들여 세례를 주면 그들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양적인 구원관이 본래적 의미의 질적인 구원관을 압도하게 된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1962-65) 이후에는 선교가 복음선포 혹은 복음화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선교 본래 의미의 회복을 도모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리 나라 현실에서는 의미와 관계없이 복음화보다는 세력확장이라는 의미의 선교라는 용어가 선호되고 있다. 복음화는 교회 안에서 세 가지로 나뉘어 사용되고 있는데 상호 불가분리적 차원이며, 본래적 의미의 선교 개념안에 포괄된다. "그것은 새복음화, 재복음화, 그리고 사회복음화이다. 새복음화는 종교 없는 비신자나 타종교 신자에게 복음을 전파해서 가톨릭 신자가 되게 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우리의 경우에 새복음화와 선교는 꼭 같은 의미를 갖는다.…재복음화는 복음을 부족하게 받아 들였거나 받아들였다가 잊어버린 것처럼 냉담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좀더 투철하게 다시 전파하는 것을 의미한다.…사회복음화는 개인과 교회 내부 구조보다는 교회의 외부 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 전체를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사회의 법률과 제도, 관습 중에서 복음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있으면 그것을 복음의 정신에 부합하도록 개혁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Ⅱ. 사이버 스페이스와 선교   교회의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선교적 입장은 사회 홍보(social communication)에 대한 관점에서 유추할 수 있다. 교회는 인터넷을 포함한 전자통신 수단으로 인하여 형성된 사이버 스페이스도 넓은 의미의 사회 홍보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해한다. 모든 기술 특히 정보통신 기술과 매체는 기본적으로 양면성을 갖는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포기하지 않는 듯한 입장이 교회가 보이는 태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교회는 "정보사회의 출현은 진정한 문화혁명"이라고 표현하거나. 사회홍보수단을 "탁월한 인간재능의 산물이며 하느님께서 주신 위대한 선물이고 시대의 참된 징표"로 생각한다. 매체 종사자와 수용자들이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모든 매체는 올바른 기능을 수행하기도 하고, 부정적인 기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 기본 판단이다. 이런 입장에서 사회홍보수단(사이버 스페이스를 포함하여)과 선교의 관계도 쉽게 연역해낼 수 있다.   먼저, 사회 홍보는 아레오파고(Areopago)로써 선교의 장이다. 다른 선교의 장과 달리 사이버 스페이스는 매체와 매체의 연결이고,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나 힘의 논리에 지배당하는 특징이 있다. 또한 긍정 부정 양면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지만, 항상 오용이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성화될 필요는 여기서 비롯한다. 이 성화는 매체 종사자와 수용자의 몫이다. 양식있는 종사자와 수용자의 태도여하에 따라 매체들은 강자의 힘과 그들의 이익의 도구가 되지 않을 수 있고, 분별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매체 자체를 성화하는 것이 첫 번째 의미의 선교이다.   두 번째는, 이 수단을 이용하여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사이버 스페이스에 참여하고, 이 수단을 이용하여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현재 교회가 사회 홍보 수단을 소유하고, URL(Uniform Resource Locator)을 개설하고, 전산망을 구축하는 것이 이 범주에 드는 일이고, 선교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차원이다. 세 번째는,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기술의 분배정의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서의 선교이다. 사회복음화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정보 지배 및 국제 커뮤니케이션 질서의 문제 등에 관여하는 것이다.정의로운 국제 정보질서의 확립, 정보빈자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 정보추구권의 보장 등이 선교의 세 번째 차원이다.   Ⅲ.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선교적 가능성과 한계   사이버 스페이스는 앞서 인터넷 이용인구규모에서 보았던 바와 같이 선교의 장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낙관은 금물이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과 한계 요소 모두를 다 가지고 있다.   1. 가능성   온라인과 옾라인의 연속성을 전제로 한다면 한국 천주교회는 20세 이상의 성인 무종교인 가운데 개종(conversion)의사가 있는 37.4%를 신자로 만들 수 있다. 이 수치는 불교에 뒤지는 것이지만 과거와의 연속성을 전제할 경우 천주교가 성장을 멈출 가능성은 적은 편이다.   그러나 개종에 영향을 주는 변수들이 옾라인에서 갖는 그 종교의 사회적 위신의 영향을 받기에 천주교회의 가능성은 그 범위 안에 있다. 또 하나는 탈제도적 종교성을 띠는 신자들이 온라인 상에서 신앙의 관심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다면 현재 한국 천주교회가 내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아직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천주교회의 문을 드나드는 네티즌들이 옾라인 상에서도 성당에 참여하는지에 대하여는 아직 객관적인 조사결과가 없기 때문에 단정하기 어려우나, 만일 그들이 옾라인에서는 참여하지 않고 온라인에서만 참여하는 것이라면 교회로서는 새로운 기회를 맞는 것이다.   온라인과 옾라인 모두에 참여하는 신자들에게도 교회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이웃 종교인들의 참여이다. 옾라인에서와는 다르게 온라인에서는 방문이 자유롭고, 정보의 습득과 의견 개진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처럼 온라인은 옾라인에서 제약으로 작용하는 면대면 접촉에서 오는 긴장감, 심리적 압박감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어 새복음화와 재복음화의 가능성을 제공한다.   2. 한계   위에서 제시한 가능성은 네티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었다. 그런데 네티즌의 주 사용층은 7-19세와 20대가 65.9%로 가장 높고, 특히 7-19세 연령층은 증가폭도 14.4%로 매우 크게 나타난 저연령층의 이용률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이것은 최근 한국 교회의 당면 문제인 청소년 신자층의 감소와 대조를 이루는 현상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네티즌의 상당수가 개종희망자층에 소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옾라인에서 개종을 희망하는 이들이 대부분 20-40대 여성들임을 감안하면 7-19세 인구와 20대 남성인구는 상대적으로 종교에 소극적이고, 가톨릭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온라인상의 교회는 관심밖의 대상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종교에 무관심하게 커온 이 세대들이 온라인을 지배하게 될 것이므로 온라인 교회는 기성 신자들만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번째로, 온라인 상에서 종교의 점유율은 현실에서의 신자점유율보다 높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온라인 교회는 옾라인과 다르게 상업적인 사이트, 머드(MUD) 게임, 채팅과 대결하여야 한다. URL의 수나 조회수로 본다면 온라인 상에서 종교는 넘쳐나는 오락과 정보를 이길 수 없다. 옾라인 상에서 인구의 7-8%를 차지하는 천주교가 온라인 상에서 같은 점유율을 기록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온라인 상에서 경쟁대상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로 확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미 케이블 텔레비젼 시청율에서와 같이 온라인 상에서도 참담하게 낮은 방문을 기록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 온라인 세계를 가능하게 했던 정보통신 혁명이 갖는 성격에서 비롯된다. 정보통신혁명의 이데올로기는 우리시대를 지배하는 세속주의의 전형이다. 신적인 영역을 미발견의 영역으로 간주하면서 모든 것을 탈신화화하고 탈신비화하는 속성을 띠면서 종교에 대한 관심을 잠식시켜가는 속성을 갖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영역이 확장되면 될수록 과학기술 자체가 갖고 있는 세속주의적 요소는 더 확장될 가능성이 높다.   네 번째로,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옾라인에서 열세인 종교들이 온라인에서 반드시 열세이지만은 않다. 네티즌들의 감수성에 호소할 수 있다면 소수 종교도 온라인 상에서는 다수를 불러모을 수 있기 때문에 옾라인에서의 경쟁보다는 더 버거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처럼 사이버 스페이스는 가능성의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한계와 위험성의 측면도 그 이상으로 갖고 있다.   물론 종교만으로 보면 양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종교들이 온라인에서도 확률적으로 높을 수 있고, 온라인과 옾라인을 모두 이용하는 이들의 경우 기존 종교들이 우세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접속건수(조회수/방문자수)를 기준으로 하면 계속 우위를 지킨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선교의 재복음화 차원에서는 우위로 보일지 모르지만, 새복음화 차원에서는 그와 같이 우위라고 볼 수만은 없다.   Ⅳ.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선교의 세 차원   사이버 스페이스와 선교를 연결시켜 볼 때 선교는 세 가지 차원을 포함하게 된다. 이것은 사회 홍보에 대한 교회의 입장을 유추해볼 때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것이다. 교회는 일찍이 매체 종사자와 수용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매체 자체보다 그에 종사하는 이들의 자세나 태도를 중요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매체의 이용이고, 세 번째는 미디어의 본질과 관련된 구조의 문제도 반드시 고려하여야 할 차원으로 간주하였다. 새로운 문명인 사이버 스페이스가 커뮤니케이션 공간이고, 속성상 미디어이기 때문에 그대로 기존의 원리로부터 유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1. 사이버 스페이스의 성화   사이버 스페이스는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형성된 가상 공간이다. 컴퓨터, 통신, 저장, 송신, 정보기술의 복합체이고, 그 자체로는 중립적으로 보이는 매체이다. 물론 매체는 현대 사회안에서 중립적이지 않고, 중립적일 수도 없다.이에 대하여는 구조적인 접근에서 다루게 될 것이므로, 매체 종사자, 수용자들에 대한 교육에만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사이버 스페이스에 관련된 사람들은 일차적으로 정보제공에 참여하는 이들이고, 다수의 정보 수용자와 생산과 수용을 겸하는 이들이다. 이들은 전지구적으로 확장되어 있는 가상공간에서 삶을 영위해가는 주체들이다. 따라서 사이버 스페이스가 성화되려면 이 주체들이 윤리적인 측면에서 복음화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먼저 "모든 개인은 양도할 수 없는 존엄성과 중요성을 지니며, 결코 집단의 이익에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인간 존엄성의 원리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사회교리의 기본원리가 사이버 스페이스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 다른 한편으로 교회는 직업적으로 사이버 스페이스에 참여하는 주체들에게 "직업에 대한 윤리적 행동 규약을 발전시키고 강화하는데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해야 한다.수용자들에게는 '분별력과 선별력'을 갖추게 하고, 매체의 구조나 운영방식, 내용에 관한 숙지, 책임있는 선택 등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아울러 미디어 소유와 논리, 불공정한 정보질서 등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이러한 기본적인 윤리적 요구들은 일차적으로 사회홍보와 관련된 것이지만, 사이버 스페이스 또한 커뮤니케이션의 연장인 까닭에 충분히 유추가 가능하다. 한국 교회에 국한시켜 보면 이러한 복음화 노력은 매스 미디어에 국한되어 이루어지고 있는데, 점차 영역을 넓혀야 할 것 같다. 미디어 기업과 정보통신 기업의 인수 합병으로 인하여 거대 복합매체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고, 기존 미디어들의 융합이 이루어지면서 사실상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디어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과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하고, 유효하다. 2. 사이버 스페이스의 활용   FM 방송 전파를 확보하기 위해 각 교구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이나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URL을 개설하거나, IP(Information Provider)로 참여하는 모습은 외형상 유사하다. 실익이 있든 없든 다른 종교들이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참여하는 형태인 까닭이다. 사실 FM이든 케이블 텔레비젼이든 종교방송은 미디어 대기업 방송들을 추격하기에는 모든 면에서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종교 미디어들이 신도들을 주(主) 수용자로 하는 종교내 매체로 국한될 수밖에 없었듯이,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사이버 스페이스도 비슷한 운명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1) 참여현황   가장 먼저 사이버 스페이스에 참여한 방식은 컴퓨터 통신을 통해서였다. 월드 와이드 웹(WWW) 환경이 일반화되기 이전까지 동호회 형태로 운영된 것은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 주요 ISP(Information Service Provider)들을 통해서였다.   그러다 웹(Web) 환경이 보편화되면서 교구, 주교회의, 수도회, 개인들의 URL개설이 활발하게 이어졌다. 포털(Portal)에 가까운 URL로는 Goodnews(http://www.catholic.or.kr)와 성바오로 선교네트(http://www.paolo.net)가 있고, 이 사이트에 링크되어 있는 교회관련 사이트는 성바오로 선교네트의 경우 656개이고, 굿 뉴스(Goodnews)의 경우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의 대표적인 검색엔진으로 가톨릭 또는 천주교를 검색할 경우 이 보다 적은 URL이 검색된다.   불교의 경우 현대불교신문이 운영하는 부다피아(http://www.buddhapia.com/site/menu/)에서 제공하는 추천 사이트 목록에서 해외 사이트를 제외하면 150개 이상,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빈도가 낮은 사이트를 포함시킬 경우 2백여개 이상의 국내 사이트가 존재한다. 야후는 15개의 카테고리에 244개를 검색해냈는데, 중복되는 것을 제외하면 2백여개가 조금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개신교의 경우 한국 기독 신학원 대학교 '한국 기독교 웹 디렉토리'(http://www.thine.net)에서는 문화 예술, 교육·학교·기독교 세계관, 건강·병원, 언론출판, 교회·선교단체 등 12개 카테고리에 247개의 등록 사이트 수를 수록하고 있고, 야후 검색엔진에서는 12개 카테고리에 382개의 사이트를 검색해냈다. 개신교의 경우 교단별로 차이가 크고, 교계와는 별도로 운영되는 사이트들이 많기 때문에 실제 국내 사이트는 5백 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대표적인 종교들은 케이블 텔레비젼, FM에서도 동시에 진출하였고, 시청율, 청취율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신자수 규모로 볼 때 큰 차이가 없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교회관련 URL 역시 이 세 종교들을 중심으로 개설되고 있다. 옾라인의 우위가 온라인에서도 양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2) 컨텐트(content)   URL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문자수·방문 사이트에 머무는 시간·개별 컨텐트에 대한 조회수·이러한 수용행위와 옾라인에서 개종과의 상관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는 방문자수가 기준이 되는데, 24시간 이내에 1회를 방문하는 네티즌들도 있지만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네티즌들도 있어 방문자 카운트는 절대적인 지표가 되기 어렵다. 다른 지표들도 방문자수 만큼이나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외부의 평가는 이르고, 스스로 자평하는 것도 객관적이지 못하다. 컨텐트를 결정하는 것은 질 좋은 정보에 달려 있다. 그리고 인터액티브 환경에서 상호 피드백의 속도와 성실성도 중요한 요소이다. 교회를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사이트들은 천주교 일반에 대한 정보와 교리의 상식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URL의 경우 천주교 관련상식을 개인적인 수준에서 가공하여 제공하는 경우, 학자 및 교수들이 자신의 논문이나 관련 저술을 제공하는 경우, 신앙과 관련없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신상정보를 제공하는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고, 단체만큼 주목을 받기가 어렵다. 단체들은 그 단체의 활동내용을 소개하는 정보가 대부분이다. 역시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것이다보니 정보의 양과 다양성이 부족하다. 수도회들은 일차적인 목적이 성소자를 확보하는 것이고, 적어도 수도생활에 대한 호의를 갖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도생활에 관련된 정보, 수도회에 대한 정보를 주로 싣고 있다. 역시 교회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다. 컨텐트의 양으로만 보면 천주교회는 한국 종교가운데 가장 풍부하다. 그러나 동일한 정보의 분산관리, 정보생산능력의 분산, 고급 정보생산에 대한 신규 투자부족 등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떻든 디지털화된 정보는 우리나라 종교의 경우, 양속의 질이다. 컨텐트가 부실한 사이트를 제외한다 하더라도 이미 양적인 우세에 있는 종교들의 컨텐트가 양도 더 많고 질도 더 높은 것이 현실인 까닭이다. 컨텐트의 우수성은 결국 디지털화된 정보의 양과 가공 수준이 결정하는 것이기에, 현실공간에서 인적 물적 자원의 규모가 우위에 있는 종교들이 유리하게 마련이다.   3. 구조의 복음화   인간은 거의가 자신이 알고 싶은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자신이 필요할 때 자신의 목소리를 대중들에게 알릴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 이른바 커뮤니케이션의 기본권이라 할 수 있는 알 권리와 알릴 권리를 누구나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훈령 『일치와 발전』은 커뮤니케이트권을 정보권으로 정의하고 있다(35항). 우선 알 권리에 대하여 살펴보면, 알 권리는 원칙적으로 보편적 접근, 최대 접근의 원리에 따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이다. 물론 알 권리가 모든 영역에 무한정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① 개인과 사회의 명예를 보호할 권리, ② 개인과 가정의 사생활을 보호할 권리, ③ 직업과 공식이 요구하는 기밀 보장의 권리와 같이 자신의 권리를 제약해야 하는 조건들도 있다. 그래서 진정한 권리는 이런 타인 또는 공동선의 요구가 있는 정보들에 대한 존중을 전제로 한다. 다음으로 알릴 자유 곧 알릴 권리가 있다. 훈령『일치와 발전』은 "알 권리와 알릴 권리는 직결되어 있다. 사회 생활은 개인과 집단끼리의 계속적 교류와 대화로 영위된다. 이런 교류와 대화는 상호 이해와 협력을 위해 불가결의 조건이다.   이 대화가 홍보 수단에 의하게 될 때 차원이 달라진다. 방대한 수의 사람들이 공동 사회의 생활과 발전에 참여하기 때문이다.…사람들이 정보를 교환하며 자기 의견을 발표함으로써 타고난 권리를 행사하며 동시에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셈"(44-45항)이라고 하여 알릴 권리를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선언한다.   다른 하나는 정보정의의 문제이다. 훈령『일치와 발전』은 "홍보 수단은 이미 현대 문화의 일부요 명백한 표현으로서 인류 대부분에 예술적 문화적 혜택을 주고 있으며 미구에 전 인류에게 같은 혜택을 줄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사회 발전의 요소요 경제적 내지 사회적 불공평의 제거"(49항)라고 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불공평의 제거가 홍보 수단이 기여해야 할 바라고 지적한다.   이를 정보정의로 정의하면, 이러한 정보정의는 비단 한 국가나 집단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관계에도 적용된다. 국제 정보 질서에서도 정보정의가 요청되는 것이다. 사이버 스페이스도 기존 국제 정보질서와 마찬가지로 정보격차의 사회구조적 메커니즘이 문제가 된다. 이른바 구조적 메커니즘은 대체로 정치·경제·군사·과학기술·문화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중심과 이에 종속된 주변간 정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 때문에 형성된다.   먼저, 기술력과 자본력이 중심부에 몰리는 편포(遍布) 현상이다. 기술력과 자본력의 편포는 정보폭발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정보 유통이 국가·지역·조직·계층 간의 차이를 초월하여 균형적·균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각 단위의 기술력·자본력 또는 지불능력에 따라 심한 편포를 보이는 데서 발생한다.   지식·정보격차는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거나 이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수록, 그리고 사용방법이 복잡하거나 어려울수록 더욱 두드러지며, 아울러 이러한 장애를 억제하기 위한 전략이 확실히 수반되지 않을 경우에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인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매체의 다양화, 정보 생산 및 유통량의 폭발이라는 놀라운 기술발전 이면에 드리워져 있는 불평등한 정보분배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다.   두번째, 인터넷을 통해 흐르는 정보들로 인해서 비롯되는 문화적 동일화(cultural synchronization)의 위험이다. 인터넷의 개방적 속성으로 인해 국민국가의 경계선은 본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위성방송보다 훨씬 많은 양의 정보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통용되는 언어의 80%가 영어이고, 인터넷 호스트수의 성장을 주도하는 나라들이 일부 기존 강대국들이기 때문에, 이 나라들의 영향이 인터넷을 통해서도 광범위하게 확산될 수 있어 문화적 동질화의 위험을 안고 있다.   세 번째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 전달을 주목적으로 하는 초국적 미디어 기업이 인수와 합병을 통해 그 규모를 날로 확장시키고, 영역도 넓혀가고 있는 점이다. 소유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지만, 앞서의 분석처럼 정보의 생산·유통을 이들이 과점하게 되면 부정적인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들 초국적 미디어 기업들은 텔레비젼에 그치지 않고, 라디오·잡지·일간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미디어에 직접 소유, 지배주주 형태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것은 어떤 형태로든 공공 영역이었던 언론과 기타 미디어들을 상업화하여, 궁극에는 사이버 공간 안에서도 공적 영역의 축소를 가져오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전지구적 커뮤니케이션망인 사이버 스페이스에 모든 국가가 평등하게 접근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국가간 정보격차도 중요한 문제이다. 구 국제정보질서에서 나타난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해결전망은 불투명하다. 이러한 불평등은 정보통신 하부구조에서부터, 개인용 통신매체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소유분포 모두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교회의 참여와 해결노력은 새로운 문명에 참여하는 개인과 수단 모두에 은총의 가능성을 제시하여 줄 것이다.   Ⅴ. 분석 및 평가   사이버 스페이스에 대한 세 가지 차원의 선교 영역에서 전개된 교회의 실천은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각 영역에서 나타나는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평가해보자.   1. 부족한 사이버 스페이스의 성화 노력   사이버 스페이스에 참여하는 인간들을 성화하는 임무는 땅 끝까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하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에서 자연스럽게 유추된다. 특히 이 공간 안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개인, 집단이 바른 입장과 태도를 갖게 만드는 것은 교회의 중요한 선교임무에 속한다.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교회의 가치관을 심어주려고 노력하는 바와 같이 사이버 스페이스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에게 인간 존엄성과 공동선의 원칙, 인간성을 고양시키고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추구하면서도 윤리적으로 타락하지 않도록 제 역할을 담당해주는 것도 교회의 임무인 까닭이다.   그러나 아직 이런 시도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중요성을 이해하면서도, 이 공간은 현실과 구별되는 현실의 일부분과 비공식적인 영역으로 바라보는 태도들이 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까닭이다. 현 단계의 인식수준이 그러하기 때문에 사이버 스페이스 자체를 성화하는 노력까지를 선교의 일환으로 바라보고, 이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은 아직 한국 교회의 수준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원인은 역시 우리에게 분석할 수단이 결여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선교를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비롯된다.   2. 사이버 스페이스 활용의 특징과 문제점   교회 URL의 컨텐트와 참여유형 및 방식을 통해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대내적 커뮤니케이션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주 수용자층이 신자들이고, 신자들에 의한, 신자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이다.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자유게시판의 경우 비신자 또는 이웃 종교의 신자들의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여전히 다수는 신자들이다.   이것은 교회가 참여하는 온라인이 선교의 두 번째 차원인 재복음화의 성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한계 요인 가운데 하나가 면대면 접촉과 같은 인간적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인데, 상호작용(inter-action)이 부족하여 새복음화 수단으로 쓰이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일부 정보의 경우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폐쇄적인 성격을 띠는 사이트도 있다. 네티켓이 부족한 사람들과 정보의 부당한 사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기는 하지만 종교 사이트에서 폐쇄적인 성격을 갖는 컨텐트들이 많은 것은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내부 커뮤니케이션이 진정 얼마나 활성화되었는가? 그리고 신도들은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관계를 통해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가? 실제 판단은 어려우나, 그 정도는 높지 않을 것이라고 추정하게 된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사이버 본당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옾라인 보다는 지리적·공간적 경계를 넘어서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해당 교구나 본당에서 제기할 수 없는 문제들도 과감하게 영역을 넓혀서 공개하고, 자신의 욕구도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재복음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개방공간이다보니 교회가 옾라인에서 억압하였던 문제들이 손쉽게 대중적으로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진실 여하를 막론하고 교회내의 모든 정보는 용이하게 확산될 수 있게 되어, 이전 시대와 다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정 사제의 비행이나, 교회의 비리, 교포사목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사례 등 그 동안 가려져 왔고, 옾라인에서 차단되었던 정보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유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가림으로써 유지해왔던 권위들이 온라인 상에서는 유지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측면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가 가져온 부담이라고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정보생산 주체가 다양화되었다. 옾라인에서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종교적 생산을 거의 독점하는데 반해, 온라인 상에서는 평신도들이 더 많은 참여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개설된 사이트 수에서 절반 이상을 평신도 그룹과 개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현실공간에서 표출되기 어려운 종교적 욕구의 발산이라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미래 사이버 공간 내에서 종교의 주도 세력이 이들 평신도 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들이 제공하는 컨텐트는 현실공간의 종교 생산계층의 것을 단순 반복 내지는 낮은 수준의 가공단계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열의는 넘치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순수 종교 정보의 경우엔 성직자들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신학외 전문분야의 경우 이들의 전문성과 권위가 성직자를 능가한다. 종교내의 권위 행사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진할 흐름으로 평가되는 현상이다. 또한 이들이 선교의 주체로 등장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세 번째로, 컨텐트는 대부분이 텍스트 중심이라, 현실공간의 문제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삶을 배제하고, 정리되고 미화된 텍스트로만 제공되는 형태이다보니 옾라인과 연결되었을 때 부적응이 심화될 수 있다. 점차 문자 텍스트 중심에서 오디오 비쥬얼을 포괄하는 텍스트로 옮아가기 때문에 현실성을 띠게될 가능성이 있지만 맥락이 결여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객관적인 데이터의 부족으로 이용자 연령분포를 알 수 없지만 게시판을 통해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보면 20대 이하의 참여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앞서 말한 한계 요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교회의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 옾라인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온라인에서는 더 심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옾라인 교회에서 가장 숫적으로 빈약한 층이 온라인에서는 다수이자 중심계층이 되는 문제에 대하여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삐에르 바뱅 신부의 관심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자 텍스트 위주의 세대들이 옾라인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오디오 비쥬얼 텍스트 위주의 세대들은 온라인의 지배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 스페이스의 주인공인 이들과 만나기에는 아직 내용적으로나 방법론면에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러한 방향으로의 전환은 교회 당국자들의 인식 전환과 아울러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이다.   네 번째로, 컨텐트는 디지털 문법과 해석학적 신학이 결여된 전통의 충실한 전달과 교리의 정통적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은 기존 신자들에게는 의미가 있으나 새복음화에는 어울리지 않는 방법이다. 이미 옾라인에서도 교회의 이런 텍스트들은 거부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옾라인에서 천주교의 선교는 문자 텍스트가 아니라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실천해온 삶과 관련이 더 깊다.   예언직의 실천, 사회복지 혜택부여, 재정의 투명성, 양적 규모, 전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 사회적 위신이 중요하였다. 이는 자발적 입교가 가장 많은 종교라는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옾라인에서 새 복음화는 기존에 교회에 가지고 있던 긍정적인 인식이 직접적인 선교수단(거리전도, 직접방문, 직접권유 등)으로 인해 입교로 연결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옾라인의 긍정적인 인식이 방문의 계기가 될 수는 있으나,   다시 옾라인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과정이 전제되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없으면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은 대부분 앞서도 언급한 바이지만 연령이 높은 사람들이다. 문자 텍스트에 익숙하지 않은 20대 미만의 청소년들이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정보를 찾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사 이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얻게된 정보는 신자들도 간신히 이해할 있는 단어와 맥락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이 곤란하다. 결국 해석학적 신학이 전제되지 않은 텍스트를 첨단의 수단으로 전한다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다섯 번째, 교회의 URL은 모두 '와서 보라'(Come and See) 방식이다. 방문자가 직접 온라인 상의 교회 안에 찾아와서 문을 여는 방식이다. 검색엔진에서 가톨릭이나 천주교를 타이프하고, 검색한 사이트를 다시 찾아가는 식이다. 교회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으로 흩어져 육화되는(kenosis) '가서 전하라'(Go and Preach) 방식과 거리가 먼 것이다. 옾라인에서 제발로 찾아오는 신자들을 맞이하듯이, 온라인에서도 제 발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감의 표현인지, 아직까지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성속이원론의 연장(延長)인지 알 수 없으나 이와 같은 방식으로는 온·옾라인 모두에서 성공하기 어려우리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것은 달리 온·옾라인 두 영역이 불가분리적으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옾라인에서 나타나는 교회의 실천양식과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실천양식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므로 옾라인, 온라인 모두에서 교회가 사회에 대하여 취하는 태도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신자들이 사회생활의 전 영역에 흩어져서 평신도 사도직을 통하여 현세질서를 성화해야 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교회의 구성원들은 교회안에 안주하지 않고, 온라인상에서 여론을 형성하고 담론을 형성하는 다양한 영역에 들어가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교회 안에서만 외치는 소리는 바깥에 들리지 않는다. 옾라인에서 교회의 담을 없애는 것이, 온라인에서는 교회의 구성원이 열려 있는 다른 집으로 들어가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다.   이원론적 패러다임은 교회 사이트 대부분이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에 대하여 관심이 없는 데서 잘 드러난다. 예언직 수행과 관련된 내용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례로 옾라인에서는 환경문제, 인권문제, 낙태반대 등에 대하여 교회는 실천을 독려하거나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예언직 수행에 대한 관심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이처럼 교회내부 지향적이고, 인간내면지향 방식으로는 권위를 확보하기 힘들다. 교회 테두리 안에 가두어 두어야만 교회의 성과로 남는다는 편협한 사고방식은 기존 교회구성원들의 이해 수준에 비추어 볼 때 당연한 것이나, 계속 이 상황에 안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여섯번째, 온라인 환경은 기본 의사소통 패러다임이 쌍방향이다. 그러나 교회 또는 대부분의 종교들이 취하는 패러다임은 S→M→C→R(Sender→Message→Channel→Receiver)방식이다. 수용자의 능동적인 피드백이 고려되지 않은 패러다임이다. 이것은 그동안 교회가 복음을 전해온 방식이기도 하였다. 전달자의 삶과 관련없이 구원의 소식만 전하면 복음의 수용여부는 하느님이 결정하는 방식이라는 인식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교회내 커뮤니케이션(intra communication)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 가지 목소리 밖에 없다.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간의 대화도 일방적이다. 한국교회의 경우 보수·사이비 정통주의의 위력이 대단하여, 옾·온라인 모두에서 횡포에 가까운 일방 통행이 지배한다. 일례로 온라인 상에서 제기되는 교회에 대한 비판, 사제들의 비행에 대한 폭로는 네티켓의 기본 수준에 미달하는 언사로 폭력을 당한다. 삭제 압력은 물론이고, 공개장(公開場)의 기본 원칙은 아랑곳없다.   옾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의 일치는 한 목소리로 상징된다는 듯한 분위기가 지배한다. 사이비 신심은 제어하지 못하면서도, 반대의 목소리는 가혹하리만치 철저하게 탄압하는 것이 우리 교회의 취약한 내면을 반영한다. 도전과 비판이 없었던 권위가 공개장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비판에 의하여 도전을 받게 되자, 옾라인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대응을 앞세우는 것이다. 온라인은 옾라인에 비하여 의도하기에 따라 반대자를 제거하기가 더 쉬운 이점이 있다. 이러한 폐쇄적이고, 일방적이며, 비판에 취약한 방식으로는 온라인에서 교회를 게토화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내부 커뮤니케이션에서도 이런 제약이 지배하도록 방치한다면 천주교는 건강성을 상실하고 소통의 동맥경화와 시대착오적인 권위주의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또한 비동시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문제가 있다. 옾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도 항시 문제에 답변할 수 있는 책임자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온라인은 현실공간이 아니라, 여전히 특별한 소통공간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없고, 방문자를 새복음화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의 정신인 개방성을 기초로 국제적인 네트워킹을 통한 지구적 차원으로의 외연확대는 긍정적이다. 물론 링크하고 있는 것이 제도적인 교회의 공식적인 입장에 동조하는 사이트가 지배적이지만 폐쇄적인 한국 교회의 한계와 영역을 확장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다. 점차 교회내의 다양한 목소리가 존재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하며 점차 우리 자신을 열어 세상에 육화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는 다른 경험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아직 활동과 인식의 범위를 지구적 차원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다.   3. 요원한 구조의 복음화   정의로운 정보질서를 추구하고, 정보빈자에 대한 정보교육, 인터넷 교육, 정보접근권, 정보추구권 보장, 매체의 보급이 교회가 사이버 스페이스를 형성하고 있는 유형 무형의 구조들을 븍음화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런 선교적 접근은 아직 시도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바른 판단이다. 이런 제도적인 접근방법의 부재 또는 부족을 논의할 때 항상 거론되는 문제가 교회의 구조적인 한계에 관한 것이다.   한국 교회의 경우 사이버 스페이스의 성화, 활용에서 나타난 성속이원론의 문제, 사이비 보편성에 대한 오도된 신념, 제도적인 교회의 상대성, 순례하는 교회로써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망각이 교회의 선교방식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를 비판하고, 구조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처럼(『백주년』) 한국 교회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별적인 정보질서, 정보추구권, 보편적인 정보접근권을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고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노력은 온·옾라인 모두에서 교회의 공신력을 높이는 방법이 될 것이다.   Ⅵ. 선교방향   사이버 스페이스와 선교는 관련된 사람을 복음화함으로써 그들에게 달려 있는 새로운 소통공간을 복음화하는 차원, 이를 수단으로 하여 복음을 전하는 차원, 사이버 스페이스도 하나의 구조로 보는 세 가지 차원으로 연결이 된다. 이 세 가지가 불가분리적으로 결합될 때 사이버 스페이스는 구원의 공간, 구원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개인적인 차원, 구조적인 차원, 수단의 차원 모두가 선교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의 선교는 "사회적인 모순과 개인적인 어려움이 얽히고 설킨 악순환의 고리를 부수려는 일면 단호하면서도 다른 일면 화해의 자세가 갖추어진 평화감행"을 말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선교는 어떻게 해야할까? 먼저, 현실공간과 사이버 스페이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사이버 스페이스도 현실공간과 같은 동일한 실재로서 다수의 인간들을 그 안에 몰입시키고 유사공동체일 망정 또 하나의 사회를 형성하고 살아가는 곳이며, 현실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인간의 면모들이 드러나는 치유의 공간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사이버 스페이스는 현실공간에서의 권위가 부분적으로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두 공간안에서 교회가 취하는 태도는 일관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사이버 스페이스를 대상으로 하는 선교는 교회 구성원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공간이다. 다수를 이루는 평신도들의 참여가 절실하고, 그들의 분별력 있고 신앙에 기초한 참여는 성화, 수단을 통한 선교, 구조의 변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안에서마저도 교회의 권위를 강조하고, 현실공간의 테두리안에서 바라보려는 태도가 나타난다면 절망적이다.   세 번째로, 활용의 측면에서 보면 궁극의 문제는 양질의 컨텐트이다. 그리고 이 양질의 컨텐트는 디지털 문법과 해석학적인 신학에 따라 나온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있어야 하고, 교회가 자신을 낮춰 사이버 스페이스 안에 육화될 때 가능해진다.   삐에르 바뱅 신부는 "인간의 지적 능력이 만들어낸 기술문명의 놀라운 발전 속에서 교회가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은 스스로 세상을 위한 구원 공동체가 되지 못하고 교회 구성원만을 위한 배타적 구원공동체가 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와 비슷한 논지에서 교회는 교리의 정통적 해석, 전통의 계승에 매달려서 새로운 시대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게토화될 위험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벵 신부는 "나는 우선 큰 종교들이 살아 남기 위해서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믿는다. 우선 말로만이 아니라 실제로 모든 종류의 권력을 포기해야 한다. 두 번째 타인에 대한 연민이 교의보다 더 큰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세 번째, 각 종교는 투신의 장소도 되어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 종교의 확신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말해져서는 안된다"는 폴 리꾀르의 말을 인용한다. 이 말안에 우리 시대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잘 드러나고 있다. 사이버 스페이스는 분명 새로운 문명이다.   그리고 우리 교회가 직면하게 된 신세계이다. 그러나 이 신세계가 새로이 정복해야 할 땅은 아니다. 오히려 교회가 이전 시대와 다르게 정복할 수 없는 땅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온·옾라인 모두에서 교회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씀의 진의를 새겨 알아 들을 때 비로서 선교는 시작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교의 구조를 귀납적으로 구성하여야 한다. 즉 구체적 맥락을 무시하고 이미 준비된 해답을 여하한 상황이든 아랑곳하지 않고 천편일률적으로 배급해 주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그 대신 각각의 인간적 상황에 연관지어서 선교의 틀을 짜야 한다. 선교의 틀은 고정불변의 '절대적' 방식이 아니라, '맥락에 따라' 임시적인 구조이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선교하는 교회는 순례하는 교회이다."   Ⅶ. 결론   사이버 스페이스는 우리에게 새로운 선교의 기회와 장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그 안에는 현실공간의 연속적인 부분과 불연속적인 면이 연결되어 있다. 연속적인 면은 구조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며, 불연속적인 측면은 현실공간에서 발견할 수 없는 새로운 해방의 요소와 새로운 규칙과 질서의 생성이다. 교회의 선교는 이 새롭게 전개되는 문명에 대하여 인간, 구조, 수단이라는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영역은 사이비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그 안에서 호흡하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정보통신기술이 형성한 또 하나의 현실공간이다. 마치 낮과 밤의 관계처럼 우리 삶의 중심이다. 또한 이 공간은 현실공간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생존경쟁의 각축이 벌어질 곳이다. 교회가 선교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사이버 스페이스는 미지의 공간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미 여러 가지 문제들을 나타내 보이면서, 미래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이때 준비를 서두르되 장기적으로 근본부터 접근해간다면 교회는 선교 사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미카엘 수사의 영성강의록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으로서, 기존 그리도교계에서 제작한 다양한 영성 관련 논제들을 일목요연하게 집약, 소개한 내용입니다.(편집 : 심 바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