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똑바로 사세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임한 분이 있었습니다.
그분은 교회 장로님입니다. 그분에게 아들이 있었는데 결혼 적령기가 되어 좋은 아가씨를 소개
받아 교제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가씨 어머니는 사돈되실 분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심정으로 장로님이 근무하던 학교로 전화를 해서 그분을 잘 아는 후배 교사에게
“딸을 그 댁에 시집보내려는데 그분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습니다.
그 교사는 장로님이 근무할 때 많이 아껴주었고 함께 식사도 많이 했던 사이였습니다.
그런데 그 교사는 그런 사람하고 사돈 맺지 마시라고 그 사람 형편없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말에 아가씨 어머니는 딸의 결혼을 반대하게 되었고 혼사는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미 상당히 정이 들었던 남녀는 안타깝게도 헤어져야 했습니다. 아가씨는 4페이지에 달하는
이별편지를 전해주고 떠났습니다. 편지를 읽고 모든 사정을 알게 된 청년은 아침에 아버지 방문을 열고
싸늘한 소리로 한마디 했습니다. “아버지는 직장생활 30년을 도대체 어떤 식으로 하신 겁니까?”
아버지 인생 헛살았다는 투로 말하고는 방문 꽝 닫고 출근해버리더랍니다. 그후로는
아버지와 눈도 잘 마주치지 않을 정도로 부자지간은 냉각되어버렸습니다.
이분은 자기가 인생을 헛살았다는 부끄러움과 자기 때문에 아들의 결혼이 깨어졌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밥맛도 잃어버리고 수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기도원에 가서도 그 생각에 기도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젠 교회에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오직 전도와 기도에만 전념하면서 살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히 자기가 평생토록 그토록 억누르며 대해왔던 아내가 자기에게 “당신은 잘 살았어요”라고 해준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분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교회에서는 빛과 소금으로 살았지만 엿새
동안은 그렇게 살지 못했다오.”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마음이 참 많이 아팠습니다.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제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저도 자녀들에게 했던 잘못된 언행 때문에 부끄러울 때가 참 많습니다.
목사로서 성도들에게 잘못 말하고 행동한 것들 때문에 부끄러울 때도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형편없는 아버지,
형편없는 목사라는 말을 직접 듣는다면 과연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장로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동병상련의 감정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그 장로님이 그렇게 형편없이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한 사람의 평가로 그분의 모든 것을 단정 짓는 것은 옳다고 볼 수 없습니다. 성도 3분의 2표를 얻어야 되는 장로가 된 것도, 문제를 안고 기도원을 찾아간 것도, 결국은
전도와 기도에만 전념하는 것도 그분의 신앙과 인격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너무 자괴감에 빠지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너무 자녀들 눈치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고민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우리의 삶에 대해 반성하게 만듭니다.
인생 똑바로 살아라는 소리를 듣기 전에 고칠 바를 고쳐야겠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정도라도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는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되겠고요. j.w.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