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갖고 살기를 계획하다.
청각 장애와 연민
“일곱 살 때였어요. 엄마에게 내가 왜 귀머거리냐고 물었지요. 전 그때 이 질문에 대해 ‘충분한’ 답을 찾지 못해 견딜 수가 없었어요. 화도 났고요. 엉엉 울었죠. 엄마가 저를 안아주면서 차분히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내가 뭘 잘못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요. 하느님이 날 그렇게 만드셨고, 그건 무척 특별한 일이라고요. 그때 저는 제가 귀머거리라는 사실에 처음으로, 말 그대로 뼈저리게 절망했어요. 전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죠. 마치 제가 원해서 그렇게 되기라도 했다는 것 같았거든요.”
이제 곧 결혼을 앞둔 스물네 살의 페넬로폐는 청각 장애를 가진 성인들에게 수화와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다. “저는 제가 가르치는 분들을 이끌어도 주고 자신감도 심어주지요.” 그녀의 학생 대다수는 미국 시민권이 없으며 대개 교육을 많이 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페넬로폐가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을 보니 ‘빛의 일꾼’, 즉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성장 역시 돕기 위해 특별한 시련을 선택한 사람의 삶의 청사진이 떠올랐다.
페넬로폐는 아홉 살 때까지 청각 장애인 학교를 다니다가, 그 이후로는 어머니의 권유로 일반 공립 학교를 다녔다.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지지 받는 느낌이 들었지만, 새로 옮긴 학교에서는 수화 통역자가 필요한 일이 많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친구들은 자기가 괜찮은 애라는걸 과시하고도 싶고 수화 배운 걸 써보고도 싶어서 저와 잘 놀고는 했어요. 백인들이 대다수인 학교였는데, 일 년쯤 지난 뒤부터는 인종이 다르다는 문제를 인식하게 되었어요.” 페넬로폐의 말을 들으며 나는 그녀가 왜 흑인 여자에 청각 장애까지 있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로 선택했을까 궁금했다.
고등학교 생활은 중학교보다 휠씬 힘들었다. “저는 청각 장애가 있는 흑인 친구들에게도, 장애가 없는 흑인 친구들에게도 받아들여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페넬로폐는 반 친구들 앞에서 자기가 ‘이상한 목소리’로 말하자 친구들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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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넬로폐에게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의 더 커다란 목적이 무엇인 것 같으냐고 물었다.
“전 제가 외면 받는 이들을 더 잘 이해하려고 귀머거리로 태어났다고 알고 있어요. 서로 반목하는 사람들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고 싶어요. 비청각 장애인과 장애인 사이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떤 종류의 문화적 장벽으로든 가로막힌 사람들 사이를 말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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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시 웰즈와의 세션
인터넷으로 대화를 나눈 며칠 뒤 페넬로폐와 나는 다시 온라인상에서 만났다. 이번에는 페넬로폐의 전생 계획에 대해 알려줄 스테이시도 함께였다.
“나한테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인상들을 말해줄게요.” 스테이시가 친 글자가 떴다. “이런 인상들은 내게 물리적으로 오는 거예요. 내 길잡이 영혼이 말해주는 거지요. 길잡이 영혼은 자기 손에 삶의 책(아카식 레코드)이라고 하는 것을 쥐고 있는데, 그 책에는 이미 살다 갔거나 현재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삶이 기록되어 있어요.
청각 장애는 당신이 바로 직전에 산 삶과 연결되는 것이기도 하고, 또 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한 성장을 이루려는 방편으로 선택한 것이기도 하네요. 귀가 들리지 않기 때문에 내적 경험과 직관, 생각, 심지어 물리적인 증상이나 몸이 주는 반응까지도 휠씬 더 민감하게 알아챌 수 있어요. 그 덕분에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고요.”
스테이시는 전날 밤 꿈에 페넬로폐가 나왔다고 말했다. 누군가와 세션을 시작하기 전 그에 대한 정보를 받는 것은 스테이시로서는 흔한 일이었지만, 이번 것은 꿈의 형태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길잡이 영혼이 말하길, 내가 이미 당신의 파동에 맞추어져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당신에 대한 정보를 받는 데 내가 활짝 열려있다고 하는 군요. 당신의 가장 최근 전생에 대한 꿈을 꿨어요. 그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삶에서 청각 장애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스테이시의 꿈에서는 세 살쯤 된 전생의 페넬로폐가 어머니가 남자 친구에게 심한 욕설을 듣는 장면을 목격하는 모습이 펼쳐졌다. 이러한 언어 폭력은 이후 2~3년 동안 이어졌다. “이 작은 소녀는 감정적으로 아주, 아주 예민했어요.” 스테이시는 그 꿈을 통해 전생에서의 페넬로폐 어머니가 이번 생에서도 다시 같은 어머니로 태어났음을 알았다.
“언어 폭력이 점점 심해지더니 결국 물리적인 폭력으로까지 이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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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살림살이가 내동댕이쳐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이웃 사람이 페넬로폐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안심시키네요. 어머니가 침실로 도망을 가 방문을 잠그고 남자 친구가 못 들어오게 했군요. 그런데 남자한테는 총이 있었어요. 남자가 발로 차서 방문을 열고 어머니에게 총을 여러 발 쏘았어요. 페넬로폐는 총소리를 뚜렷하게 들었고요. 어머니는 피를 흘리며 숨을 거두었지요. 그 남자가 욕실로 가더니 욕조에 기대앉아 우는군요. 페넬로폐와 같이 있던 이웃 사람이 페넬로폐를 집 안에 들여보냈고, 페넬로폐는 경찰과 친척 한 명에게 전화를 했어요. 그때 남자가 자기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어요. 그때 남자가 자기 머리에 총을 쏴 자살했어요. 페넬로폐는 이번에도 선명하게 총소리를 들었지요.
내 꿈은 여기서 끝이 났어요. 페넬로폐의 어머니는 너무나 갑작스럽게 돌아가셨어요. 페넬로폐는 그 생에서 어머니 없이 10년을 더 살았어요. 페넬로폐 역시도 단명했어요. 그 생에서 아마도 서른을 넘기지 않은 것 같아요. 둘은 이번 생에서도 함께 모녀로 지내기로 영혼의 단계에서 약속했어요. [지금 생의] 아버지는 전생에서 어머니를 쏜 그 남자는 아니에요. 그 남자는 이번 생에는 살아있지 않군요.
그 공포, 그날 들었던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지난 생 내내 당신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어요. 그것 때문에 지독한 우울증을 앓았군요. 밤에 자려고 할 때나, 가끔은 낮에도 과거의 기억과 소리들이 계속 당신을 따라다녔어요. 그래서 그 생을 떠날 때 당신은 어떤 방법이 되었든지 그 소리들에서 영원히 자유로워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군요. 지난 생에서 당신은 자살했어요. 이번 생에서 청각 장애인이 되겠다는 결정에 그 일이 아주 크게 작용했군요. 그런 끔찍한 시간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던 거예요.
그런데 페넬로폐, 궁금한 것이 있는데, 지금 내 이야기를 쭉 들으며 기분이 어떤가요? 마음에 와 닿나요? 머리로 이해되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말이에요.”
“그날 꾸셨다는 꿈은. . . ” 페넬로폐가 대화창에 글자를 치기 시작했다. “엄마가 그러는데 저는 잘 때 늘 소리를 지른대요. 사실 좀 웃긴 일이죠. 전 어차피 귀가 안 들리잖아요. 제 옆에서 자는 사람한테만 미안한 일이지요. 거의 날마다 그러는 건 제 잠재 의식 속에 뭔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전에는 이렇게 손이 떨리지는 않았는데. . .”
“손을 자주 떨지요? 아마 그럴 거예요. 길잡이 영혼이 그렇다고 말해주네요. 온전히 치유되기 위해 가야 할 길이 아직 남았어요. 지금까지는 잠재 의식의 차원에서 치유하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었어요. 몸은 그렇게 내면의 감정과 충동을 밖으로 나타내 보여주지요. 신호를 보내는 거예요.”
“약혼한 남자 친구가 저더러 화가 나면 왜 그렇게 난폭하게 변하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이번 생에서 저한테 무슨 트라우마가 생긴 것 아니냐고 묻더군요. 이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걸 알겠어요.”
“지난 생에서 본 바로 그 일 때문에 난폭하고 공격적으로 되는 거예요. 그 일은 아직 당신의 잠재 의식에 선명하게 남아 있거든요.”
나는 스테이시에게 이 일에 대해 더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페넬로폐는 그 (청각 장애) 때문에 온갖 종류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연민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요. 동물과도 마음이 아주 잘 통하고요. 페넬로폐가 동물과의 소통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하는 군요. 나중에는 듣지 못하는 이들을 여러 방면에서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도울 거예요.”
페넬로폐가 글자를 쳤다. “저는 제 정체성(청각 장애인이고, 여자이고, 젊고, 인종적으로 소수자라는 것)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면 그것을 창의적으로 최대한 활용해서 사람들과 제가 아는 것들을 나누고 싶어요.”
“인종적 소수자라. . . 그것 역시 페넬로폐의 선택이었군요. 모든 걸 커다란 연민의 시선으로 볼 수 있도록 말이지요. 아주 여러 가지 면에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어요.”
“맞아요! 전 그 어디에도 속해 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페넬로폐, 지금 이런 이야기 괜찮나요?” 나는 페넬로폐가 혹시 세션을 힘들어하고 있지는 않을지 궁금했다.
“마음이 편안한걸요. 아주 어렸을 적부터 궁금하던 것들이었어요. 인간적으로 공감을 받은 느낌이 드네요. 외로움이 덜어지는 기분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