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김태식, 드라마, 2007년, 92분
색깔 있고 탄탄한 작품이다. 2007년 한국 영화의 최고작 중 한 편일 것이다. 전체 시나리오, 배경, 인물의 성격과 심리, 미장센, 주제 등 꼼꼼하기 이를 데 없이 잘 만들어진 영화다. 작년 비슷한 무렵 나왔던 <밀양>을 무게와 주제면에서는 따를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영화적 측면에서는 한수 위다.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은 밀고가는 서사적 힘은 넘치지만 사실 영화적 문법은 약한 편이란 보는 이에게 좀 지루한 느낌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영상의 특성과 영화적 문법에 대한 자의식이 뚜렷하다. 불륜을 소재로 한 영화이지만, 불륜과 사랑의 미묘한 경계에 처한 인간의 갈등과 고통, 고독이 정작 이 영화의 주제인듯 싶다. 영화의 결말을 통해 불륜은 없고 사랑만 있다는 택시운전사(정보석)의 말을 현실에서 감당하기란 사실 얼마나 어려운가 새삼 발견하게 된다. 정말 사랑은 삶의 활력이되기도 하지만 또한 삶을 한없이 질척거리게 만들기도 한다. 영화는 거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인간 자신의 허위와 연민을 동시에 체험케 한다. 정말 사랑이 낳는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소위 성인이라는 사람 외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불륜도 탄생하는 것이리라. 불륜은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또 다른 이름 아닌가? 감독은 사람 심리를 사물과 배경을 통해 풀어내는 보기 드문 장기를 가졌다. 서울과 양양으로 이어지는 길고 긴 도로여행과 아름다운 설악의 여름 계곡, 바다가 넘실대는 양양의 풍경 또한 보는 재미를 더한다. 내용과 형식 모든 면에서 이만한 수준에 오른 작품을 만나기란 요즘 참 어렵다. 요즘 같이 상업성과 대중성이 영화를 점령한 시대에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제대로 갖춘 영화는 일년에 한두편이 고작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영화에 별 다섯을 단다. 비록 작가의 사상적 깊이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영화적 기대감을 갖게 하는 감독이다.
- 시놉시스 -
그놈의 ‘사랑’이 문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