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된교회 “도서관·음악회로 지역 공동체 강조합니다”
대형교회 위주의 목회가 한계를 드러내면서 한국교회 체질 개선을 위한 강소형 교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작지만 강한 교회가 많아질수록 다양성이 결여된 한국교회에 활기가 띄게 되고 함께 공존하는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교회도 규모는 작지만 지역 주민과의 공동체성, 나눔 시도하며 교회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켜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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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된교회는 동네작은도서관, 음악회로 성도뿐아니라 지역과 소통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담임인 최상규 목사는 늘 교회에 상주하며 이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뉴스미션 |
2012년 설립 몸된교회, 작지만 강한교회 몸짓 보여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몸된교회(최상규 목사)는 2012년 4월 설립된 신생교회다. 시작 초기에는 따로 예배당을 마련하지 못해 한 회사의 주일 쉬는 공간을 빌려 예배를 드렸다. 공간의 소유 상태는 처음부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저,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로써 순수하게 모인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는 꿈을 꾸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최근 처소를 마련하게 되면서 간판도 달고 좀 더 안정적으로 목회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교회가 들어선 곳은 지하상가 한 쪽 작은 공간이다. 물건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듯이 구석진 곳이지만 어둡지 않고 밝고 환하다.
몸된교회가 추구하는 특별한 지역사회 섬김 요소 때문인데, 누구나 들어와 책을 읽을 수 있는 열린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교인뿐 아니라 지역 어르신, 청소년들도 오순도순 찾아와 조용히 책을 읽곤 한다.
교회에 들어가면 바로 정면에 원목으로 짜여진 책장이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펼쳐져 있고, 예배당 뒤편에도 책이 빼곡히 꽂혀져 있다. 책도 아무거나 갖다 놓지 않고 문학, 철학, 경제, 신학 등 다양하고 깊이 있는 것이어서 한번더 눈길이 간다. 호기심으로 찾아온 발걸음에 실망감을 주지 않으려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최상규 목사가 독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보편적이며 중요한 도구란 생각에서다. 게다가 낮에 홀로 외로이 계신 어르신과 갈 데가 없어 여기저기 떠도는 청소년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접촉점이 될 수 있다는 확신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름도 ‘동네 작은 도서관’으로 했다.
최 목사는 “책은 만남이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인생을 만나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이 교회 문턱 넘기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놀러와 마음의 양식을 얻고 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다 보면 내게 자기 속내도 털어놓고 고민도 상담해 온다. 들어주고 또 다시 찾아오면 다시 들어주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신앙생활로도 연결된다. 도서관 운영은 목회자가 지역주민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몸된교회가 처소를 마련하고 가장 먼저 도서관을 꾸민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회내 동네도서관 만들고, 클래식 음악회로 소통
교회가 위치한 영등포구 당산동의 특성을 고려해서도 문화적 접촉점을 만드는 노력은 매우 필요하다.
“과거 당산동은 기계가공 지대였다. 그 후 개발바람이 불어 아파트, 상가가 밀집해 들어왔다. 넉넉한 삶을 사는 사람과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고, 맞벌이로 인해 외로운 어르신들과 청소년들이 많다. 아파트가 많다보니 청소년들이 놀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노래방, PC방을 전전한다. 이들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저절로 고민하게 됐다.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코드가 문화라고 생각했다”
이런 노력은 서울시로부터 작은도서관으로 선정되면서 더욱 빛을 보고 있다. 도서 지원금으로 정기적으로 새로운 책을 구입해 찾는 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하고 있고 책의 질도 확보하고 있다. 교회 안에 꾸며진 동네작은도서관을 바라볼 때면 최 목사의 눈빛이 한층 반짝인다. 뭔가 구상하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는 외로운 어르신, 갈 곳 없는 청소년들을 만나게 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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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당 뒷편 작은도서관ⓒ뉴스미션 |
“서울시 지정을 받았기에 청소년들에게 자원봉사 인증을 해줄 수 있다. 외로운 어르신들과 1:1 연계해 말벗이 되어 주는 일을 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청소년들은 삶의 스승인 어르신들과 이야기 나누며 인생에 대해 좀 더 성찰해 볼 수 있을 것이고, 어르신들은 외로움을 달랠 수 있다. 아직은 꿈만 꾸고 있다(웃음)”
문화로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시도는 도서관외에도 더 있다. 매년 봄, 가을 ‘클래식 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는 게 그것이다. 저소득층 어린이들의 공부방격인 물댄동산네트워크에서 활동하며 얻은 인연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실행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악기, 음악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는 헤븐스뮤직팀은 기꺼이 이 요청에 응답했다. 봉사팀이지만 음악 교수, 유학파 등 클래식 전문가들로 포진되어 있어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실력 있는 연주가 가능하다.
"몸된교회는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복음의 접촉점이 되고 싶다. 혼재된 오늘날의 문화 속에서 공통으로 즐길 수 있는 좋은 문화를 찾아 함께 나누며 결국 하나님 안에 조화로운 공동체를 추구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나와 성도들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그들이 갖고 있는 아픔과 걱정들을 헤아리고 위로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본다“
작은교회지만 지역과 함께 가는 목회철학 다져
이런 문화적 소통을 통해 몸된교회는 지금 한국교회가 잃어버린 가치인 공동체성을 지키고 있었다. 큰 교회가 최대의 목표인 냥 달려가는 한국교회의 질주를 멈춰 세우고 하나님이 교회를 세운 이유에 대해 묻는 작은 몸부림인 것이다.
몸된교회를 취재하며 이런 철학이 있는 작은 교회들이 그나마 곳곳에 포진해 있기에 여러 위기 속에서도 한국교회 생태계가 정화되고 유지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최 목사는 "과연 한국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지체라고 말하는 대로 참된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인가. 혹시 피상적인 교제만 있는 '사이비 공동체'는 아닌가 돌아보며 시대적 부르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교회의 재정과 조직과 목적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내부인지 아직도 복음이 필요한 곳인지, 봉사와 섬김이 단지 교회 안에서만 행해지고 있는지, 진정 교회의 사역이 소외된 사람들이 그 속박으로부터 해방되도록 돕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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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된교회는 작은교회다. 단독 건물이 아닌 지하 상가 한쪽을 차지 하고 있지만, 들어가는 입구부터 밝게 꾸며져 있어, 청소년 어르신들이 찾아 들어 쉬었다 간다.ⓒ뉴스미션 | |