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그림 허영만 김영사 (2003년 9월 ~ 2008년 3월)
<1. 맛의 시작>
* 거친 물살을 헤치고 기어이 태생지로 돌아가는 연어처럼 우리는 귀소본능을 가지고 최초의 맛을 찾아 헤맨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쌀과 어머니는 닮아 있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고 영원한 그리움이다.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그렇다.
* 아무리 간단한 음식이라도 정성과 수고 없이는 완성되지 못한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창조란 요리가 아닐까. 음식을 나누는 일은 정을 나누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떤 값진 선물도 직접 만든 음식보다 귀하지 않다. 그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시간과 정성이 깃든 선물이기 때문이다.
* 향기가 없는 것은 우리를 매혹하지 못한다. 존재의 향기는 시간의 깊이에 비례한다. 새것은 청결하고 반듯하기는 하겠으나 역사의 자취가 없다. 향기가 없다.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물자와 정보, 엇비슷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우리는 점점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
<2. 진수성찬을 차려라>
* 사랑하는 사람에게, 귀한 이에게 우리는 무엇보다도 음식을 주고 싶어한다. 아름다운 것에 감동하고 사랑에 마음이 순해지듯,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푸짐한 맛이 놓일 때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 음식은 정성이고 사랑이다. 성의가 부족한 음식은 아무리 맛이 좋을지라도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랑받지 못하고 대접받지 못하는 사람은 언제나 슬픈 것이다. 반면 정성스러운 음식은 아무리 맛이 없을지라도 감히 말하지 못한다. 그 성의, 그 사랑을 배반하려는 악의가 아니라면 맛없다는 푸념을 어떻게 하겠는가
<3. 소고기 전쟁>
*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 세상이 싫어지고 바꿔버리고 싶을 때에는 나처럼 해봐. 편안해질 걸세. 얘기했지? '마음으로 그리기'
<4. 잊을 수 없는 맛>
* 소금은 바다의 속살이다. 찰진 갯벌의 생명력을 머금은 바닷물은 강렬한 햇살과 정직한 인간의 손길을 받으며 그 속살을 드러낸다. 그 속살은 짜지만 향기롭고 은은한 달콤함이 배어 있다. 이것이 우리네 소금이다. 소금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소금이 저 잘났다고 배추나 고등어 앞에 나서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신의 역할만 다할 뿐... 세상 살다 욕심이 생기거나 마음이 흔들리면 소금을 보며 네 인생을 다스리도록 해라.
* 우린 어쩌면 소중한, 그 무엇인가를 너무 많이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느티나무 하나를 찾기 위해 결국 경춘가도 주변까지 가야 했다. 서울에는 이제 느티나무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5. 술의 나라>
* 육체의 고단함도 마음의 근심걱정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한사발 술의 그 맛! 아무런 가식도 절차도 없는 통쾌함! 그것이 바로 탁주의 통쾌함이다.
* 몸이 요구하는 원초적 욕구에 이성이 무참히 무너졌을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은 비참함 그 자체다. 모든 것이 허망하여 마음은 이미 먹는 것을 잊어버렸는데 몸이 요구를 해서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할 때의 그 느낌! 때로는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 괴로울 때가 있다.
<6. 마지막 김장>
* 김장에 쓰이는 재료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느 것 하나 만만히 넘어갈 것이 없다. 마늘, 생강, 파, 고추가루, 거기에 젓갈... 날로 먹는다면 곤욕을 단단히 치러야 할 것들이다. 이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지고 버무려져 상생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바로 김장이다. 그것이 바로 김치의 맛이다.
*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 <호수1> 정지용
* 사랑은 최고의 양념이다. 어머니 음식이 맛있듯 손님을 향한 사랑과 정성이 담겨져 있다면 그걸로도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을 것이다.
<7. 요리하는 남자>
* 삶이 지겹고 지루한 사람이나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이 있다면 요리를 하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든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든... 요리는 그릇 안에 사랑을 담는 마술이다.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8. 죽음과 맞바꾸는 맛>
* 나비가 날아가듯 얇게 쓴 육질과 솔향, 한 번 죽는 것과 맞바꾸는 진미! 황복의 맛! 음식엔 맛이 있어야 한다. 음식엔 멋이 있어야 한다. 음식엔 품위가 있어야 한다. 음식엔 클라이막스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박이 있으면 안 된다!
* 피아니스트는 몸속에서 건반으로 전달되는 힘의 균형으로 아름다운 울림을 창조한다.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으면 음악의 절대적인 부분들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된다. 빳빳한 근육이나 관절은 딱딱한 소리를 내고, 지나치게 부드러우면 힘없고 창백한 소리를 낸다.
<9. 홍어를 찾아서>
*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면 실패하지 않는다. 음식은 천천히 만들고 시장가는 것은 서둘러라. 시장엔 남들보다 일찍 가야 좋은 재료를 살 수 있다. 장사 잘된다고 절대 가게를 키우면 안된다. 맛 단속이 안 되니까.
* 딸과 어머니 간의 갈등은 딸의 임신을 통해서 딸이 어머니가 됨으로서 많은 부분 해소된다.
* 후각은 시각이나 미각보다 확실하게 심금을 울린다. - 러디어드 키플링
<10. 자반고등어 만들기>
* 수연낙명! 모든 일이 내 인연이니 밀어내지 말고 받아들이라. 음식 만지는 사람은 이렇게 즐겁게 일을 해야 음식 맛도 좋은 것이다.
<11. 도시의 수도승>
* 최고의 성취감을 얻기 위해서는 힘든 식사쯤이야 이겨내야 한다.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몫이 있다. 참지 못하면 성취감도 없다.
* 모든 음식에서와 마찬가지로 설렁탕 역시 기다림과 정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기다림이란 볍씨가 바로 쌀이 될 수 없듯이 세월을 재촉지 않는 농부의 마음 같아야 하고 정성이란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그것과 같아야 하며 음식에 대한 손님의 만족스런 표정이 보상의 전부여야 한다.
* 다이어트 주의점 - 비만의 주요 원인은 기초대사량을 초과하여 먹는 데에 있다. 지방은 물론이고 단백질과 탄수화물 모두 잉여 칼로리가 생기면 지방으로 전환이 되어 체내에 쌓이기 때문에 과식이나 고열량 식사는 금물이다. - 소식에 자주자주 먹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조금 덜 짜게 조금 덜 맵게 조금 덜 달게 먹는다면 더욱 효과적이다. 만약 공복감에 의욕상실이 찾아온다면 식이섬유가 가득한 야채나 과일로 허기를 잠재워라. - 한 달 중 신체에 무리를 하지 않고 뺄 수 있는 몸무게는 단지 1~1.5kg 뿐이다. 장기간 꾸준한 다이어트만이 당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 잠들기 두 시간 전 식사는 금물이다. 절대로 굶지 마라. 물은 자주 마셔라.
<12. 완벽한 음식>
* 맛있는 음식은 하루를 행복하게 마감하는데 꼭 필요하다.
* 길을 떠날 때 잘 닦인 아스팔트 도로를 자동차로 씽 달리는 것도 좋겠지만 흙길을 오랜 시간 걸어가면서 주변의 자연을 놓치지 않고 하나하나 눈과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순간도 몹시 중요하다. 그것이 문명을 떠나 이렇게 자연 깊숙이 들어오는 이유이다.
<13. 만두처럼>
* 정성과 사랑을 듬뿍 넣고 빚은 만두를 먹는 것은 복을 함께 먹는 것이라고 했다. 복주머니 모양으로 싸서 먹는 음식에는 모두 이런 의미가 있다. 사랑은 여러 가지 재료를 보듬어 맛을 내는 만두 같은 것!
* 사랑이란 머리로 계산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14. 김치찌게 맛있게 만들기>
* 전 세계적으로 즐거운 느낌을 '죽인다'라고 표현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하루에 한 번씩 혹은 며칠에 한 번씩이라도 죽어보자. -<김치찌개>
* 가슴을 뚫는 듯한 시원함과 함께 밀려오는 고소하고도 깊은 대구 간국의 맛!
<15. 돼지고기 열전>
* 소사골로 끓인 설렁탕이 잘 닦여진 길을 가는 모범생 같다면 돼지국밥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반항아 같은 맛이다. 이 돼지고기의 맛은 인간을 혀의 노예로 만들어 외로움을 잊게 해 준다.
* 여행의 끝자락에서는 언제나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여행을 통해 정신은 정화되고 온몸에는 새로운 활력이 가득차 있다. 길의 끝에서 새로운 길을 만나듯 여행이 끝나는 순간, 새로운 여정은 다시 시작된다.
<16. 두부대결>
* 현지음식을 즐기자. 현지 음식은 각 나라가 쌓아 온 문화의 용광로이자 현지인들의 역사가 담긴 이야기의 보고이다. 되도록 접할 음식에 대해 계획을 미리 짜고 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습관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끼는 것이 또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 불쑥 솟지도 않고 기세좋게 튀지도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땀처럼 스며든다.
* 과거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것이어서 매달리지 말아야 하고, 미래는 아직 다가오지 않은 것이니 걱정으로 시간 낭비 말아야 한다. 중요한 건 오직 현재뿐. 이 시간 내가 숨쉬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고 친구가 눈 앞에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17. 원조 마산 아귀찜>
* 일기일회! 사람을 대할 때는 그 기회가 일생에 한 번밖에 없다.
<18. 장 담그는 날>
* 모든 것은 원인과 조건이 있어서 생기고 그것이 없어지면 소멸하게 마련, 인연에도 생성과 소멸이 있다. 그러나 인연 역시 실재성이 부정되므로 모든 존재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 모난 것은 굴러가다 멈추니 머무름 없이 살기 위해 마음의 모난 부분을 쳐내고 있다.
* 누구나 말한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우리는 늘 고민한다.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 것일까. 그 많은 고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우리는 행복이라는 초점을 '가족'이라는 두 글자에 맞추었던 것 같다. 다들 자기 인생이 중요하다지만 생명을 나누어주신 부모님에게 내 삶을 조금이라도 되돌려 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19. 국수 완전 정복>
* 동해바다처럼 시원하고 봉평의 새하얀 메밀밭처럼 개운한 막국수의 맛! 향토색 물씬 풍기는 올챙이국수, 콧등치기, 감자옹심이! 바지락 국물 시원한 바지락칼국수, 강한 불로 승부하는 자장면! 쫄깃한 면발에 구수한 멸치 국물이 어우러진 국수 한 사리 주시오!
<20. 국민주 탄생>
* 입안 가득 퍼지는 소주의 향이 맑은 하늘을 걷는 기분! 풍류와 운치 가득한 소주 한 잔에 무아지경이 따로 없다! 깊은 맛이 올라오는 동동주, 혀가 즐거운 설락주! 고요하고 평온해서 화원을 걷는 듯한 청주의 맛!
* 틀에 같혀 오랫동안 지내다 보면 틀을 벗겨내도 그 흔적이 남아 있다. 그 각진 머리 모양은 원래의 둥근 머리 모양, 즉 사고를 무한히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원래 기능을 되찾는데 4년에서 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 빨리 흥분하는 사람은 빨리 식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은 정열이 길지 않다. 옹골찬 사람은 은근하지만 끈기 있게 오래 간다. 그래야 긴 인생에서 승부다운 승부를 할 수 있다.
* 확실한 답이 없을 때에는 오감을 동원해서 판단하고 가슴이 원하는대로 따라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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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주에서 어제부터 한국의 술과 떡잔치 하는디.....맛좀 보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